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전 총리 공개석상서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 언급...메이 총리, 재투표 가능성 일축

영국 정부와 EU의 ‘브렉시트 협상안’을 두고 영국 의회 내에서 반발 기류가 강하다.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까지 거론되고 있다.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유럽연합(EU)과 영국 정부가 합의한 ‘브렉시트 협상안’이 영국 내에서 의회 비준을 앞두고 첨예한 갈등을 낳고 있다. 협상안 내용에 대해 영국 내 각 당이 반대를 하고 있어, 재투표 논의까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메이 총리의 최측근인 일부 각료가 브렉시트 교착 상태 해결을 위해 제2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사실상 부총리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3일 브렉시트 재투표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고자 야당인 노동당 의원들과 비밀리에 회동했다.

리딩턴 측이 국민투표에서 EU와 협상을 마무리한 ‘합의안’과 ‘노딜 브렉시트’ 안, EU 잔류안 등 3가지를 선택지로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공개석상에 나서서 제2 국민투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영국 런던의 브리티시 아카데미에서 블레어 전 총리는 “2차 국민투표를 한다면 찬반 양쪽 모두 브렉시트 협상 경험과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배운 것들의 맥락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2016년 6월 ‘EU 탈퇴’의 건을 두고 국민투표에 부쳤고, 국민들의 찬성으로 ‘브렉시트’가 결정됐다. 당시 전체 유권자 중 72.2%가 참여했고 51.9%가 탈퇴, 48.1%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지난 11월 25일에는 영국 정부와 EU는 브렉시트 협상안에 서명을 하고, 본격적으로 브렉시트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브렉시트 협상문에 대한 반발 기류도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협상문 내용을 둘러싸고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의견 차가 평행선을 달리자,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이다.

지난 11월 21일(현지시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왼쪽)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나 브렉시트 관련 협상을 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날 BBC 및 스카이 뉴스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의회는 영국민의 결정을 전달할 민주적 의무가 있다”며 “나는 영국민과 영국을 위한 좋은 합의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싸워 나갈 것”이라며 제2 국민투표 개최 가능성을 일축했다.

영국 정부와 EU가 합의한 협상문은 내년 3월 29일까지 양측 의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될 경우, 영국의 원만한 브렉시트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협상안 비준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3월 29일이라는 시한을 넘기는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의 합의되지 않는 상태로 EU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약금, 관세,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등 현재의 협상문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당장 영국 의회에서의 비준이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면서 '브렉시트' 과정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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