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전 추미애 ‘사드 백해무익론’ 펼친 직후에 미국서 한미동맹 강조

[공감신문 김대호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13일(현지시각) 미국을 방문해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을 만났다.

정의장은 라이언 의장에게 "(한국) 야당은 사드에 대해 정부가 국민이나 국회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은 당적은 포기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당적으로 지난 4·13 총선에서 정치1번지 종로에서 당선됐다. 그런 정 의장이 미국 하원 의장 앞에서는 야당이 사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하루전인 12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가 한미동맹의 본질은 아니다. 군사적으로 사드는 북핵을 막을 수 없는 백해무익한 것이며, 중국까지 나서 반대하고 있다"며 "안보상황을 국내정치에 이용해선 안된다. 안보를 구실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낡은 안보'는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직후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미묘한 사안이라 결정을 늦추고 있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 놓고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해왔다.

정세균 위원장도 지난 1일 제20대 국회 개회사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주도의 북핵 대응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 한다"고 발언했다. 정의장의 발언에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모종의 사과와 타협으로 수습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는 두 야당이 사드 배치 반대라는 명분을 세우고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고, 정 의장 자신도 사드 발언으로 정부와 여당과 시각차를 드러낸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하원의장 앞에서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전달한 것이다. 모양이 좋지 않다. 정치인이면 다 그런 것인가. 집안에선 쪽박이 깨지도록 싸우면서 밖에 나가 힘센 나라에 가서는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사드 반대론자의 근간에는 사드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골자로 한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인체에 해를 준다느니, 정부가 소통을 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이유를 대고 있다.

야당이 국내에서 사드 반대를 한다면, 미국 가서도 더 당당하게 주장해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사드 배치를 무산시켜 미국의 의도를 좌절시켜야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장과 여야 3당 원내총무들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외쳤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빌딩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만나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 한 가운데 통역 여성을 중심으로 왼쪽이 정 의장, 오른쪽이 라이언 의장이다. 라이언 오른쪽으로는 새누리당의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정 의장 왼쪽으로 박 원내대표와 안호영 주미대사. /연합뉴스

정 의장은 순방에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동행했다. 정의장은 이들을 거론하며 "3당은 한미동맹 강화가 기본이라는 것과 유엔의 대북제재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김영수 국회대변인이 전했다.

정 의장은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내 일부에서는 핵무장론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대화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장 취임 후 의회외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동북아 평화협력 외교단'을 구성한 바 있으며, 의회외교를 통해 한미 양국 정부의 노력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서 "관련된 서한을 보냈으니 잘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라이언 의장은 "미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사드배치와 함께 어떤 제재가 효과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북한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북한이 양보만 얻어내 인센티브만 주는 꼴이 됐다"며 "그래서 미국은 (대화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방문해 존 햄리 CSIS 소장과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로 참석한 바 있는 빅터 차 한국석좌 등 한반도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미국이 여러 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한미동맹은 대단히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는 응분의 제재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국민과 국회가 언제까지 남북 간 치킨게임의 관망자로 있어야 하느냐. 작은 것이라도 가능한 부분부터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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