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 좋지 않아”...밀입국 부모-아동 함께 수용키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공감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밀입국한 어린이를 부모와 격리하는 정책을 결국 철회했다. 격리 수용이 비도덕적이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확산되고, 공화당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책 철회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함께 수용하도록 제도를 바꿨으며, 이런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식에서 “이것(행정명령)은 가족들이 함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우리가 매우 강력하고 튼튼한 국경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데 관한 것”이라며 “가족들이 떨어져 있는 모습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서명으로 불법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정책은 지난 5월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폐지되게 됐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지난 5월 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어린이 2342명을 부모로부터 격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부터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밀입국자를 기소하고 아이들은 부모와 격리하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美텍사스에 설치된 불법이민자 자녀 격리시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동 격리수용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부모로부터 아이를 격리하고 싶지 않지만, 불법 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려면 아이를 격리해야 한다. 밀입국하는 부모를 기소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불법 이민자들을 ‘잠재적 유권자’로 본다”라며 “이번 격리 논란을 포함한 모든 사태는 민주당의 ‘입법 비협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이민자 캠프,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라. 우리 미국에서는 그런 일을 허용할 수 없다.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에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격리 정책에 대한 비난은 인권단체를 시작해 외국의 정부와 단체로 번졌다.

또한 방송 뉴스 등을 통해서 아이들이 철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에서 부모를 찾으며 우는 소리와 모습이 알려지나, 미국 내에서는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공개적으로 이 정책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멜라니아 여사는 대변인을 통해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하는 것을 보는 것을 싫어한다. 모든 법률을 준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지만, 또한 가슴으로 다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회 결정에 두 사람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사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격리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도록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성명 서명 직후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은 트위터를 통해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 국경에서 가족들의 별거를 끝내는 중요한 조치를 해준 데 대해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의회는 지금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일치하는 지속적인 해법을 찾아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케이블 뉴스를 즐겨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격리 수용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인식했다”고 전했다.

이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토안보부가 요청하면 이민자들을 군 시설에 수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우리는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철회 결정은 미국 하원이 밀입국자와 미성년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민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한 뒤에 발표됐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우리는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떨어져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이민법 개정안을 표결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 역시 미성년 자녀는 함께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을 발의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입국자를 추방하는 대신 모두 기소해 구금하겠다는 ‘무관용 정책’의 나머지 부분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여전히 계속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우리가 원하지 않고 용인하는 사람, 범죄 등이 들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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