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보다 재능, 크기보다 속도 중요…한국 기업, 네트워크 강화 필요”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한국을 찾았다. 그는 18일 국회와 대법원, 한전아트센터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교보문고·한국전력공사·메가스터디·네이버가 공동 주관한 한전아트센터 행사에는 1,000여 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전도사다. 4차 산업혁명은 ①증기기관 개발이 출발점이 됐던 1차 혁명 ②전기 제품의 대량생산을 촉발한 2차 혁명 ③IT(정보기술)가 부상한 3차 혁명에 이어 ④기술·경제체제 변화로, 자동화와 인터넷 연결을 기반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이 결합한 미래의 산업 구조를 뜻한다.

독일 출신의 경제학자인 슈바프는 1971년 민관협력을 위한 국제기구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을 설립하며 세계 각국의 조정과 화합을 이끌어 왔다. 올해 초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주창했다. 그는 세계경제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클라우스 슈바프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저서를 출판했다.

지난 16일 방한한 후 잇단 공식 행사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의 비전과 과제를 역설했다. 그가 한국에 와서 설파한 내용을 요약한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① 4차 혁명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변화 포용해야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나의 발명에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여러 개의 혁신이 함께 통합돼 새롭게 적용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시스템을 총괄한다. 이러한 변화들이 눈사태나 쓰나미와 같은 속도로 몰려오고 있다. 우리의 소비 행동과 사고방식도 모두 달라진다. 2000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은 프라이버시와 투명성에 대해 이전 세대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 침투하고 있다.

3∼4년 후에는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멈출 수 없는 만큼 변화를 포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② AI가 일자리 대체…꾸준한 자기계발이 중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기존 산업을 대체하면서 중산층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반면에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고용의 기회가 더 많아져 일자리 찾기에서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통적인 직업 개념은 달라지고 평생 살면서 직업을 서너 번 바꿀 수 있게 돼 꾸준히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행정, 세무사, 보험설계사, 법조인과 같은 직업은 향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③ 고용기회는 더 많을 것…일자리 잃는 중산층 돌봐야

민주 사회의 중추 역할을 담당한 중산층이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 국가와 사회가 4차 산업혁명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계층을 잘 돌봐야 한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분명 고용 기회가 더 많을 것이다.

글로벌 리더의 조건으로 비전, 가치, 열정, 따뜻한 마음을 꼽을수 있다. 급속한 변화 속에서도 용기를 갖고 사람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위험보다는 기회에 더 주목하고 약점보다 강점에 초점을 맞춰 잘 활용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변화에 좀 더 열린 자세에 임해달라.

 

④ 자본보다 재능이 중요…젊은시대 혜택 누릴 것

4차 산업혁명의 시대 혁신과 창의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사람들이 아이폰을 새 제품으로 바꾸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혁신의 일부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해서는 재능이 중요하다. 앞으로 자본을 가진 국가보다는 다양한 재능과 인재를 가진 국가와 개인이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변화 수용에 적극적인 젊은 세대가 많은 국가가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더 많이 누릴 것이다.

 

⑤ 고령화 저출산, 이민으로 극복 필요

한국은 고령 인구가 많고, 출산율도 낮다. 한국은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이민을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성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양성평등도 확대해야 한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 관련 특별대담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⑥ 대기업 달라져야…크기보다 속도 중요

대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게 한다. 구글은 이미 하나의 대형 플랫폼 기업이다. 대기업도 플랫폼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강력한 역동성이 인상적인 국가다. 한국의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느리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4차 혁명 시대 크기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

나라마다 개발 수준이 다르더라도 4차 혁명의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격차는 줄일 수 있다.

 

⑦한국 재벌, 작은 물고기 조합으로 네트워크해야

한국 산업 구조가 대기업 위주로 짜여있는 만큼 재(再)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재벌 또는 대기업은 거대한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물고기 조합으로 네트워크화해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은 협동조합이라든지,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물고기들의 조합이 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한국의 대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다.

 

⑧한국 제조업, 신기술로 융합 발전해야

4차산업혁명으로 한국이 강세를 보여온 조선·철강·반도체·전자 등 3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 산업끼리 융합하는 것이다. 주력이던 3차산업을 융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철강산업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과 융합해 발전하는 게 4차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많은 드론배치담당자, 우버관리자 등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일자리가 생겨나는 속도보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빨라 정부와 의회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⑨옛것 보호한다고 새 것 창출되지 않아

미국과 유럽에서는 옛것을 지키려는 정당과 새로운 변화의 문을 열고자 하는 정당 간 새로운 간극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분리가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전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20∼30대 창업가들은 100% 정부 지원을 받고 있었다. 경직성이 없는 신생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민간자본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방어적 자세로 옛것을 보호한다고 새로운 것이 창출되지 않는다. 일자리 분야에서 창조적 파괴가 신속히 일어날 것인 만큼 산업시스템의 유연성을 확보해 이러한 변화에 대처해나가야 한다.

 

⑩ 학교 의존 피하고 탐험·탐구 통해 창의력 키워야

4차산업혁명에 발맞춘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육제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 시스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아이가 탐험·탐구하며 스스로 대처능력을 터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발자의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소프트웨어(SW)교육과 코딩교육이 필요하다. 과학교육을 제공하되 여기에 인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역량을 함께 배양해야 한다.

또 연구개발(R&D) 영역에서도 칸막이식 사고를 해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없다. 기초과학 연구결과와 응용과학 연구결과를 유기적으로 잘 결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시각에서 시스템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 리더십'과 경쟁적 협력 또는 협력적 경쟁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⑪ 사법부의 역할 중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 변화가 성공하려면 사법부와 법의 역할이 중요하다.

4차 혁명의 많은 이슈가 법적인 이슈와 관련이 있다. 4차 혁명으로 돌출되는 기회를 포착하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하면서도 동시에 일반인들의 삶도 지켜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의 발전과 그런 발전이 모든 사람의 삶과 함께 진행될 수 있도록 균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책무다. 시시각각 변하고 발전하는 기술의 틈바구니에서 개개의 인간이 그들의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법의 역할이다.

4차 혁명에서 사법의 역할을 보여주는 예로 모바일 앱을 통해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우버 택시'를 들수 있다. 스위스에서는 우버 택시로 인해 교통체계가 바뀌고 새로운 법적 문제가 생겼다. 스위스는 지난주 우버가 사업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했고 이는 단순한 제품의 혁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적인 혁명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법부가 기업과 정부, 국민과 함께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원칙을 구축하기 위해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⑫ 기업과 정부, 국회, 사법부 협업 필요

기업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국제법과 글로벌 사회의 여러 이론은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기업과 정부, 국민, 사법부가 협업을 통해 관련 원칙을 구축해야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발전이 있어도 입법적 지원이 마련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려왔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기술 흐름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기민하고 민첩하게 의회와 의사소통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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