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고(故) 김광렬씨 수집자료...탄광근로 조선인 명부, 강제동원과정 등 담겨

[공감신문]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동원된 조선인과 관련된 문서와 사진 수천 개가 일반에 공개된다. 당시 조선인들의 피해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기대된다.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탄광 근로자명부

21일 국가기록원은 재일동포 고(故) 김광렬(1927∼2015)씨가 수집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김광렬 씨는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다수 수집한 전문가다. 그는 지난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 후쿠오카(福岡) 지역에서 생활하며 40여 년 동안 일본 3대 탄광 지역이자 대표적인 조선인 강제동원지인 치쿠호(築豊) 지역을 중심으로 자료를 모아왔다.

공개되는 기록물은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조선인 관련 문서와 사진, 도면 등이다. 그 수는 모두 2000여권에 달한다.

기록물에는 조선인 강제동원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명부들이 포함됐다.

특히 ‘아소(麻生)산업 건강보험대장’에는 탄광과 시멘트공장에서 일한 조선인 성명과 생년월일, 보험기호, 보험 취득·상실일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후쿠오카에 있는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 탄광 근로자 명부’에도 피징용자 이름과 생년월일, 원적 등이 들어있어 피해자 진상 규명에 활용 가치가 높다.

해당 기록물은 김광렬이 1976년 관련 탄광 노무계 직원을 수차례 만나 자료를 수집한 경위가 자세히 기록돼 있어 기록학 분야에서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찰(寺刹) 과거장

김광렬이 규슈(九州) 지역 사찰 40여 곳에서 조사한 과거장(過去帳) 자료 100여 권도 눈길을 끈다.

과거장은 사찰에서 유골 접수 시 사망자 이름과 유골 안치일을 적어놓은 명부다. 당시 관련 탄광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화장 후 유골을 인근 사찰에 안치했다.

김광렬은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한 사찰명과 전화번호, 주지 이름, 유골 유무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붉은색으로 표시됐다.

조선인 노동자 모집과 이동과정에 대한 피해자 증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들도 나왔다. 후쿠오카 다가와(田川) 군 가와사키(川崎) 탄광의 조선인 노동자 동원 관련 자료들이다. 보도원(안내원)·인솔자 성명, 철도·숙박 영수증, 가와사키 광업소 조선인 49명 명부가 대표적이다.

1942년 이후 내무성의 위탁을 받아 동원업무를 수행한 다가와국민근로동원서가 가와사키광업서로 보낸 공문서 원본(1944)도 처음 확인됐다.

군함도를 둘러보는 고(故) 김광렬씨

이번에 공개되는 기록물에는 김광렬이 직접 촬영한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와 다카시마(高島) 사진, 아소 무연고자 묘비위치 지도와 요시쿠마 탄광 약도 등도 담겼다.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을 지낸 정혜경 박사는 “김광렬의 자료는 그동안 대부분 공개되지 않은 희귀기록물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피해 진상 규명 및 피해권리 구제, 관련 연구 공백을 메꿔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사료”라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관련 기록물을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다. 기록물의 중요성을 고려해 올해 중 기본 목록을 구축할 계획도 알렸다.

다만 조선인 명부의 방대한 수령과 일본어 고어 해석, 조선인 여부 검증 등 문제로 완전 공개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을 밝힐 수 있는 소중한 기록물을 남기신 김광렬 선생의 깊은 뜻을 기리고 이 기록물이 우리나라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밝힐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