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가격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서울과 지방, 서울 지역 내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수요 억제 정책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오히려 자극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 절벽 속에서도 신고가는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59평(194.5㎡)형은 지난해 12월 54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9월 50억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지난 19일 공감신문과 만난 도시정비사업 전문가인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도심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한강변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지역에 도시정비가 이뤄져야 강남 집중도를 낮추는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한다”며 “목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하위층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목표라면 현 정부의 방향(다주택자 규제를 포함한 수요 억제를 통한 규제)이 맞다”며 “이 경우 다주택자들은 똘똘한 강남 한 채를 두고 쓸데없는 주택을 먼저 정리하게 된다. 그러면 지역적으로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 상품으로는 빌라·오피스텔 등의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내 집 마련’이 필요한 대다수의 젊은층이 어느 지역의 어떤 상품을 원하는가다. 결론은 서울 도심, 특히 아파트다. 김 소장은 “이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서울 도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똘똘한 한 채 수요를 자극하는 다주택자 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 사진 이건 기자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 사진 이건 기자

 

Q.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도심 주택 공급을 공약으로 꺼내 들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는가. 

- 당연히 필요하다. 현 정권에서 20여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중심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 공급을 안 하고 수요만 억제해서 그렇다. 흔히 말하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집값을 잡으려면 궁극적으로 공급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되니까 정부에서 2018년 '3기 신도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물론, 공급 물량 확대라는 의미에서는 유의마하다. 다만 이 공급 정책이 서울이 아닌 경기도권에 영향을 준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 3기 신도시 소식에 2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대를 했던 거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진짜 경기도'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지방에 혁신도시들이 들어서면서 기존에 있던 구시가지들은 다 죽었다. 수요를 뺏겨서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도시가 들어서는데, 굳이 구시가지로 갈 필요성을 못느끼는 거다.

아울러 3기 신도시 입주가 끝나고 이곳에 50만 세대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헬게이트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경부고속도로를 20차선으로 넓히지 않는 이상 러시아워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서울 시민들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까. 역시 서울이 좋다고 할 거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하위층을 위한 부동산 정책이 목표라면 현 정부의 방향이 맞다.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강남 한 채를 놔두고 쓸데없는 주택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나 빌라·오피스텔 등은 가격이 안정되게 돼있다.

문제는 젊은층이 그런 곳에서 안 살려고 한다는 거다. 그래서 현 정부가 비판을 받고 있는 거다. 그럼 이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당연히 서울 도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 해야 한다.

물론 재건축·재개발에 따라 진짜 서민이 쫓겨나는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두려워 하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서울, 특히 강남의 희소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Q. 강남의 희소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서울 도심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좀더 설명해 달라.

- 20~30년 전 개포동은 어땠나. 대치동과 개포동 사이에 양재천이 흐르는데, 당시 대치동 사람들은 양재천은 넘어가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개포동에 재건축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33평형 아파트 호가가 30억원을 넘는다. 그러면서 대치동 주민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양재천이 넘어가면 안 되는 하천에서 넘어가도 되는 하천이 된 것이다.

혹은 강북의 아현동, 옥수동도 마찬가지다. 과거 상태 그래도 방치했다면, 강남 사람들은 아직도 한강을 넘으면 안 되는 강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거듭 말하지만, 목표가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차상위 계층에 초점을 맞추면 아무것도 못한다. 중산층이나 초고가 아파트의 희소성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라면 재개발·재건축을 풀어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Q. 앞서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주거환경 정비사업을 사실상 10년가량 중단한 것이 집값 상승에 일조했다고 보는 것인가.

- 그렇다. 서울이 지난 10년간 정비사업을 멈추면서 기존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희소성만 더 높아졌고, 그 쪽으로 돈이 쏠렸다.

아마 오세훈 서울시장이 오세훈표 재건축인 '신속통합기획'을 발표하면 해당 지역의 가격이 크게 오를 거다. 오래된 빌라와 아파트가 신축 아파트로 바뀐다는 기대심리가 있으니 단기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그것마저 없으면 기존 개발지역으로만 돈이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분산 효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 시장의 표현대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담그면' 안 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4년 후 반포1지구에 신축이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반포아크로리버파크를 50억원 주고 들어갈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 사진 이건 기자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 사진 이건 기자

 

Q. 그렇다면 어느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이 효과적일까.

- 한강변 라인을 봐야 한다. 한남뉴타운 내에서도 해제된 곳들이 있다. 한남1구역 같은 경우 신통기획에서 떨어졌는데, 이번에 건축행위 제한에 들어갈 거다. 그러면 또 공공재개발로 갈 수 있고 아니면 2차 신통기획에 포함될 수도 있다. 물론 다음 서울시장이 누가 되는지가 중요하겠지만. 그런 것들은 지정하는 순간 매머드급 단지로 작용한다.

