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주 칼럼] 패자는 해상유전…국제유가 50~60 달러 움직일듯

한용주 칼럼니스트

[공감신문=한용주 칼럼니스트] 다음주 알제리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비공식 회담을 앞둔 가운데 사우디 아라비아 감산 의사를 언급했다. 사우디는 이란이 올해 산유량을 동결하는 데 동의할 경우 감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가 폭락으로 인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우디가 석유 전쟁의 치킨게임을 끝내고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크게 늘어나자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사우디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증산에 나섰다. 즉 공급물량을 늘려 가격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WTI기준 배럴당 100달러가 넘었던 유가가 반 토막이 나더니 급기야 30달러/배럴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자 사우디의 의도대로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줄기시작 했고 상당수 미국 셰일오일 채굴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했다.

 

그러나 미국 셰일오일 회사들이 모두 망한 건 아니었다. 여전히 미국 내 상당수 셰일오일 회사들이 건재했다. 그 사이에 채굴기술혁신으로 채굴원가가 낮아졌고 지리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고 있었다. 국제유가는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이 다소 해소되면서 유가도 약 40~50달러/배럴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오히려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산유국들이다. 생산원가는 낮지만 국가재정 부담을 고려한 재정원가는 약 80달러/배럴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부담으로 장기간 가격전쟁을 벌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하는 약점이 노출된 것이다. 결국은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증산경쟁을 멈추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치킨게임을 주도했던 사우디의 태도 변화로 머지않아 석유전쟁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다. 그러면 석유전쟁의 결과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가?

 

우선 공급원 별 생산비용을 비교해보자. 사우디의 생산비용은 배럴당 약 12달러 수준이고 다른 산유국 육상 전통오일의 생산원가도 배럴당 약 10~20달러 수준이다. 에너지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하면 셰일오일은 배럴당 약 30~40달러이고 해상오일은 약 40~60달러이다.

그러면 석유전쟁의 결과 승자와 패자는? 당연히 승자는 육상유전이고 패자는 해상유전이다. 해상 석유시추선 주문이 뚝 끊긴 것이 이를 반증한다. 지구촌 석유유전 투자는 2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북해 유전 숫자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육상 유전의 숫자는 늘고 있는데 반해 해상유전의 숫자는 줄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과적으로 미국 셰일오일이 해상유전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해상유전이 가격경쟁력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해상유전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해상유전이 사라지면서 공급과잉도 점차 해소되고 국제유가는 오를 것이다. 따라서 국제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 가격이 오르면 셰일오일 생산량도 늘어 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셰일오일 채굴가능 매장량은 향후 약 10년 이상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내년 이후 당분간 국제유가는 미국 WTI 기준 배럴당 약 50달러에서 약 60달러 BOX권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산유국끼리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미국이 승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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