[공감신문] 최근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북한의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 기업들이 앞다퉈 북한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도로부터 문고리까지 사실상 모든 물건이 필요한 북한의 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기회를 살피는 한국 기업만 수십여 곳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건설, 물류, 광업, 호텔, 식품 등 기업들이 북한 진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한국학연구소의 글로리아 구 부교수는 “북한은 낮은 임금과 지역적 근접성은 물론 문화와 언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에게 매력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 업종 중 식품 관련 기업이 가장 먼저 북한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한이 공통된 문화와 입맛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북한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여러 식품 기업들 중 오리온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현재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코파이’의 원조 업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됐던 초코파이는 당시 북한 암시장에서 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근로자들이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갖고 있다가 외부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북한 정부는 초코파이의 수입을 중단하는 사건도 있었다.

WP는 오리온에 대해 “이 오리지널 초코파이 제조사만큼 북한에서 팬층을 확보한 기업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의 한 임원은 “다른 제품군에 앞서 초코파이가 북한 진출의 선발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초코파이 생산업체인 롯데그룹 역시 북한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롯데는 과거 대북 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식품 계열사를 활용해 대북 사업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북사업 도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으며, 식품을 포함한 호텔, 물류, 화학 분야 계열사들도 북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비무장지대(DMZ)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북한 투자 포럼에 기업 임원과 경제 연구자 600여명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몇 가지 계획이 가시화되자, 법무부는 경제협력 재개에 대비해 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정비에 나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협력 재개를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의 소비시장 규모는 17조5000억원으로 남한의 2.6% 수준이다. 북한의 1인당 소비 금액은 2016년 기준 700달러(한화 75만원)로, 남한 1인당 소비 금액의 5.2%에 불과하다.

남북 간 경제 개방이 본격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소비 수준이 올라간다면 국내 기업들의 진출 여지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