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가 재정만 힘들게 할 뿐이죠."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지난 10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라 원장은 "지난해 전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 사례를 생각해 보면 된다"며 "당시 약 14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2분기에 대부분 사용됐다. 그럼 가계의 소비 지출이 늘어야 하는데 1분기 대비 2분기 가계소비 지출 증가액은 2조6000억원에 불과했다. 11조여원이 증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실제 가계소비 지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로는 "가계가 지출을 늘리기 보다는, 원래 쓸 돈을 재난지원금으로 대체하고 실제 소득으로는 저축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라 원장은 "지원금은 취약계층을 선별해 두텁게 제공하되, 돈 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자리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공공 중심이 아닌 민간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시장 원리에 의해 소외되는 노동자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라 원장은 대선 후보들을 향해 '사물인터넷(lo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공이 loT 플랫폼을 개방하고, 개인들이 loT 어플리케이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일자리 67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파이터치연구원 연구 결과).

다음은 라 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질문은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 사진 이건 기자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 사진 이건 기자

 

Q.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화두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는.

- 지난해 전국민에게 지급했던 1차 재난지원금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투입한 금액이 약 14조3000억원이다. 그럼 소비 증진 효과가 수치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대비 2분기 가계소비지출 증가액은 약 2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약 11조7000억원이라는 돈이 증발한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으로 소비활동을 하고, 기존 소득은 저축을 했기 때문이다. 경제가 불확실하면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그런 상황에서 가계가 저축을 늘리는 건 경제의 기본 논리다.

정리하자면, 전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없다. 오히려 국가의 재정만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Q. 이재명 후보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은 어떻게 보는가.

- 기본소득의 개념은 개인이 기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정부에서 나눠준다는 것이다. 전국민에게 연 100만원씩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52조원이 소요된다. 국내총생산(GDP)의 3%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정부 차원으로 보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지만, 국민 개개인으로 보면 월 8만3000원에 불과하다. 월 8만3000원으로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지 못한다. 논리 자체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 보다는 기본 생계 유지를 위해 '돈 벌 기회'를 나눠주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Q.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 정말 중요한 이슈다. 헌법에서 중요한 경제조항인 제119조를 살펴보면 1항은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고, 2항은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보완한다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시장 실패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조정·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모두에게 무차별적으로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을 선별해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이 우리의 현실에 맞다고 본다.

Q. 청년층 등 일부 계층을 타깃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특정 계층,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소득과 자산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돈을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을 안 해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생애 초기에 심어주는 것은 국가경제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들에게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 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 필요하다. 대안은 근로장려금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이전지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두툼하게 주면 된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 사진 이건 기자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 사진 이건 기자

 

Q.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재원으로서 국토보유세 신설을 언급했다.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각각 예상해본다면.

- 국토보유세는 토지보유세와 같은 개념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약 8조원의 토지보유세를 거둬들였다. 

전국민에게 매년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준다고 가정하면, 연 52조원이 필요하다. 물론 기본소득 재원으로 탄소세와 로봇세도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 토지보유세로 충당하게 될 거다.

단순 계산으로 8조원에서 52조면 6배 이상을 늘려야 하는 건데, 감당할 수 있겠는가. 30조까지만 확대한다고 해도 3배가 넘는다. 그럼 분명히 못버티는 사람이 나오게 될 것이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유한 토지는 주택 부속토지이기 때문에 토지보유세를 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이 후보가 말하는 국토보유세의 과세 대상은 중소기업에 공장부지를 임대해주고 있는 토자 소유자가 상당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버티지 못하고 토지를 팔면 대부분 현금 동원력이 있는 건설사가 매입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럼 토지 보유자 수는 줄고, 이에 따라 공장 부지 임대공급량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공장 부지 임대공급량이 줄면 자연히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중소기업은 100평 공장을 50평으로 줄여야 할 것이고, 직원도 100명에서 50명으로, 기계도 100대에서 50대로 줄여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의 생산량 축소와 가계의 소비 감소를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토보유세 도입은 일자리와 GDP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Q. 반대로 윤석열 후보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를 완화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동산 공급량을 늘리는 것이 선행된 상황에서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는 부차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가격은 수요과 공급이 만나는 데서 결정된다. 현재는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있다. 공급이 부족한 거다. 그럼 공급을 먼저 늘려야 한다. 

