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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교양공감] 신과 괴물의 나라-문헌 속 우리나라의 귀신과 괴물들우리나라 전통 요괴들을 만나보는 주말추천 교양공감 포스트

[공감신문 교양공감] 여름이 익어가면서 공포영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가고 있다. 에디터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정말 심각한 수준의 ‘쫄보’인데, 그도 올 여름에는 뭔가 무서운 걸 보고 싶다면서 ‘캐빈 인 더 우즈’라는 영화를 찾아보더라.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온갖 종류의 괴물과 귀신들의 향연이랄 수 있다. 작품 속에는 우리가 여느 영화 등에서 흔히 보는 좀비나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여러 게임에서 ‘잡몹’ 취급 받는 괴물들도 잠깐씩이나마 출연한다. 심지어 ‘사다코’에서 모티브를 얻은 일본의 소녀 귀신까지 등장하니 말 다 했다.

우리는 온갖 괴물과 요괴들을 알고 있다. 대부분이 '외국산'이긴 하지만. [pixabay/cc0 creative commons]

헌데, 영화를 재밌게 즐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우리나라에는 저런 귀신과 요괴 등에 대한 설화가 없는 걸까?’ 검과 마법이 있는 판타지 배경의 게임에서, 우리는 ‘오크’니 ‘트롤’이니 하는 것들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텐구’니, ‘캇파’니, 아니면 ‘오로치’라든가 하는 일본 요괴들도 우리는 온갖 만화와 영화 등을 통해 알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이 ‘요괴의 나라’라 불릴까.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소름을 돋게 만드는 전통의 귀신과 괴물이 없느냐, 이 말이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을 뿐, 사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 못지않은 ‘요괴의 나라’였다고 한다. 다만 풍파의 세월을 지나면서 사료가 많이 유실되고, 우리에게서 잊혀진 것이라고.

이번 교양공감 포스트에서는, 우리나라에 한때 살았을 요사스럽고 기괴한 요괴들, 우리 조상님들을 지켜주었을 신들, 해악을 끼쳤다는 괴물들의 흔적을 쫓아보도록 하겠다. 기록으로, 설화나 민담을 통한 구전으로 남은 그들을 만나보는 시간이다.


■ 말썽꾸러기 요괴들

사람을 골려주길 좋아하고, 깜짝 놀라게 하거나 무서워 달아나게 만들길 좋아하는 요괴들이 있다. 이들은 대체로 심각한 피해를 입히진 않거나, 혹은 위해를 가할 만한 능력을 갖지 못했다. 그 때문에 퇴치되는 등 다소 ‘짠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도깨비

뿔이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논쟁거리라고 한다. 뿔이 일본의 '오니'와 무관하게 달려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wikimedia 캡쳐]

우리나라 출신 요괴 중에서는 아마 간판스타일 요괴, ‘도깨비’는 사실 귀신이나 괴물이라기 보단 ‘정령’에 가까운 존재라고 한다. 또 이들이 지닌 능력에 대한 묘사도 너무나도 다양하다. 어떤 도깨비는 사물로 둔갑을 하고, 또 어떤 도깨비는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 ‘큰 뿔이 달렸으며 뾰족뾰족한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다니는’ 괴물이란 인식도 있으나, 이는 사실 일본의 ‘오니’에 가깝다고 한다. 그 생김새도 설화마다 천차만별인지라, 특정하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벽화구

벽화나 족자 따위에 그려진 이 개는 삼국유사에 관련 기록이 담긴 만큼 삼국시대에 출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벽화 속에서 들락날락하며, 돌아다니면서 짖다가 벽화 안으로 도망가서도 짖어대곤 했다고. 이에 3일 동안 불경을 외워 쫓아냈나 싶었는데, 결국 반나절 만에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는 걸 보면 퇴치하기도 쉽지 않은 듯 싶다. 요즘 같으면 층간소음을 어마어마하게 유발하는 녀석이었을 듯.


