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美·中 튼튼한 외교축 구축
외교는 ‘이해의 교환’… 흐름의 방식 통해 이해해야
 
“외교의 본질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늘 ‘쌍방통행’이어야 합니다. 외교에 있어서는 완승이라는 게 없습니다. 교섭을 하게 되면 서로 절충하면서 결국 중간지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외교를 ‘이해의 교환’이라고 부릅니다. 국민들께서도 이러한 측면에서 외교를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느 단면만을 평가하지 말고 전체적인 흐름을 통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10월 24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외교부에서 만난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은 “모든 인간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외교도 역시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서 조화를 이룬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14회 외무고시를 합격하고 지난 1980년부터 만 33년간 외교관으로 활약한 그는 지난 3월 박근혜정부의 첫 외무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라는 큰 밑그림을 내놓은 만큼 외교부는 물론 그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치대를 졸업하셨는데 외교관으로 방향을 전환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제게는 다소 좁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도 소중하겠지만, 단순하게 반복되는 의료인으로서의 삶보다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외교관으로서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후 외교관으로서 살다보니 적성에도 굉장히 잘 맞더군요. 그러다보니 어느덧 33년째 즐겁고 보람되게 지내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상당한 소프트파워 지닌 ‘매력 대통령’
-말씀하신대로 지난 1980년 외무부 입부(入部) 이후 만 33년만에 외교부 차관에 오르셨습니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첫 외교부 차관으로 취임하셨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취임이후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 보람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나라가 바로 미국과 중국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취임이후 지난 5월과 6월 두 나라를 차례로 방문하셔서 큰 외교성과를 달성하셨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그 어느 때보다 두 나라와의 외교축을 튼튼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지난 9월에는 G20 정상회의 참석차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로 출국해 베트남을 방문하셨고, 이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를 차례로 방문하신 바 있습니다. 두 번의 국제정상회의를 통해서 대통령께서 달성하신 외교적 성과를 보면서 우리 부에서는 ‘매력 대통령’이라고 칭하게 됐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니고 계신 소프트파워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스타일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외교부 차관이다 보니 저 역시 자주 여러 나라에 가서 자주 회의를 가지곤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하는 나라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보기 드물 정도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인기가 국제적으로 높다보니 해외공관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물론 외교부 전체가 신명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웃음).”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하셨는데…
“아시다시피 박근혜 대통령께서 취임하시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라는 큰 외교적 밑그림을 내놓으셨는데, 현재 북한과 일본과의 문제로 인해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수정주의적인 역사관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동북아 평화협력에 있어 전략적 청사진을 크게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더불어 북한이 야기한 개성공단 문제와 이산가족상봉 취소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을 가로막는 난관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외교정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다보면 머지않은 시점에 우리가 뜻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
 
격상된 국격만큼 외교부 역할도 중요한 시점
-그동안 정부와 민간차원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세계적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사료됩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말씀하신대로 정부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민간부분에 있어서도 상당히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바레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현지에 근무하는 말레이시아 대사가 제게 전해준 에피소드가 있어요. 말레이시아 총리가 스마트폰에 대고 ‘What is 강남스타일?’이라는 질문을 던졌데요. 도대체 ‘강남’이라는 게 뭐냐고 대사에게 물었답니다. 자국민들은 물론 전세계에 강남스타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너도나도 가수 싸이의 춤을 따라서 하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고 말입니다. 이러한 한류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을 바탕으로 민간차원에서의 외교적 위상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오랜 원조 수원국의 지위를 벗고 지원을 해주는 공여국으로 전환한 현재까지 유일한 국가가 됐습니다. 따라서 외교부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30년 이상을 외교관으로 활동하셨으니 누구보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것 같습니다. 특히 소통에는 자신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만.
“소통에 자신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습니까. 조직이라는 게 결국 개개인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 같습니다. 구성원 한명 한명이 조직에 애정을 갖고 있지 않으면 전체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는 법이죠. 그러한 차원에서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말이 새삼 와닫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구성원들과 1대 1 소통을 강조합니다. 가급적 1대 1로 인간적인 관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야 서로 깊이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보면 ‘목자는 양을 알고, 알은 목자를 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과거 팔레스타인에서 목동들이 지팡이에 방울을 달고 흔들면 양들이 자신의 주인의 방울소리를 알아듣는 것이죠. 목동과 양이 각자의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을 때 비로소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리더십의 문제도 결국 ‘소통을 얼마나 잘하느냐’와 ‘올바른 판단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독도에 대한 일본 태도… “개탄스러울 뿐”
-10월 25일은 제113회 ‘독도의 날’입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올해 독도관련 예산이 42억원으로 지난해(23억원)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일본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데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외교부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국제무대 등을 통해 독도문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독도주권 수호가 목적이다 보니 그동안 독도문제에 있어서는 ‘조용한 외교’를 펼쳐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과 굳이 다툴 거리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일본이 워낙 시끄럽게 굴기 때문에 우리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대응을 하고, 국제적으로도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독도와 관련해 홍보 강화에 나선만큼 세계적으로 독도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우리나라도 홍보를 강화시켜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반크’와 같이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사이버외교사절단의 역할이 저희에게는 상당히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들과 보다 친숙한 외교부가 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주신다면.
“솔직히 ‘외교’라는 분야는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제 경험상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외교의 본질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늘 ‘쌍방통행’이어야 합니다. 또한 외교에 있어서는 완승이라는 게 없습니다. 교섭을 하게 되면 서로 절충하면서 결국 중간지점에서 만나게 됩니다. 따라서 저는 외교를 ‘이해의 교환’이라고 부릅니다. 국민들께서도 이러한 점에 있어 외교를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느 단면만을 평가하지 말고 전체적인 흐름(flow)의 방식을 통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든 인간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외교도 역시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서 조화를 이룬다는 측면에서 혜량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김규현 차관>
-1953년 6월 13일 출생(서울)
-서울 경기고 졸업
-서울대 치의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제14회 외무고시 합격
-주미한국대사관 2등서기관
-주방글라데시대사관 참사관
-외교통상부 북미1과장
-주미한국대사관 참사관(정무), 심의관
-국방부 국제협력관
-주미한국대사관 공사(정무)
-외교통상부 장관특별보좌관, 평가담당대사
-외교통상부 차관보
-現 외교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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