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가 재기의 밑거름이 될 수 있어..

강란희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강란희 칼럼니스트] 2016년 9월 어느 날 20여년의 세월동안 갑자기 소식이 닿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다가 지금은 밥이라도 먹고 산다며 나타난 지인의 20년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압축해서 옮긴다.

 

“절망에서 다시 꽃을 피우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어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다. 그 많은 즐거움이나 행복보다는 삶이 뒤죽박죽되어 버리는 일들이 흔히 생긴다. 이 같은 순간에는 삶의 끈을 놓고 싶은 절망과 좌절을 대면하게 된다.

이것이 “망함”이다.

이때부터는 당사자나 가족들의 생지옥이 시작 된다. 빚을 많이 졌다면 채권추심에 시달린다. 돈을 빌려준 가족이 있다면 가족에게 시달리며 멸시 받는 것은 불법채권추심원이 괴롭히는 것에는 비교도 안 된다. 이보다 더 악랄하고 무섭다.

망함의 맛은 쓰디쓴 맛이다. 그래도 망함으로서 단맛을 보는 사람도 가끔 있다. 하지만 한번 망하고 나면 재기해서 단맛을 맛보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대다수는 쓴맛을 입에 품은 채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망한 사람이 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법률적으로 잘 보장 되어 있다. 하지만 실상은 문턱이 좀 높은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이미 성공을 한 사람들이나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들 그리고 돈이 많아 실패를 해도 무한이 돈으로 뒷받침 될 수 있는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 마라, 망함을 겁내지 말고 도전하라.” 고 외쳐댄다. 하지만 흙수저 들에게는 이런 말들이 아득한 메아리로 들린다.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의 망함은 그리 단순하고 만만하지 않다. 한번 망하면 거의 인생이 끝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재기의 기회가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구호는 그들만의 구호라고 여긴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선진국가처럼 망하고 또 망해도 계속 일어 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알아서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구조는 그것도 서민들이 창업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망하게 되면 도덕적 해의니 사해행이니 하며 아예 좌절 시켜 버린다. 아무리 좋은 기술 등을 가졌다 하더라도 힘들다. 사회적 보장제도는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를 바 없다. 사정이 이쯤 되면 재기를 하기 위해 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생각하고 파산법원을 찾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파산 법원을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이런 와중에도 간혹 가뭄에 콩 나듯 구조 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잠깐 덧붙인다면, 우리나라에서 개인 파산/면책이 되거나 개인회생 개시 결정이 나오는 것은 매년 매월 줄고 있다는 법조계의 말이다. 이런 좋은 제도가 힘든 사람들 가까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법을 악용하는 사람 즉 사기파산 사기회생 등 신청자가 많아 어쩔 수없이 빠듯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사정이야 어쨌든 누구나 위로 한답시고“힘내, 다시 도전하면 돼” 등 이런 말을 한다. 그리고는“고생 끝에 낙이 온다.” “고진감래가 어떻고” 등 좋은 말이랍시고 많이 들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은 작금의 시대에는 다시 생각 해 봐야 될 성싶다. 물론 쓰디 쓴 고통을 이기고 나면 결실의 열매는 달콤하다. 하지만 대략 사회는 달디 단 열매를 맛보게 놔두지를 않는다. 단 맛을 볼라 치면 큰 기업의 회유나 짝퉁들이 솟아나서 시장을 망쳐버린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때로는 뒷돈(리베이트)을 줘서라도 잘 되는 꼴을 못 보게 만든다. 이것이 단맛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결국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좋은 기술, 좋은 서비스로 고객위한 가치창조를 하려고 해도 흙수저들은 좀 힘들다. 아니 많이 힘들다는 말이 옳은 것 같다.