-신기원요

조선 초기부터 고종때까지의 인물들의 전기와 일화를 4권짜리 책으로 담은 ‘대동기문(大東奇聞)’ 1권에 등장하는 괴물. 팔, 다리, 몸통, 머리가 차례로 천장에서 떨어져 여성의 형태를 취한다고 알려졌는데, 이 나체 여성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겁탈을 당하고 살해를 당한 기생이라고 하며, 원한을 풀어 줄 것을 요청할 뿐 위해를 가하진 않는다고.


-야광귀

숫자는 4까지밖에 못 센다면서 요상한 승부욕이 있다니, 어째 조금 귀여운 설정이다.. [pxhere/cc0 public domain]

피해를 끼치지 않고, 고작 ‘신발’을 훔쳐갈 뿐인 괴물도 있다. 주로 설날 밤중에 몰래 찾아와 아이의 신발을 신어보고, 자기 발에 맞으면 그것을 신고 도망가 버린다는 ‘야광귀’가 바로 그것이다. 이 녀석에게 신발을 뺏긴 아이는 그 해에 재수가 없어진다고. 다만, 숫자를 4까지밖에 세지 못하는 주제에 숫자 세는 것을 좋아해서, 촘촘한 채나 키를 문밖에 걸어두고 신발을 감추면 채의 구멍을 새다가 아침이 밝아 달아난다고. 꽤나 손쉬운 퇴치법이다.


-은요불

한국 최초의 야담집이라 알려진 ‘어우야담’에 등장한 ‘은요불’은 은으로 된 7개의 요상한 불상을 지칭한다. 어린아이만한 크기의 은 불상이 어딘가에 묻힌 채 보물이 됐다가 요괴가 달라붙은 것으로, 저녁이 되면 흰 옷을 입은 스님으로 변신한다고. 그러나 사람을 무서워해서, 인기척을 내는 즉시 모여 있던 일곱 명의 스님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데, 이때 어디로 가는지를 잘 살피면 은 불상의 위치도 알 수 있다고. 엥? 이거 완전 드래곤볼 아니냐?


■ 끔찍하고 위험천만한 괴물들

우리나라에는 ‘짓궂은’, ‘장난꾸러기’ 요괴보다 조금 더 위험하고, 흉흉한 녀석들 역시 존재했었는가보다. 이 괴물들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고, 심할 경우 죽이기까지 한다. 위험하고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살펴보자.


-그슨대

가랑이 밑을 지나게 하다니, 굴욕 주는 걸 좋아했는가보다. [wikimedia 캡쳐]

제주도에서 출몰한다는 괴물로, 그신새, 그신대 라고도 불린다. 이 괴물은 어두운 밤에 하늘에 닿을 만큼 거대한 형상으로 나타나며, 가랑이를 딱 벌리고 서서 그 밑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해를 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슨대의 가랑이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은 병을 앓다 곧 죽게 되고, “과쌍” 하는 소리를 내며 쓰러져 사람을 깔려죽게 만들기도 한다고. 시대를 불문하고 제주도 곳곳에서 목격담이 나올 만큼 유명한 제주 전통 괴물이랄 수 있다.


-두억시니

머리(頭, 두)를 억누른다(抑, 억)는 두억시니는 주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묘사되며, 나타나는 원인이 밝혀진 바는 없다. ‘천예록’이라는 야담집에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한 양반집의 잔칫날 14~15세 가량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 기이하고 매섭게 우뚝 서서 버티고 있었다고 하며, 사람들이 아이를 끌어내기 위해 밀고 당겨 봐도 꼼짝 않고 버텼다고. 기이한 존재임을 안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간절히 빌었다. 그러자 잠시 후 아이가 비웃으며 나갔다. 다음날 잔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전염병으로 하나 둘 죽어나갔으며, 그 중 아이를 욕한 사람,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람, 때리라고 한 사람 등 두억시니의 눈 밖에 난 자들은 모두 머리가 으깨져 죽었다고 한다.


