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생에 대한 준비’…치밀하게 준비해야

[공감신문=박범준 칼럼니트스] 현재 농촌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대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평생을 산다. 이러한 연유로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비유하기도 한다. 배움의 기회도 적었고, 새로운 문명이나 기술을 접할 기회도 적었고, 하여 급격한 변화나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우선 반대 먼저 하게 된다.

농촌 주민들이 생각하는 귀농 귀촌인들은 우선 자신들보다 엄청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섞어 쓰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이야기하면 끝도 없고,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귀농 귀촌인들은 이러저런 대화를 하다가 OO도 안다, △△도 안다, ▢▢도 안다 면서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이야기 한다.

사실 농촌 주민들이 귀농 귀촌인이 우리 마을로 오게 되면 귀농 귀촌인들이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농산물을 좋은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파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일 수 있다.

 

귀농 귀촌인의 농촌 주민에 대한 기대

2011년 농업인재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들이 귀농 귀촌하려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귀농 귀촌하려는 주된 이유는 경제적인 목적, 건강상의 이유, 은퇴후 여가 등등 다분히 개인주의적이다.

따라서 귀농 귀촌인들은 농촌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TV 드라마에서처럼 농촌 주민들이 순박하고 헌신적으로 마냥 도와주기를 한편으로 기대한다. 감자도 쪄서 나눠주고, 옥수수도 삶아서 그냥 주고, 마냥 대접 받기를 바랄 수도 있다. 그게 농촌 주민들의 인심이고, 당연하다고 느낀다.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귀농귀촌 박람회'를 찾은 참관객이 귀농귀촌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성공하는 귀농 귀촌인들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마을을 살펴보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귀농 귀촌인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이러한 귀농인들은 마을 주민들과 화합은 기본이고, 마을 내 주요 행사나 일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농촌의 공동체 문화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농촌 마을의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귀농인들은 마을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 관심이 많고, 소득증대를 위한 구체적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 추진한다. 농촌 주민들의 관심이 생산에 국한될 때, 귀농인들은 소비자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 지를 안다. 매우 단순한 것이지만 농촌 주민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고추를 말려서 팔았기 때문에, 올해도 고추를 말려서 팔 생각을 한다. 귀농인은 고추로 팔기 보다는 고춧가루로, 혹은 더 나아가 고추장으로 파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무, 배추로 팔기보다는 김치로, 들깨, 참깨로 팔기보다는 들기름, 참기름으로 파는 것이 농촌 주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물건을 보관하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귀농인들은 농촌 주민들에 비하여 도시지역에 있는 다양한 소비자 고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신속 정확하게 알고 있다. 쌀, 잡곡 등 식량작물, 장류, 반찬류 및 효소류등 건강식품에 대한 요구 나아가 농촌체험에 대한 요구까지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귀농인 중에 직장에서 중간 간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본 경력자는 농촌 마을을 발전시킴에 있어서 농촌 주민 각자의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농촌 주민들을 배치한다. 개개인의 특장점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생산부문, 가공부문, 관리부문, 마케팅 부문, 대외협력 부문 등등으로 구분하여 역할을 나눈다.

귀농 귀촌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우선, 농촌 주민들과의 화합과 농촌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 문화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와 태도가 있다. 둘째, 개인의 이익 보다는 마을의 발전, 농촌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하여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도우려고 한다. 농촌 주민과 비교할 때 귀농인의 특장점이란 도시지역의 소비자 고객에 대한 정보와 긴밀한 네트워크, 그리고 효율성을 중시하며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성공적으로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은 매우 근면 성실하고, 마을 발전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사명감이 있다.

 

실패하는 귀농 귀촌인들

농촌 문화를 공동체문화로, 도시 문화를 개인주의 문화로 정의하였는데, 귀농 귀촌에 실패하는 가장 근본원인은 바로 두 문화의 충돌에 있다. 귀농인이 마을에 정착하게 되면 관습적으로 땅과 집에 대해서 재산권의 확인차원에서 측량을 하게 되고, 측량결과 울타리를 치게 된다. 간혹 울타리가 마을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농기계 및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도시에서는 당연시 여겨지는 재산권 행사로서의 울타리 치기가, 농촌 마을의 관습에서는 크게 문제가 된다. 결국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마을주민과 귀농 귀촌인은 견원지간이 된다. 이럴 경우 최대의 피해자는 귀농인이 되고, 마을 주민들도 귀농인으로 인하여 분열된다. 마을 주민들 중 귀농인이 정착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주민들과 그렇지 않은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여유로운 농촌에서의 삶을 기대하며 정착한 귀촌인의 경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여 땡볕에서 노동할 필요는 없다. 누구로부터 간섭 없이 전원생활을 즐기며, 좋은 공기를 마시고 자유로운 삶을 만끽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삶을 동경하는 귀촌인의 친구들이 주말이면 농촌 마을을 찾아오게 된다. 밤새 음악소리며, 웃고, 떠드는 소리에 농촌 주민들은 잠을 설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되면, 농촌 주민들과 귀촌인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괜찮은데, 누구는 땡볕에 죽어라고 일하고 있고, 누구는 그림을 그린다고 붓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거리고, 파라솔 밑에서 일광욕을 한다고 벌거벗은 채 누워있기도 하고, 친구들과 음악소리에 웃고 떠들고 술마시며 고성방가를 지르기도 하고.......

농촌 주민들은 귀농 귀촌인으로 인하여 마을이 조금이나마 발전할 것을 기대하고, 귀농 귀촌인은 농촌 주민들이 자신을 위해서 뭔가를 끊임없이 지원하고 협력하기를 바란다.

농촌 주민들과의 갈등에 못지않게 철저한 준비의 부족과 경제적인 기반의 미비로 귀농 한지 불과 2~3년만에 다시 도시로 떠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안되면 농사나 짓지’라는 ‘농사가 매우 쉬운 일로 아무 준비 없이 땅에 씨앗만 뿌리면 되는 것인 냥’ 생각하면서 대충대충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TV나 언론을 통해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한 억대 소득의 귀농 귀촌인들을 보면서, 귀농 귀촌인에 대해서 중앙정부 내지 시/군청에서 무엇이든 다 해 줄것 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빈집도 구해주고, 집 수리비도 지원해주고, 이주 정착금도 지원해 주고, 종자, 농자재, 비닐하우스 등 시설도 지원해 주고, 농기계도 임대해 주고, 영농자금도 지원해 주고, 행정에서 농산물도 판매해주고, 귀농인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주민등록만 옮기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귀농 귀촌의 준비란 ‘새로운 인생에 대한 준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아파트 OO동에서 △△동으로 이사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주거 공간의 확보와 함께 최소한의 삶을 지탱시켜 줄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야 되고, 경제적 기반에는 특정 품목의 영농기술도 포함된다. 기초자치단체 마다 귀농 귀촌 정책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귀농 귀촌과 관련하여 평소 궁금한 사항들을 치밀하게 메모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항목과 스스로 준비해서 해결해야 하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귀농 귀촌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도, 첫해부터 농사를 지어 만족할 만한 소득을 올리기란 하늘에서 별따기와 같이 어렵다. 예기치 않은 홍 수해, 태풍, 혹은 가뭄 등 자연재난과 농사의 작황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 가격이 똥값이 되면 손에 들어오는 실소득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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