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4~5초 만에 메인로터 뜯긴 영상 확보...유럽 기술진 자문 검토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이 추락하고 있다.

[공감신문] 해병대 조사위원회가 기체결함과 설계불량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5명의 사상자를 낸 ‘마린온’ 헬기추락 원인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19일 군 관계자는 “해병대 마린온의 원형인 수리온 헬기가 지난 2012년 전력화된 이후 이런 유형의 사례는 처음”이라며 “기본설계 결함이나 기체 및 장비결함을 집중적으로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헬기추락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헬기는 이륙 후 4~5초간 30m 수직 상승하던 중 메인 메인로터(주회전날개)가 뜯겨져 나갔다.

특히 조사위는 기체가 시험비행 전 심각한 ‘진동현상’으로 정비를 받았다는 점을 토대로 규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진동현상을 막아주는 ‘자동진동저감장치’에 이상이 발생하면 기체 전체가 영향을 받고, 주회전날개가 뜯겨져 나갈 수 있다.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이 산산조각이 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시험비행 중인 수리온 헬기는 자동진동저감장치 이상 신호가 발견돼, 즉시 착륙했다.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수리온에 많은 기술적 영향을 미친 유럽헬기에서 이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 기본설계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추락한 마린온은 국산 헬기인 수리온으로부터 파생된 모델이다. 수리온은 유럽 헬기업체인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쿠거·슈퍼퓨마’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수리온의 원형인 쿠거 및 슈퍼퓨마 모델이 프로펠러 이탈현상으로 몇 차례 추락한 바 있다. 기술적 영향을 미친 원형 모델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8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 헬기 '마린온'이 산산조각이 나 있다.

지난 2016년 노르웨이에서는 비행 중인 슈퍼퓨마의 주회전날개가 이탈해, 13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고 원인은 프로펠러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박스였다. 기어박스 내 기어 한 개가 튕겨져 나가면서 프로펠러와 기어박스가 분리됐다.

2009년 4월 스코틀랜드에서도 동일한 원인으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에어버스 헬리콥터스 기술진에게 자문을 구할 예정이다. 조사위 역시 유럽 기술진의 도움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AI 관계자는 “주회전날개가 통째로 뜯어진 건지, 날개 1개가 뜯어진 후 연달아 떨어져 나간 건지를 알아내야 한다”며 “아직 CCTV영상만으로는 유럽의 사고와 동일하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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