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라메드] <계간홀로> 이진송 편집장 “연애 강요하는 사회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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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라메드] <계간홀로> 이진송 편집장 “연애 강요하는 사회를 반대한다”
  • 이채현 기자
  • 승인 2018.10.1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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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연애 무첨가’ 연애인터뷰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달라”
장소제공 = 카페 파스텔 / 사진 = 운동길 사진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오랜만에 만난 친척 또는 친구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 만큼이나 많이 듣는 말이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니?”다. 언제부터 연애가 안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걸까. 모두가 연애를 권장하는 사회에 반기를 든 <계간홀로> 편집장이자, <연애하지 않을 자유>의 저자 이진송 씨를 만났다.

독립책방을 즐겨가는 에디터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은 그 책 <계간홀로>. 범상치 않은 이름 위에는 비연애인구 전용잡지라고 사뭇 진지한 글씨체로 쓰여 있다. 그렇다고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외치는 잡지냐 하면 결코 아니다.

솔로들을 짠하게 여기는 사회현상을 비판하고 성소수자들을 비롯해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연애를 존중하는 한 여자의 외침으로 완성된 잡지다. 연애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이야깃거리가 없는 이들을 위해 과감히 펜을 잡은 그녀와의 대화.

독립잡지 <계간홀로> 이진송 편집장 /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매년 밸런타인데이와 광복절에 잡지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계간홀로>의 근황도 궁금합니다.

A. 평소에는 책 보고 글 쓰는 것이 일상이에요. 처음엔 여러 사람에게 기고를 부탁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어요. 유명하지 않고 어떤 잡지인지도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거의 저 혼자 하는 원맨쇼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많은 분이 글을 보내주시고 이제는 내용도 더 풍성해졌어요.

잡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연애’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1910년 서양에서 일본으로 수입된 LOVE가 연애라고 번역되어 국내로 들어오면서부터 ‘연애’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죠.

당시에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나 그 단어의 뜻을 알고 비슷하게 흉내 냈던 거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당연히 누군가를 사랑해왔겠지만, 연애와는 다른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연애는 훨씬 사회학적이고 근대적인 개념의 관계이고 필수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Q. <계간홀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A. <계간홀로>는 단순히 안티연애 잡지는 아니에요.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연애라는 개념을 남녀 간의 것으로 국한시키잖아요? 하지만 <계간홀로>는 조금은 다른, 주류 바깥의 연애까지 포함하는 비연애 잡지에요. 예를 들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규정하지 않는 젠더퀴어들의 연애는 남녀가 하는 연애랑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또, 타인에 대한 성욕을 느끼지 않아 자신을 무성욕자로 규정지은 분들은 연애하면 성관계가 자연히 따라야 한다는 인식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하기도 해요.

제가 쓴 글 중에 ‘연애가 망친 나의 명작’이라는 글이 있어요.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나 만화에서 여자 캐릭터가 꼭 누군가의 아내나 여자친구로 끝나는 결말이 너무 지겨운 거예요. 잘 나가다가 항상 ‘기승전 연애’가 되는 아쉬운 작품들에 대한 리뷰를 써봤어요.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Q. 공감하시겠지만, 여자들끼리 만나면 남자친구 얘기를 제일 많이 하잖아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체 연애가 뭐기에.

A.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연애 이외의 화제가 빈곤하다는 것 아닐까요. 마치 연애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인 것처럼 제시되면서 솔로들을 불쌍히 여기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어요. 반대로 연애 하는 사람들은 과시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고요. 만약 여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넌 남자친구 있어?”라고 물어봤을 때 없다고 하면 걔는 솔로가 되는 거예요.

하지만 그 친구는 말 못하는 여자애인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분명 굉장히 다양한 맥락의 애인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연애를 2030의 비장애, 비슷한 계급의 남녀 관계로 규정하다 보니 그 외의 사람들이 하는 연애는 떳떳하지 못한 게 현실이죠.

제가 20대 초중반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애가 모임의 화제를 독점하는 현상이 폭력적이고,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여자들은 현재의 연애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나 상품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연애를 안 하거나 인기가 없으면 자기가 조금 별로라는 자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계간홀로> 캐치프레이즈 중에 “니 연애 니나 재밌지”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친한 친구들에게는 연애 안부를 물어요. 걔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연애를 하는 게 안부와 연관이 돼 있으니까요. 단, 암묵적으로 “살이 찐 것 같다” “너 ~ 좀 해야겠다” 등 지적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에요.