세금은 수요와 공급을 움직이는 간접요인이다. 종부세 완화는 부동산 수요에 영향을 주고, 양도세 완화는 공급 쪽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부동산세 완화 정책을 추진한다면 양도세 완화를 먼저 시행하고, 이후 종부세 완화를 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부세 완화는 10~15년에 걸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행 61.3%(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평균)에서 90%로 상향한다는 현 정부의 방침을 철회하는 것부터 시행하면 좋을 듯 하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 사진 이건 기자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 사진 이건 기자

 

Q. 일자리 창출도 중요한 과제다.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공 부문 중심 일자리 확대 정책과 윤석열 후보가 언급한 시장 중심 일자리 창출 정책의 효과를 비교해 본다면.

-  현재의 공공 부문 중심 일자리 확대 정책은 주로 단기 계약직 일자리 확대에 치중해 있는 모습이다. 2018년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고용참사가 발생하자 줄어든 일자리를 회복하기 위해 고용의 질보다 양을 택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공공 정규직에 사용할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공공 부문의 일자리 확대 정책은 민간 근로자들을 공공 부문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이는 민간 부문의 노동 공급이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그럼 결국 임금이 인상될 것이고, 임금 인상은 민간 부문의 노동 수요(일자리)를 줄이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공공 보다는 시장 중심의 일자리 정책이 일자리의 질과 양을 모두 좋게 할 수 있는 타당한 방안으로 보인다. 세금이 투입되는 일자리는 지속성이 떨어지고 파급효과도 적지만, 시장에서 창출된 일자리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지속성이 유지되고 파급효과도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원리에 의해 소외되는 노동자를 지원하는 대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해고된 노동자가 국가에서 제공하는 전직 교육과정을 통과하면 국가가 직접 직업소개를 해주고, 전직 교육과정 합격자를 채용한 기업에 대해서는 임금 보조를 하거나 세금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Q. 최근 주 4일 근무제 도입도 언급되고 있는데….

- 주4일 근무제가 도입된다면 주 52시간 근무제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근로시간 단축으로 단위 임금이 상승할 것이고, 기업은 노동력을 줄이게 될 것이다. 그럼 생산이 줄고 결국 GDP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사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 전부터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단축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0년 평균 근로시간 대비 2017년 평균 근로시간은 6.7% 단축됐다. OECD 평균(1.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시장에 맡겼다면 저절로 근로시간 단축을 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근로시간의 문제는 시장에 맡기되, 국가는 기업이 추가 근무수당을 잘 주고 있는지만 관리감독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Q. 중소기업계가 최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를 유연하게 적용해달라고 새 정부에 요청했다. 

-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산업현장을 보면 대부분 주 40시간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고, 업종의 특성이나 업무량이 많은 시기에 추가 근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굳이 국가에서 주 52시간을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최저임금의 경우에는 급격한 인상이 문제다. 2018년 16.4%, 2019년 10.9% 인상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의해 최저임금이 연 단위로 결정되는 현 제도에서는 (기업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걸 없애줘야 한다.

2023년부터는 '물가상승률+실질GDP성장률+소득분배 조정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소득분배 조정률은 경제성장에 따라 발생되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려하는 요소이므로 GDP성장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기업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경제는 안 좋은데,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라갈 지 예측할 수 없으니 불만이 생기는 거다.

라정주(오른쪽) 파이터치연구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라정주(오른쪽) 파이터치연구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대선 후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돈 벌 기회를 나누는 방안으로 사물인터넷(loT)을 주목했으면 한다.

현재 loT 산업은 많은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 구축돼 있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공공에서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하고, 개인이 loT 어플리케이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질 수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loT 활성화 시 일자리가 67만개 창출될 수 있다.

그리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엣지 컴퓨팅 방식(데이터 일부를 분산된 소형 서버를 통해 처리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현재는 사물에 설치된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중앙통제센터로 모아서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 경우 많은 양의 데이터가 동시에 집중돼 데이터 전송속도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시간 처리가 요망되는 loT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큰 제약요인이다.

loT는 아직 활성화가 안 돼 있는 블루오션 산업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loT를 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주길 바란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라정주 원장 프로필

- 現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 (재)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안보경영연구원 국방경제연구실장
- 한국전문가컨설팅그룹 선임연구원
- 육군본부 지휘관 및 참모
- 서울대 경제학 박사
- 서울대 국제통상 석사
- 육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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