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수련환경 개선 유도, 양질의 수련 환경 조성, 전공의 근무시간 개선 등 필요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지난 2016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전공의의 근무 환경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전공의법 3년, 전공의 근로시간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정의당 윤소하 국회의원, 대한전공의협의회 공동주최)가 열렸다.

현재 전공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근무시간과 비윤리적·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공의가 의사이면서 피교육자라는 이중적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주당 10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과 지도교수, 상급전공의, 환자 등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전공의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 2016년 12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고(故) 신형록 전공의(31)가 당직 근무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 당시 그는 35시간 연속 당직을 서고 있었고, 주 110시간 이상을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 김대환 기자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 / 김대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부터 전공의법 시행됐지만 유예기간 동안 병원에서는 허위당직표, on call 당직, 의료전산시스템 계정 차단 등 수련 규칙을 피해가는 꼼수가 등장했다. 무면허의료행위가 증가하며 현실은 크게 개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진현 부회장은 “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2015년과 비교했을 때 2017년 기준 주 당 근로시간이 평균 5.1시간 감소해 늦게나마 수련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근로시간이 상당히 줄어든 후에도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87.3시간으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물론 대한전공의협의회로 과도한 근로시간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수련환경평가 결과에서 전체 수련기관 244개소 중 94개(38.5%)에서 전공의 수련규칙 일부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42개소 중 32개(76.2%)에서 수련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2018 전국 전공의 병원 평가' 및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시간 보장에 대한 설문조사(2019)' 결과에서는 전체 4855명의 전공의 중 4명 중 한 명이 수련환경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회장은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업무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을 호소했다. 거의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불충분한 수면으로 인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과도한 당직 업무와 휴일임에도 주치의 업무, 과내 행사, 잡일 등으로 쉴 수 없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들은 개별 수련병원이나 전공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도제식 교육, 국민 인식, 공공적 요구와 자본적 욕구 사이의 불협화음 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중첩된 결과이기에 법제화된 전공의 수련규칙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전공의의 현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수련환경 평가, 적절한 수련환경 개선 유도, 양질의 수련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인재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 / 김대환 기자
이인재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 / 김대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토론자로 참석한 이인재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는 “전공의의 현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공의 근무시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국회는 ‘전공의법 개정안’을 통해 법안이 처음 만들어지던 과정부터 언급됐던 ▲전공의 폭행의 처리에 대한 규정 ▲이동 수련의 권한 규정 ▲수련과목별 지정 취소 규정 ▲지도전문의 지정 취소 등의 항목을 추가했다. 하지만 전공의 과로사 문제에 직결되는 근로시간에 대한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재 대표는 “전공의 법이 규정하는 수련시간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신형록 전공의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환자가 안전하고 전공의가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고용노동부가 인정하는 과로 기준까지 줄여야 한다”며 “전공의의 근무시간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수련병원 취소를 필요적으로 규정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입법의 보완 시까지는 야간 당직 시 담당 환자 수 제한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대 등을 시행해 실질적으로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전공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영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 / 김대환 기자
임영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 / 김대환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임영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보건복지부에서는 수련환경 평가를 이행하지 못한 해당 병원에 대해 점검을 시행했다. 일부 병원에 대해서는 직접 방문에 현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임영실 사무관은 “전공의법 시행 이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조금씩 수련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사무관은 "전공의의 업무가 과중되면 환자의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공의의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3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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