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내 갈등 멈추고 시대에 맞는 변화된 가치 세워 세대교체 이뤄야

[공감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6.13 지방선거 패배이후 위기를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1일 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주최한 ‘보수정당,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는 다수의 한국당 의원들이 모였다. 흡사 의원총회나 전당대회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국회에서 열리는 일반적인 토론회라면 의원 지정석이 마련돼 있고, 다소 늦게 도착하는 의원들은 그 주변에 앉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추가로 설치한 보조의자에 앉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 자리가 없어 서서 토론회를 참석하다 이석한 의원도 존재했다. 의원들이 수고를 감수하는 것은 보수정당 재건과 한국당의 쇄신이 그만큼이나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 박진종 기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이날 토론회는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한국 정치의 변화와 보수 정치의 위기’를 주제의 발표로 시작됐다.

강원택 교수는 발표를 통해 한국정치의 변화와 한국당의 문제, 그리고 개선방안을 설명했다. 

한국정치의 변화로는 ▲지역주의의 약화 ▲대북적대정책과 반공주의의 약화 ▲박정희 신화로부터의 이탈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지역주의 약화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에서 도드라졌다. 부울경은 한국당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보수가 지지를 받았던 곳이다. 보수정당이 전국 선거 중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다소 고전 하더라도 부울경으로 인해 선거를 팽팽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달랐다. 보수정당의 든든한 뒷배가 돼 주던 부울경이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부울경에서 승리를 거뒀다.

강 교수는 이를 두고 “영남 지역주의와 보수 패권체제가 붕괴됐음을 보여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 정치 세력의 지지세가 약화됐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수정당,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 박진종 기자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한국당이 기를 펴지 못한 데에는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에 조성된 평화분위기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되고 평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아진 상황이었지만, 한국당은 이를 잘못 판단했다는 의미다.

선거 열기가 한껏 올랐던 지난 4월 24일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붕괴위기로 치닫는 북한을 살려주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이번 남북정상회담이다. 우리 국민들은 불행하든 말든 북한 살려주기 위해 급급한 정권이다. 그래서 지방선거 구호를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로 정했다. 다시 한 번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 정말 이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느냐.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다”고 말한 바 있다.

홍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강 교수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활용해 온 대북 적대정책, 반공주의를 다시 강조한 것이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대다수 유권자들의 생각은 자유한국당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절반 정도가 북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봤다. 대북 적대 정책, 강한 반공주의는 그동안 보수 정치 세력의 매우 중요한 정책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하고 있다. 대북 적대 정책과 강한 반공주의보수가 ‘정책 노선, 이념, 가치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한국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토론회를 주최한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한국당이 책임정치를 통해 재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진종 기자

강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큰 승리를 가져다 줬지만, 선거 결과는 한국 정치에 매우 의미심장한 변화를 보여줬다고 알렸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가 주는 가장 큰 정치적 중요성은 기존의 보수 정치의 몰락이다. 보수 정당은 단지 세력이 약화 됐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지켜왔던 가치도 잃어 버렸다. 한국 보수의 중요한 특성이었던 반공주의가 약화됐고, 박정희에 대한 신화 역시 깨졌다. ‘보수 세력의 몰락과 가치의 붕괴’가 동시에 일어났다”고 역설했다.

사실, ‘보수 세력의 몰락과 가치의 붕괴’는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2016년 후반의 촛불집회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미 한국 정치는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당 등 보수는 그 변화를 읽으려 하지 않았다. 설사 변화를 알아챘다 하더라도 내부적인 계파 싸움만 난무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도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토론회 / 참석자들 / 박진종 기자

강 교수는 보수정당의 재건 방안으로 ▲당내갈등 중지 ▲희생각오 ▲정체성 확립 ▲세대교체 등을 제시했다.

먼저 파벌 싸움을 중지하고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개혁을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한데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이 먼저 나서려고 하지 않고 있다. 모두가 ‘나만은 살아야 겠다’는 생각만 하는 상황에서는 새 인물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부에서 새로운 보수 정치 재건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고, 보수 진영 내에서 치열하게 가치·정체성에 대한 논쟁도 이뤄져야 한다. 고참 정치인들은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새로운 세대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

강 대표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시대적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보수 가치를 찾는 일이다. 이것을 이루지 못하면 지지의 외연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가치는 기존의 틀을 깨야 하는 작업이다”고 조언했다.

한국당은 쇄신을 위해 거듭 노력하고 있다. 토론회가 열린 이날에는 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기기도 했지만, 당사 이전만으로는 혁신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발제자인 강 교수도 우려했듯, 당내 갈등으로 인해 혁신 작업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패배를 이유로 당사를 이전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리고 있다. / 윤정환 기자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의 지지도는 10%에서 15% 수준을 보이며, 20%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과도 같은 비율이다.

한국당이 당내 갈등을 멈추고 보수 가치를 재정립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면 지금의 지지도 마저 무너질지 모른다. 한국 정치의 균형을 맞추고, 올바른 견제를 위해서라도 한국당은 반드시 시대적 변화를 담은 새로운 가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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