Q.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이신데,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저는 우선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비혼주의자에요. 태어나서 한 번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혼주의라고 해서 혼자 사는 게 결코 아니에요. 모임을 형성해 쉐어하우스 형태로 살 수도 있고, 친구 또는 애인이랑 동거할 수도 있는 거죠.

<계간홀로>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 “결혼적령기의 여자가 결혼을 원하지 않을 때 결혼을 원하는 남자를 만나면 빨리 헤어져 주는 것이 맞나”하는 논점이에요. 상대방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요즘 저처럼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당장 1년 뒤 예식장도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결혼을 많이 하거든요. 저는 그 외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잡지를 만든 거죠.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Q. 연애가 없으면 집에만 있는 집돌이·집순이들, 연애가 여가생활의 전부인 이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A. 사실 집에 있는 게 편한 분들은 무슨 말을 해도 안 듣죠. 하지만 조금 안타까운 건 있어요. 사회에서 연애를 허용하는 나이는 길어야 15년인데, 만약에 결혼이라도 하면 자기 삶에 누군가 완전히 들어오게 되니까 결국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이성친구에게 자기 삶을 의탁하면 평생 스스로를 좋아할 기회가 없다는 것.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떨 때 기쁘고 슬픈 감정들을 느끼는지 모른 채 남에게 의존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도 연애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애인의 유무가 자기 생활의 질을 결정하게 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혼자라도 맛집에 가거나 전시를 보고 콘서트도 가보고 여러 시뮬레이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답니다(웃음).

Q. 반면 진지한 연애 말고 데이트만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요즘은 연애가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스타일로 나타난다고 봐요. 간혹 칼럼 같은 데 높으신 분들이 ‘젊은이들은 책임지는 것을 싫어하고, 진지한 연애를 기피한다’는 등의 코멘트를 다는데, 아주 딱 질색이에요. 단순히 데이트 메이트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예요.

중요한 건 상대방과의 합의. 데이트하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기만하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해요. 누군가는 진지하게 만나고 싶은데 누군가는 데이트만 하고 싶다면 그 관계는 빨리 정리해야겠죠.

스킨십 같은 부분도 상대방과 합의가 된 상태에서 하는 게 좋아요. 특히 여자들은 확신 없는 스킨십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 관계는 뭐야?”라고 자주 물어보는 등 관계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되죠. 그러니 스킨십을 하기 전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진 = 윤동길 사진기자

Q. 이진송 씨가 생각하는 행복한 비연애, 비혼 생활은 무엇인가요?

A. 비연애와 비혼이 결코 거부나 포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하지 않음’ 역시 실천인데 ‘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두는 편견이 싫어요. ‘자발적’과 ‘비자발적’을 칼 가르듯 나누는 것 역시 애매해요. 솔로 중에서도 연애 ‘안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계급을 나누게 되잖아요.

이럴 경우 연애 안 하는 사람은 우월의식이 생기고요.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애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 자발적 비자발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연애가 없는 삶을 불쌍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해요.

예전에는 연애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젠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루고 관련 칼럼니스트나 상담가들이 많아지면서 연애장벽도 낮아졌어요. 원래는 연애가 결혼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연애 자체가 목적이 된 거죠.

또, 근대로 넘어오면서 계급이 없어지고 연애란 개인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됐어요. 그러면서 연애 자체에 대한 방식과 성격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이제는 그런 부분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우선 <계간홀로>를 꾸준히 오래 만드는 것! 원래 자영업도 그렇고 3년을 버텨야 된다고 하잖아요. 이제 4년으로 접어들고 나니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나 용어 사용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전국에서 이 잡지를 보는 사람이 많아야 300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저 혼자만의 잡지가 아니니까요.

두 번째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것! 잡지를 처음 만들었을 때 제 나이가 26살이었는데 소희 말해 “약 빨고 만들었다”라는 식의 개그를 표방했었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확실히 그때랑 지금의 개그감은 다르더라고요. 저는 웃기다고 썼는데 독자들은 ‘뭐야?’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계속 공감할 수 있는 웃음코드를 잃지 않았으면 해요. “별님! 부디 제 개그감각만은 빼앗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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