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브렉시트 시행시 미국과 중요한 무역협상 끝장낼 것”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정부에 'EU와 거리를 두지 않으면 미국과의 통상에서 불이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감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정부의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계획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소프트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의 단일시장에 일부 접근하고 규제도 받아들이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은 지난 12일 이러한 계획을 공개했다.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 일정으로 영국을 실무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문제를 그렇게 처리한다면 아마도 미국과의 중요한 무역협상을 끝장낼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영국이 EU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미국과 수익성 있는 무역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인 것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후 EU 단일시장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대비해 미국과 비롯한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는 미국과의 양자 무역협정을 브렉시트 후 자국의 경제적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는 주요 변수로 보고 공을 들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소프트 브렉시트를 시행한다면 "미국과의 거래(양자 무역협정)를 죽일 것(kill the deal)"이라고 강조했다.

더 선은 “트럼프 대통령은 메이 총리가 곤경에 빠진 브렉시트 관련 논의를 ‘영국에게 유리하게 강화하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조언을 무시한 채 오히려 정반대의 길로 갔다고 믿고 있으며, 그 결과는 ‘매우 불행한 것’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진행중인 상황(소프트 브렉시트)은 너무 좋지 않다. 국민이 투표한 것과는 매우 다른 내용”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더 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비판이 메이 영국 총리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메이 총리는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안을 발표한 뒤, 집권 보수당 내의 강경파들이 불신임 투표를 검토하는 등 위기에 몰린 상태다.

국정운영 지지도도 크게 추락했다. 최근 영국 방송인 스카이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64%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메이 총리는 개인 성명을 통해 “국민은 우리의 돈과 법과 국경선에 대한 통제권을 회수해오라고 투표한 것이며, 그게 바로 우리가 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총리를 공개 비판한 파격 인터뷰가 실린 더 선은 영국 내에서 최대부수를 발행하는 대중지로 브렉시트 투표 직전 1면 사설로 찬성을 선언한 바 있다. [더선 홈페이지 캡처]

영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초청국의 수반을 공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외교 관례에 전례 없는 내정간섭을 했다”라며 강력 비난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총리의 기반 약화를 노린 전례 없고, 비(非)외교적인 개입”이라고 평가했으며,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는 “폭발력을 지닌 개입으로, 영국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안에 반발해 사퇴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훌륭한 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또 다른 논란도 예상된다.

존슨 장관은 EU와의 관계를 단절하더라도 EU로부터 국경통제권과 사법권을 온전히 회수하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전 장관에 대해 “매우 재능있는 친구이며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 사임해 매우 슬펐고, 언젠가 돌아오는 걸 희망한다. 그는 영국의 위대한 대표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전 장관이 언젠가 총리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가 위대한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총리가 되는데 필요한 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