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피해자 103명, 올해 4월 청와대에 민간인 피해 대한 정부의 조사와 책임 촉구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특별법 제정’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대환 기자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특별법 제정’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김대환 기자

[공감신문] 김대환 기자=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5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특별법 제정’ 세미나(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 주최)가 열렸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는 지난 1999년부터 공론화된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장기간의 공론화에도 한국 정부의 공식적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피해자들 중 일부는 명시적으로 한국 정부에게 진상조사와 사과,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4월 베트남 피해자 103명은 청와대에 베트남 민간인 피해에 대한 정부의 조사와 책임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당시 전투사료 등에서 피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공동으로 조사해야하는데 그러한 여건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가 20년 가까이 공론화된 베트남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해 앞으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 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진상규명을 외면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정부가 표명한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각각 베트남 전쟁에 대해 ‘불행한 시기’, ‘마음의 빛’ 등 추상적인 언급에 그친 것은 공식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피해 사실을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남주 변호사는 “국방부는 한국군에 의해 일방적으로 작성된 전투사료에서는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할 뿐, 피해 상흔이 몸에 남아있거나 피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청원인들에 대한 1차적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무성의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 김대환 기자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 / 김대환 기자

김 변호사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이 대한민국 사법제도를 통해 피해가 구제되고 있다. 베트남 국민들도 대한민국 사법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만약 베트남 피해자들이 대학민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다면 정부는 아시아 시민들을 비롯한 전 세계 시민들에게 피해자들에게 비인도적 국가라는 비판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전쟁 민간인 피해사건에 관한 제도적 해결을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없는 한 이전 소송을 통해 특정한 피해 사건의 존재가 밝혀진 사건에 대해 이전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는 다시 소송을 통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한세인사건법, 4·3사건법, 반민족규명법, 일제강제동원규명법, 5·18진상규명법, 세월호진상규명법 등을 예시로 들며 베트남전쟁 민간인 피해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는 “특별법을 제정해 정부 내에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아 조사를 개시해야한다. 정부와 각종 기관으로 하여금 자료를 협조하게 해야한다”며 “조사를 마친 다음 진상조사결정을 의결하고, 조사 결과를 조사보고서로 작성해 대통령 등에게 보고해야한다”고 말했다.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 김대환 기자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 / 김대환 기자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석미화 한베평화재단 사무처장은 “베트남전쟁 민간인 피해에 대해 진상조사하고 사과하는 것은 단지 베트남 피해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진상규명 활동에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전쟁의 기억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깊어지고, 수많은 베트남 참전군인은 전쟁범죄의 가해자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석미화 사무처장은 “국가폭력에 동원된 또 다른 피해자인 참전군인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베트남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참전군인의 삶까지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사무처장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성찰 부재가 광주 5·18을 낳고, 결국 끊임없는 폭력의 고리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며 “성찰하는 일, 그리고 기록하는 일은 미래의 전쟁과 폭력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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