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지 인쇄실 CCTV도 없어...“허둥지둥 우왕좌왕하지 않는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 필요"

[공감신문] 최근 중고교에서 내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일선 고등학교의 시험지 관리가 서류상 규정만 있을 뿐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허술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고교에서 내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일선 고등학교의 시험지 관리가 서류상 규정만 있을 뿐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허술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학교 교육행정을 관리·감독하는 교육청들은 학교에 시험지 관리규정만 내려보낼 뿐 인쇄실 CCTV여부를 확인하는 현장점검 등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학교 현장의 허술한 시험지 관리로 광주·부산 같은 시험지 유출 사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 시험지 인쇄·복사는 대부분 교내 인쇄실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인쇄실에 누가 드나들었고, 복사·인쇄를 누가 했는지 확인하는 CCTV가 많은 학교에서 설치되어있지 않다.

최근 광주시에서 한 학부모가 학교 행정실장을 통해 중간·기말고사 문제를 빼돌린 시험지 유출사건이 일어나 교육당국이 각 학교의 CCTV 현황을 파악했다.

현황 결과 51개 일반고교 중 절반이 넘는 31개 고교에 인쇄실 및 인쇄실 입구에 CCTV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사건이 발생한 광주 A고교의 경우 인쇄실 입구에 CCTV가 있어 행정실장이 드나든 모습이 녹화돼 조기에 범행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러나 광주시 내 절반이 넘는 학교는 이마저도 설치돼있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시도 인쇄실에 CCTV가 설치된 학교는 전체 140여곳 중 5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 시·도의 경우 인쇄실 내부에 CCTV가 있는 학교는 거의 없고, 설치했더라도 인쇄실 입구를 비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인쇄실 직원, 내부 교직원이 의도적으로 시험지 한두 장은 쉽게 빼낼 수 있고, 복도 CCTV에 찍히더라도 복사물을 숨기고 나갈 수 있어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북도교육청 한 장학사는 “일선 학교는 대입·국가고시와 같은 시험지 관리 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 보니 교직원이 시험지를 빼내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부 시도교육청들은 시험지의 출제,인쇄,보관 관련 관리 규정을 만들어 학교에 내렸지만 여기에 그쳤으며 시험지 관리를 교사와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는 지역도 적지 않다.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시·도 교육청들의 지휘·감독 실태도 떠올랐다.

일부 시·도 교육청들은 시험지의 출제·인쇄·보관 관련 관리 규정을 만들어 학교에 내려 보냈지만 여기에 그쳤으며 시험지 관리를 교사,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는 지역도 적지 않다.

부산교육청은 “보안이 유지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출제 원안 파일에 암호를 걸며 파지는 분쇄해야 한다는 정도만 있지 구체적인 시험지 관리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시·도 교육청들은 인쇄실 CCTV 설치 여부 파악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교육청은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인쇄실 CCTV 설치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고, 타 시도교육청도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시·도 교육청들 가운데 학교들이 시험지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현장 점검을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시험지 관리에 대해 지금까지는 기존 규정과 일선 학교를 믿고 전적으로 맡긴 측면이 강했다”며 “설마 하는 생각에 현장 점검은 생각치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인쇄실 CCTV 설치에 대해 난감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교육청 한 관계자는 "인쇄실을 24시간 촬영하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교직원의 인권 문제로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준수하도록 공문을 내려보내고, 시험지 보안 규정을 지키도록 지시했다.

각 지역 교육당국은 학교 시험지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준수하도록 공문을 내려 보내고, 시험지 보안 규정을 지키도록 지시했다. 또 학교 현장 전수조사, 시험지 관리실태 불시점검 , CCTV 등 보안시설 지원, 방법창 설치 등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 대책으로는 시험지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시험 문제 출제는 물론 인쇄·보관에 관여하는 교직원 관리와 통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이런 사고가 나면 결국 피해는 애꿎은 다른 학생들이 보게 된다”며 “허둥지둥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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