-어둑시니

어둠을 뜻하는 어둑, 귀신을 뜻하는 시니의 합성어, 어둑시니.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존재란 뜻이겠다. [pexels/cc0 public license]

어둑시니, 어덕시니라 불리는 이 괴물은 주로 숲길이나 좁은 길, 산속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어린 아이 정도의 작은 체구로 나타나지만, 눈길을 주면 서서히 크기가 커진다고 한다. 이윽고 너무 커져버려 올려다볼 수밖에 없게끔 자라나는데, 이때 결국 어둑시니를 올려다보면 깔려죽는다고. 그러나 크기가 커지건 말건 괴물의 발쪽을 내려다보면 반대로 크기가 작아지다가 이윽고 사라진다고 하니, 마주치더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퇴치해야겠다.


-지귀

신라 선덕여왕 때 나타났다고 하는 괴물 ‘지귀’는 괴물을 지칭하는 이름이 아니라 선덕여왕을 연모하던 젊은이의 이름이라고. 청년의 마음을 전해들은 선덕여왕은 고마움을 느끼고 잠시 만나기로 약조했는데, 지귀는 여왕을 기다리다가 긴장이 풀려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 뒤 약속시간에 나타난 선덕여왕은 잠든 지귀가 안쓰러워 깨우지 않고, 가슴 위에 자신의 팔찌를 두고 갔는데, 잠에서 깬 지귀는 팔찌를 보고 기쁨과 아쉬움이 활활 타올라 불귀신이 돼 버렸다고 한다. 나타나는 곳마다 모조리 불태웠던 지귀는 결국 여왕의 주문으로 퇴치됐다. 상사병으로 인해 불타오른 지귀는 요괴라 하기엔 어째 조금 짠한 듯 하지만, 온 거리를 불바다로 만들 만큼 화력이 대단했다고 하니 위험한 존재라 분류해야겠다.


■ 상서로운 숫자, 3에 관련된 영물들

숫자 3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서로운 숫자라 여겨지곤 했다. 완전성을 상징하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3은 ‘기본’이면서도 ‘충분한’ 숫자이고, 또 ‘적당한’ 숫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길한 성질을 지닌 수로 잘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숫자 3과 연관이 있는 괴물, 귀신 등은 대체로 ‘신성한’ 무언가로 묘사되곤 했는가보다.


-삼두일족응

다른 문화권에도 머리가 여럿 달린 새 형태의 괴물은 등장한다. [wikimedia 캡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매(鷹, 응)는 머리가 세 개고, 다리가 한 개다. 삼두일족응은 신성한 새로 여겨졌는데, 질병과 악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고 쪼아 물리친다고 한다. 특히 세 개의 머리로는 세 가지 재앙을 하나씩 맡아서 쪼아 없앨 수 있었으며, 백성을 착취하는 관리에게도 나타나 쪼아대고는 하늘로 올라가 이를 고하는 존재였다고 한다. 부적 등에서도 삼두일족응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으며, ‘삼재’를 퇴치하는 영물로 여겨졌다.


-삼목구와 삼족구

삼목구는 눈이 세 개 달린 개, 삼족구는 다리가 세 개인 개를 뜻한다. 우선 삼목구는 저승의 삼목대왕이 이승으로 귀양살이를 와 모습을 둔갑한 존재였으며, 3년간 인간에게 은혜를 입고 또 인간을 잘 보살피면 다시 저승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개의 모습을 한 상태에서는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고, 훗날 자신의 주인이 저승으로 오면 그를 알아보고 사례를 했다고 한다.

귀신을 잡는다는 삼목구의 모습. 눈이 세 개라니 조금 께름칙하게 생겼었을지도... [가회민화박물관]

삼족구는 사람을 홀리는 구미호를 쫓는 영물이라고 알려져있다. 삼족구는 앞발이 하나, 뒷발이 둘 달린 개지만 영험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영물로 여겨졌으며, 소매에 넣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몸집이 작았다고. 그러다가 요사스러운 괴물이나 귀신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물어 뜯어놓는다고 한다. 어째 ‘포켓몬스터’가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다.


