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5시간 촬영·저녁 거르고 사우나 쪽잠은 일상...개선대책 마련 시급”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드라마 제작현장 촬영일정을 공개했다. / 윤정환 기자

[공감신문] 최근 SBS 드라마 카메라 스태프가 폭염 속 근무 후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9일 드라마 제작현장의 도를 넘은 촬영 일정이 공개됐다.

방송제작 현장에서 지속적인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목숨까지 잃는 일이 발생하자, 불공정한 계약관행과 열악한 방송제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드라마 제작현장 촬영 일정을 공개하며 정부·방송사·제작사의 즉각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추 의원이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의 제보를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각 현장에서는 하루 20시간 이상 노동이 비일비재했다. 이들은 하루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30시간을 초과하는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SBS 드라마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의 스태프의 경우 전날 28시간 촬영, 당일 23시간 30분 촬영 후 사우나에서 2시간가량 쪽잠을 잤다. 이후 다시 새벽부터 촬영현장에 복귀했다.

9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준비한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촬영일정 자료 / 윤정환 기자

tvN의 ‘아는 와이프’는 총 16일 촬영기간 중 18시간 이상 촬영을 한 날이 11일이나 됐다. 이 중 5일은 20시간을 초과했고, 최소 촬영시간은 12시간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KBS, JTBC, MBN이 제작하는 드라마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촬영시간 105일 중 노동시간이 12시간 이하인 날은 7일에 불과했고, 20시간 내외 초장시간 노동이 대다수였다.

특히 tvN의 ‘식사를 합시다3 비긴즈’의 스태프들은 추 의원에게 12시간 이상 촬영을 하고도 저녁식사를 못했다고 제보했다고 알려졌다.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는 “최근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장시간 노동 후 홀로 숨을 거둔 동료가 있는데 언론에서는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세상을 등진 동료의 죽음이 남 일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인기리 방송 중인 한 드라마 스태프가 날을 넘겨 촬영을 하고 다음 지방촬영 일정을 맞추려다 잠도 못자고 이동하다 교통사고가 났다”며 “방송사와 제작사가 하루 빨리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단축’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관계자들이 기본권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윤정환 기자

추 의원은 “드라마 방송제작 스태프 노동자들은 24시간 근무시간이 명시된 근무계약서로 인해 살인적인 초과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이번 자료는 현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제작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열악한 방송제작 시스템과 불공정한 계약관행이 가져온 결과”라고 규정했다.

추 의원은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현장에서 전혀 힘을 갖지 못하는 조치들 뿐이다”며 “정부, 방송사, 제작사는 더는 방송제작 노동환경 개선에 안일하게 대응하지 말고 즉각적인 조치와 불공정 계약관행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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