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2일 복지위 국감서 집중포화 및 진정성 사과 요구...朴 “의도 있었다면 사과드려”

박경서 대한적십자회장이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 윤정환 기자

[공감신문] 윤정환 기자=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화두는 박경서 대한적십자회장의 ‘성희롱 발언’, ‘황제의전’이었다.

복지위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박 회장이 성희롱 발언 논란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을 촉구했다. 또 최근 차량을 1억원 상당의 EQ900으로 교체한 데에 소상한 설명을 요구했다.

당초 박 회장은 여야 의원의 질의 공세에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으나, 거듭된 질문이 반복되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성희롱 발언’, ‘황제의전’ 공세 첫 탄은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쏘아 올렸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이다. / 윤정환 기자

김순례 의원은 “대한민국 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쳐 힘쓰신 분께서 취임 이후 첫 팀장급 회의에서 손녀 정도 되는 직원 앞에서 ‘가슴’을 비유한 성희롱을 했다”며 “성희롱 예방교육으로 양성평등을 추진하신다면서 적반하장이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과 9월 직원 두 명은 성 비위 사건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고 감봉 3개월을 받고 계약직 직원 두 명은 해임까지 됐다”며 “직원들에게는 엄중한 잣대를 대고 회장은 처벌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과만 하면 다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 회장은 성희롱 혐의를 축소·은폐한 측근을 자신이 성희롱 사과문을 대국민 발표하는 날 승진시켰다”며 “본인이 고귀하게 지켜온 인생을 지키기 위해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 박 회장에게 “국정감사장에서 성희롱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시고, 성평등한 기관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이다. / 윤정환 기자

이에 박 회장은 “저는 그런 의도가 없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미투운동을 적극 추진하며 성 관련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의원은 “성희롱 등 성범죄는 주관적인 판단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일이며 피해당사자들이 있는데, ‘상대방이 그렇다면’과 같은 상황을 전제하지 말라”고 지탄했다.

한국당 김세연 의원도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그 사람이 불편했다면 등은 진정한 사과라고 볼 수 없다. 이런 권위의식과 성의식을 지닌 분이 어떻게 적십자사 회장으로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감장에서 전제를 붙여서 한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 인권대사를 역임하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이다. / 윤정환 기자

박 회장은 “진정한 사과를 나중에 또 드리겠다. 그게 성희롱이든 아니든 무조건 유감을 표한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도 박 회장의 ‘전제’ 깔린 사과에 난색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의도와 상관없다는 말을 계속하시는데, 토를 계속 다시니 진정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핵심이 빠져 있으니 진정한 사과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 의원은 “회식자리 성희롱 문제뿐만 아니라 기관장으로서 각종 의혹이 알려졌을 때 엄중히 생각하시고 문제에 접근하셨어야 했다”고 했다.

이밖에 박 회장 취임 이후 바뀐 차량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김순례 의원은 “평소 경차도 상관없다고 말씀하시던 분이 회장이 되자마자 황제의전 의혹에 휩싸였다. 원래 쓰시던 제네시스 G80을 9개월 만에 1억원 상당의 제네시스 EQ900으로 바꾸셨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22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이다. / 윤정환 기자

김세연 의원은 “평소에 차가 필요 없다고까지 말씀하셨는데, 차량을 다시 바꾸실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 회장은 “차량을 꼭 바꿔야 한다면 바꾸고 아니라면 바꾸지 않겠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차량 교체는 남북적십자회담 등 의전 격상 필요에 따른 조치”라고 일축했다.

지난 6월 8일 서울과 강원도 원주 팀장급 직원 34명과 간담회를 열어 성적인 농담을 던졌다.

당시 박 회장은 “여성 3명이 모이면 두 글자로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느냐”며 여성의 ‘가슴’을 언급한 농담을 던졌다. 당시 회의 참석자에 의하면 박 회장은 음주 전이었다.

박 회장은 성희롱 논란 직후 보도자료에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발언이지만 누군가 거북했다면 분명히 잘못된 발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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