보통 망하는 사람들의 제일 많이 당하는 것은 대략 사기를 많이 당해서 일이 벌어진다. 친지든 친구든 그냥 지인이든 사기는 대부분 아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당한다. 사기는 일종의 남의 등을 처서 나의 배를 불리는 일이다. 그런데 참 기이한 것은 사기꾼은 돈 냄새를 기가 차게 알아낸다는 것이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을 궁지로 몰고 지금은 갱생한 한 사기꾼 A씨는 타인의 등을 처서 얻는 기분은 짜릿한 쾌감으로 성공하면 희열을 느낀다고 말들 한다. 하지만 그들의 등 뒤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라며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대략 사기꾼들은 돈을 가진 사람은 뭔가의 촉이 오고 촉이 오면 지인이든 타인이든 가리지 않고 세밀한 작업을 한다고 귀띔을 했다. 한마디로 촉이 남들보다 달라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평생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신념으로 남의 등을 처서 먹고 살다가 결국은 쪽박을 차고 노년을 보내고 있는 또 다른 한 사기 전문가 B씨는 그 맛을 이렇게 표현 했다. “부끄럽습니다. 그때 기분이라 할까? 아무튼 기분은 짜릿하고 맛은 새콤달콤합디다. 그러나 나로 인해서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항상 용서를 구할 뿐입니다. 이제 맘대로 거동도 잘 못하는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부질없는 짓이었지요.”

“지금은 사람만 보면 우선 사기를 칠 사람인지 아닌 지부터 살핍니다. 물론 상대는 모르게요. 워낙 크게 당했거든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요.”

어쨌든 용기와 패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창업자들에게 예기치 못한 일들로 인한 사태가 발생 한다면 너무나 슬픈 일 일 것이다. 사람이 망하다 보면 사람이 눈에 보인다. 옛말에 “남의 죽음이 나의 감기만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다급하고 힘들고 죽을 것 같아도 남들이 볼 때는 대수롭지 않은 그냥 “지 팔자 지 뭐” 하고 만다. 그렇지만 그들 중에서는 조금만 어려워도 온갖 호들갑을 다 부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조금만 손을 잡아주면 재기에 성공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등 당사자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세상에는 망하고 싶어서 망하는 사람은 없다. 예기치 않는 일은 누구나 느닷없이 당 할 수도 있다. 아무도 장담 할 수는 없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말은 조심해야 한다. 상대가 들어서 가능한 한 상처를 주는 말은 삼가 해야 한다. 이것만 안 해도 많이 도와주는 것이다.

 

창업을 하다보면 성공 할 수도 있고 망 할 수도 있다. 누구나 다 성공하고 싶어 한다. 시장에는 성공하는 사람보다 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은 당연하다. 개중에는 간혹 단맛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노력과 운이 더해져 성공을 하는 경우와 그래도 밥은 먹을 수 있는 위치까지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번 망했다고 재기의 꿈도 꾸지 못한 채 잉여인간으로 남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적어도 수번은 아니더라도 한 두 번의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주어 재기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이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파산이나 회생에 대해 잠깐만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파산법원은 이미 보수화되어 돈 많은 기업이나 대기업에게는 관대하지만 돈 없이 재능만 가지고 승부를 거는 서민에게는 가혹하다. 특히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는 파산법원이나 파산관재인이나 회생위원들은 저승사자와 같은 무서운 존재다. 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 파산관재인이나 회생위원이다. 이 사람들의 손과 마음에 한사람의 제2의 인생길이 결정 된다. 그래서 이들을 무소불위의 권력자 혹은 저승사자라고 들 한다.

아무튼 망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자신의 잘잘못을 떠나서 주위 사람들이나 지인들에게 면목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가족들에게 못할 짓이다. 그나마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돈이라도 빌려 쓰지 않았으면 다행이지만 자금을 융통해 사용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때는 타인보다 가족들이 더 무섭다. 아예 매장을 시켜버린다. 전부가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형제자매 등 가족끼리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보기 좋은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사업을 하다 망하게 되면 제일 괴로운 것은 당사자다. 주색잡기로 흥청망청 돈을 쓰다 망하면 당연 그 사람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도 사회적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발생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모든 사람들이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 줘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서 재기 할 수 있는 용기를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회적인 책임이 크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파산법원은 재기를 위해 신청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기각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들의 사정을 다시 한 번 살펴야 할 것으로 생각 된다. 다시 말해 이들의 재기를 적극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위기에 빠지면 사람이 보인다. 모두 빠져나간다. 이유도 많다. 그래도 곁에 있는 사람도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이 사람들이 진정한 사람이다. 돈이나 재물을 주지 않아도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갑자기 어려워져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주는 것은 없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다시 용기를 주고 재기의 밑거름을 만들어 준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