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란 이유로 꿈을 축소하지 말고, 스스로 고리를 끊고 나가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여성의 감성과 재능이 어우러져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에 굉장한 시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은 교사와 사업가를 거쳐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지난 1월 여성가족부 장관에 부임한 강 장관은 미래의 산업과 여성의 역할에 관해 분명한 관점을 갖고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 해법에 대해 강 장관은 “우선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들이 직장에서 육아 등으로 경력이 끊어지지 않도록 제도의 활용을 적극 주장하고, 기업주들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여성 인력의 참여도가 높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남아있다. 사회와 기업도 변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 해법을 듣기 위해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나 보았다.

 

대담: 김인영 발행인

 

- 최근 방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4차 산업혁명에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견해를 말씀해주시지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포괄해서 재능과 기술, 특수한 능력들이 합쳐지고, IT(정보기술), IOT(사물인터넷)가 한곳에 어우러져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킵니다. 1차, 2차 산업혁명 기간에 서비스 산업에만 하더라도 다소 남성이 많이 일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기기가 지능화하고 아이디어와 교감만으로도 새로운 게 만들어 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를 들면 지능형 자동차는 굉장히 감성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성이 감성적으로 훌륭하게 일을 할수 있어요. 예전에는 운전을 잘해야 차를 몰고 다닐 수 있었는데 지금 시대는 버튼 하나로 운전과 주차가 가능한 시대지요. 여성들이 일하기가 좋아진 시대입니다. 공간 지각력이 천부적으로는 남성이 낫다고 하는데, 여성은 언어 감각력이 더 좋습니다. 이제는 남성과 여성의 특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산업서비스 형태가 그것에 맞게 달라지고 있는 것이지요. 건설현장도 여성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어떤 형태로든 물리적 힘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물리적 힘이 들어가는 곳에 기계들이 존재합니다. 더욱이 컴퓨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기계화, 전자화 형태로 발전하면서 과거에 엄청나게 필요했던 물리적 힘들이 이제는 지능화,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 것이지요. 건축이나 이런 것도 설계가 더 필요한 형태로 바뀌고, 그 설계를 보면 여성적 감성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여성들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에 굉장한 시너지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가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게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까요.

▲우리의 제도는 많이 앞서가고 있습니다. 여성이 마음껏 일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도 그 고리를 끊고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는 마련돼 있는데, 여성들이 그 제도를 활용하도록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어느 잡페어 행사에 가보았더니, 엄마들이 애기를 안고 많이 왔습니다. 그분들은 당장 취업을 하려고 온 것이 아니지만, 정보를 수집하러 왔다고 하더군요. 지금 아이 양육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새로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습니다.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더 빨리 어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기를 키우는 감성이 이 시대와 너무 맞지 않은가 라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전에는 고양에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새일」 센터(여성 새로 일하기 센터)에서 창업자들을 모아서 박람회를 열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엄마들이 아이를 안고 와서 디자인을 하고 물건을 팔고 하는 것을 보고 “힘들지 않냐” 물어보니, 모두들 “너무 즐겁다”고 대답하더군요. 그런 게 슈퍼맘의 모습입니다. 그러려면 집에서 아빠도 양육을 같이 도와주는 게 보편화 돼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제도적으로 이미 확립돼 있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기업은 그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개인도 그 제도를 통해 권리를 찾고 제도가 안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민-관-기업이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육아와 가사의 분담과 더불어 양성평등 의식이 실천이 되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에 주력할 계획입니까.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가정 양립의 사각지대였던 게 사실입니다. 국민들의 일·가정 양립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의 가족친화인증 확대를 무척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특히 중소기업 600개사 추가 인증을 목표로 중소기업을 위한 인센티브 개발과 제도 홍보 등에 주력해, 2020년까지 전체 민간기업 중 1% 인증(482천개 중 4,800개사 인증)을 이루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일터의 일·가정양립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 가정 내 일·가정 양립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남성육아휴직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덜어드리고, 남성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힘쓸 것입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아빠의 달’ 제도 지원금액이 최대 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크게 상향됩니다. 지난 6월말부터 ‘초보 아빠수첩’을 만들어 전국 보건소ㆍ산부인과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데, 군부대·직장 등 ‘찾아가는 아빠교육’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할 때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국가로서도 굉장한 인력 손실입니다.

▲우선 경력이 단절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를 낳고 결혼하는 것 때문에 일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그것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습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업인들이 결혼을 하고도 일을 지속할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에서도 육아 휴직을 편하게 쓰게 하고, 업무에 복귀했을 때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먼저 주도해야 합니다.