-삼족오

고구려 벽화에 많이 등장했던 삼족오는 전통적으로 신성하고 영험한 존재의 상징이었다. 삼족오는 태양에서 사는 존재라 여겨졌던 삼족오는 하늘의 뜻을 전하는 역할을 하며, 세 다리 중 첫 번째 다리는 떠오르는 태양을, 두 번째 다리는 정오의 태양을, 세 번째 다리는 지는 태양을 상징한다. 고구려 지방에서 자주 언급되고 목격됐다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무렵, 또는 그 전에 종종 출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길운과 보호를 가져다주는 존재

사료 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는 인간을 골려주거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존재 말고도 영험하고 신통한 존재들 역시 있었다. 이들은 주로 신, 수호신 등의 이름으로 불렸는데, 악귀나 재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었다고 한다.


-성황신

국내 여행을 하다가 종종 마주치셨을지 모를 서낭당의 모습. [나무위키]

시골마을 등에는 성황당(서낭당)이라는 곳이 있다. 건물일 경우도 있고, 오래된 나무 근처에 돌 무더기 등이 쌓여있는 장소일 경우도 있는데, 이곳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조성된 일종의 ‘성소’다. 이곳에 모셔져있는 신이 바로 성황신(서낭신)이다. 토속신앙에서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성황신은 푸른 불꽃의 형상으로 나타나며, 지역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때문에 이곳이 훼손되거나 파괴되면 재앙을 입는다는 식의 민담도 꽤나 여럿이 퍼져있다. ‘신령한 나무를 베려다 죽음을 당했다’는 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신계, 신록, 신오

닭(鷄), 사슴(鹿), 까마귀(烏) 앞에 ‘신’이 붙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 조상들은 신이 깃들거나 신의 뜻을 전하는 동물들이 있다고 믿었는가보다. 이들은 신 그 자체였을 수도 있고, 주로 계시를 주거나, 귀신을 쫓거나 하는 영수(靈獸)로 여겨지기도 했다.


■ 좀 더 많은 전통 요괴들이 발굴되길

이번에 우리가 소개해드린 내용 이외에도 우리 한반도 땅에는 예로부터 참 많은 괴물과 귀신, 영물, 요괴, 잡신, 수호신들이 살아왔단다. 하지만 외세의 침략과 식민지 등을 거치면서 많은 기록들이 유실되기도 했으며, 그렇게 서서히 우리 민족에게서 잊혀진 존재가 돼 버렸던 게다.

성주신한테 까불면 안되겠다. [신과 함께-인과 연 포스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기록들이 있다. 비록 그것이 구체적으로 정리되지 못했을 뿐, 사료와 고서적, 민담, 설화 등을 들쑤시고 다니다보면 또 어떤 요괴들이 등장할지, 어떤 수호신과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웹툰 ‘신과 함께’ 시리즈만 봐도 그렇다. 성주신이니, 대별왕과 소별왕이니, 할락궁이니, 녹두생이 등도 모두 우리나라 전통의 신들이거늘, 우리는 그들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만화 속에서 재탄생한 그들은 모두 매력이 넘친다. 자, 어떤가? 이만하면 여러 창작물에도 한국 전통의 괴물과 괴수들, 요괴들이 등장해볼 법 하지 않나?

우리나라 역시 전통의 신과 괴물, 요괴, 귀신들이 살았었다고 전해져내려온다는 점을 잊지 마시길! [wikimedia 캡쳐]

최근에는 이런 내용과 기록들을 발굴해 정리하고, 자료집으로 내려는 여러 시도들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언젠간 이 환상 속의 존재들을 매력적으로 묘사해낸 영화, 소설, 만화, 웹툰, 게임도 만나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참고서적: 동이귀괴물집

    교양공감팀 | pjs@go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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