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던 중국 관영매체들이 최근 잠잠한 기색이다.

예전과 같이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홍보하는 보도도 없으며, '무역전쟁'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역시 찾아볼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관련 기사를 1면에 싣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차례나 그의 동정과 발언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의도, 중국의 급속한 세력 확장과 위상 강화를 다소 낮춰야 할 내부 전략성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전, 중국 당국과 매체는 시 주석의 개인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중국군 내부에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어록'과 비슷한 형태의 '시진핑 어록'이 발간돼 돌아다녔고, 중국중앙(CC)TV는 지난달 28일부터 시 주석의 하방(下放·지식인을 노동 현장으로 보냄) 시절을 그린 12부작 다큐멘터리 '량자허(梁家河)'를 방송했다. 인민일보 1면의 모든 기사 제목에는 예외 없이 시진핑 이름이 포함됐다.

실제로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관영매체의 시진핑 개인에 대한 선전과 홍보는 마오쩌둥 시절 수준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6일 미국과의 관세 문제가 불거지자 시 주석의 이름은 중국 매체에서 사라지고 있다. 인민일보는 지난 9일자 1면에 시 주석 관련 뉴스를 게재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2년 11월 시 주석의 총서기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어 15일과 16일에도 인민일보는 시 주석 관련 뉴스를 1면에서 제외했다. 최근 중국의 무역전쟁 대응과 국제공조 제안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주도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보도지침에 따라 '중국제조 2025' 계획을 다시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인민일보는 연속 3일간 자국의 위상과 기술력을 스스로 과대 평가하는 풍조를 비판하는 기획시리즈를 게재했다. 

홍보를 이어왔던 중국이 전략을 전환한 데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시 주석이 받고 있는 내부 비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전쟁이 극에 치달으면서 중국 경제발전과 기술개발에 악영향을 미치자, 시 주석에 대한 반대 여론이 나타날 것을 염려해 미리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류펑(劉豊) 중국 난카이(南開)대 교수는 "최근의 변화는 중국이 '전략적 위축'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굴기(堀起) 중인 국가 입장에서 너무 일찍 야심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 중국의 전략적 위축은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류펑 교수는 세 가지 측면에서 중국의 전략척 위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해외에 경제력이나 군사력 등 실제 역량을 투입하는 것을 자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례로 최근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해 '다 함께 건설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 변화다.

중국의 실력에 대한 과신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매체의 보도도 줄어들고 있다. ZTE(중싱<中興>통신) 제재 사태 후 중국 과기일보 류야둥(劉亞東) 편집장은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곧 따라잡는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며, 이런 착각이 무역분쟁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 교수는 "마지막으로 중국의 전략적 위축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중국이 인도와 일본과 관계회복에 나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리란(李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역시 "중국의 다음 전략은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이 스승으로부터 받은 가르침 '높은 담을 쌓고 식량을 비축하면서 천천히 패권을 잡는다(高築墻 廣積糧 緩稱王)'를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시 주석은 공개석상에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중국을 향한 부실한 비난을 반대하며 합리적인 이익을 굳건히 수호할 것이다. 책임 있는 대국이자 현행 국제체계의 건설자 및 공헌자로서 중국은 다자주의 체계를 확고히 지지하고 무역 및 투자 자유화와 편리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적이 없는 시 주석의 이번 발언으로 미중 무역갈등은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