제도상으로 중소기업에게도 대체인력에 대해 고용보험 통해 보완해주고 있습니다.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인력을 쓰면 중소기업에 60만원을 지원해 줍니다. 중소기업은 육아 휴직 직전에 대체인력을 한 두달 정도 교육시키는 게 필요한데, 그 정도만 투자하면 기업 입장에서 크게 손실이 나지 않습니다. 결국 사용자들의 의지가 필요하고, 육아휴직을 요청하는 여성들 입장에서도 정확하게 주장해야 합니다. 기존의 제도를 제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요구하고, 같이 이우러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입니까.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 지원을 위해 취업상담부터 직업교육훈련, 동행면접, 구인구직 연계, 취업 후 사후관리 등 종합적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 새로 일하기센터’를 전국 150개소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9년 설치 이래 지금까지 매년 10만 명 이상 취업 연계를 이뤘고, 4년 전과 비교해 센터수가 50% 가까이 확충됐습니다. 이제 이 같은 양적 성과를 넘어 경력단절여성들에게 보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만족스러운 일자리로 연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저출산에 직면해 있습니다. 유교적 관념의 가족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미혼상태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를 포용하고 도와줘야 한다면서 막상 내 딸이 그런 상황을 겪는다면 받아 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하라고 얘기하지 말고 우리 자신부터 주변에 그런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다른 시각으로 보지 말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여성가족부는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실무 부서이기 때문에 미혼모·미혼부 시설을 확충하고, 그런 분들을 지원해주는 기관을 늘리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미혼모가 시설에 들어오면 2년 정도 돌봐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혼모가 2년간 도움을 받았을 때 자립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최소 5년에서 7년 정도 돌봐줘야 아이를 키우고 자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계속 얘기하고 있습니다. 피상적인 정책을 계속 실천할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에게는 어떤 것을 정확하게 해줘야하는지, 동거나 사실혼 가정에 대해 아이 양육만큼은 자연스럽게 받아 드릴 수 있는 분위기도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은 개인 사정에 의해서 정식으로 혼인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들도 정식 가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양성평등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성과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올해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 가운데 여성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규정상 최고치인 70%를 넘어, ‘양성평등채용목표제’에 따라 남성 3명이 추가 합격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여성의 공직진출을 확대하고자 1996년 도입된 여성채용목표제가 2003년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전환된 이래, 이제 오히려 남성이 혜택을 보는 시대가 됐다는 점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사회진입 단계의 여성의 약진뿐 아니라 대표성 부문에서도 양성평등 실현의 저변 확대가 두드러집니다. 이번 정부 들어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목표제를 수립해 시행한 결과 정부위원회 여성 참여율이 역대 최고치(2016년 4월 기준. 36.1%)를 기록하고, 4급 이상 여성공무원비율이 2013년 9.9%에서 올해 상반기 12.8%, 공공기관 여성관리자는 2013년 13.0%에서 16.8%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주요 상장기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2.3%에 그칩니다. 내년까지 여성인재풀을 10만 명으로 확대하고, 민간기업 대상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강화해 사회 전반의 양성평등 실현에 더욱 주력할 것입니다.

 

- 교사에서 IT기업 CEO를 거쳐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도전하는 여성들의 롤모델입니다. 우리 여성들에게 모토를 전해주시지요.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한 지 어느덧 9개월이 넘었네요. 어린 시절 퀴리 부인 같은 과학자를 꿈꾸다 물리교사가 되고, 창업에 뛰어들어 15년간 기업체를 경영했습니다. 이후 IT여성기업인이라는 대표성을 얻어 국회의원으로 일할 기회가 주어지고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돌이켜보면 항상 주어진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을 때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곤 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비결을 꼽자면 변화와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없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 당장 어렵더라도 실의에 빠지지 말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거나 꿈을 축소하지 말고, 전 생애에 걸쳐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선택지에 놓고 고민했으면 합니다. /정리=박진종 기자

 

강은희 장관은

교사에서 사업가로,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했다. 어려서 퀴리 부인과 같은 물리학자가 되겠다고 꿈꾸고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사로 재직하다가 사업에 뛰어들었다. 실패도 경험한 후 소방전화 교환시스템을 만드는 위니텍을 설립해 CEO를 맡았다. IT사업을 하던 중 2012년 정치권과 연이 닿았다. 두 아이의 엄마로 워킹맘을 너무나 잘 이해하므로,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1964년 대구 출생 ▲경북대 물리교육과ㆍ계명대 컴퓨터공학 석사 ▲1987~1992년 봉화 소천중·고교, 동명중 교사 ▲1997∼2012년 위니텍 대표이사 ▲2009~2012년 (사)IT여성기업인협회 회장 ▲2012~2016년 제19대 국회의원 ▲2012~2016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2016년 1월~ 여성가족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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