용산구나 마포구에도 존재한다. 더 넘어가면 종로구 창신·숭인 뉴타운이 있다. 신통기획에 창신2동과 3동이 빠졌는데, 된다고 하면 좋을 거다. 한양도성 쪽이 면적으로 따지면 강남보다 상업지가 훨씬 많다. 이 가까운 곳에 창신·숭인 뉴타운이 지정되면 꽤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Q. 하지만 도심 지역 재건축·재개발은 투기 조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 그렇다고 곁다리만 터치하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여기 재개발되면 좋겠다" 하는 곳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소득수준이 4만불 시대로 갔다. 그런데 4000불 시대의 주택이 많이 남아 있다. 최근 청와대 관계부처의 발표문을 보면 주택보급률 통계를 근거로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이 통계에는 반지하, 상습 침수구역들도 포함된다. 그마저도 서울은 100이 안 된다. (인구 수 대비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는 의미)

지금 서울에 남아 있는 청약 물량이 별로 없다. 이 상태로라면 패닉이 올 거다. (청약에서) 다 떨어지고 나면 뭐라고 사야겠다 하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는 "앞으로 공급 물량이 많으니 기다려. 이상한 지역이 아니라 좋은 지역의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거야" 하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

Q.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할 텐데, 몇 가지 제언을 해주신다면.

- 재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재건축은 주민이 원하면 (사업을) 출발할 수 있지만, 재개발은 주민이 아무리 원해도 시도지사가 도정법상 정비구역 지정을 해줘야 출발 가능하다. 그런데 시도지사가 지정을 해주려고 해도 절차나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 이런 것들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완화해준다면 재개발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재건축은 주민이 원하면 시작할 수 있지만, 안전진단의 벽이 높다. 공릉동 태릉우성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원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데 2차 안전진단에서 떨어졌다. 노원구 내 다른 아파트는 신청해봤자 떨어진다는 의미다. 목동 신시가지도 마찬가지다. 넣기만 하면 떨어진다. 수도에서 녹물이 나오든 주차가 어렵든 상관없다. 무너지기 직전이 아닌 이상 불가 판단이 내려진다고 보면 된다.

다행인 건 안전진단과 관련해 여야 대선 캠프에서 모두 공약을 내놨다는 거다. 그런데 이 산을 넘어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라는 또다른 산이 남는다. 1시간 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 많은 부분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그냥 재건축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지금 강남권에 있는 재건축 사업들이 관리처분 인가 시점에서 멈춰있는데, 그게 다 이 초과이익환수제 때문이다. 아예 없애던가, 현실적으로 부담 가능한 선까지 완화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 부분을 공약에 걸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직 관련 언급이 없다. 이런 부분까지 언급돼야 진짜 재건축을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Q. 이외 고려해야 할 부분은.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하면 단기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감내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장을 담글 때 최대한 구더기가 안 생기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회 취약계층이 불안하다면 그들을 위한 주거안정 대책을 더 마련해야 한다. 

공익적 측면에서 기부채납 부분을 강화해 인근에 공원을 만드는 등의 방식도 유용해 보인다. 초과이익환수제 대신 기부채납 부분을 강화하면 주민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을 거다. 무조건 억제하기 보다는 모두가 윈윈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김재경(오른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김재경(오른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올해 민간연구소들이 소폭의 집값 상승을 점첬다. 소장님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 올라간다고 본다.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풍부한 유동성 속에서 대체투자처가 부족하다. 돈은 계속 풀리고 있는데 돈이 갈 데가 없다. 두 번째는, 다주택자 규제다. 다주택자 규제는 결국 양극화 문제로 이어져 집값을 끌어올릴 것이다.

3월에 대선이 있긴 하지만, 달라질 건 없다.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다면 다주택자 규제는 더 강해질 거다. 한시적 양도세 유예를 이야기 했지만, 이는 팔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윤석열 후보가 되더라도 한계가 있다. 법을 바꾸는 건 국회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최소 2년간 현 국회가 유지되는 만큼, 그 기간에는 다주택자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공급량도 없다. 집값 하락할 요인이 거의 없다고 본다.

Q. 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올텐데.

- 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투기꾼들이 지방에 가서 집을 사고, 이로 인해 집값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적성이 중요하다. 서울 집값을 잡고 싶다? 강남 집값을 잡고 싶다? 그렇다면 다주택자 규제를 풀어야 한다. 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강남 고가아파트를 살 돈으로 지방에, 빌라에 고르게 분산 투자할 수 있다. 반대로 다주택자 규제를 지금처럼 강화시켜 놓으면 지방은 버려진 땅이 될 거다. 

만약 이것이 목표가 아니라 저가 주택을 보호하는 게 목적이라면 '강남 집값은 잡을 생각이 없다'고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아파트도 잡고 싶고, 빌라도 잡고 싶고, 강남도 잡고 싶으니 이런 사단이 난 거다.

Q. 마지막으로 20~30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 내 집 마련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청년이 부동산은 나랑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투자는 자본금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찍이 마음을 접는다. 그런데 사람은 언제든 부동산 문제에 직면하게 돼 있다. 이에 대비해 부동산에 늘 관심을 가져아 한다. 

'부동산 투자 20억원' 하면 나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을 거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서울에서도 빌라나 오피스텔은 2000~3000만원으로 갭투자가 가능한 상품들이 있다. 수익률도 괜찮다. 주식으로는 수익률 100%를 맞추기 어렵지만 주택은 그게 가능하다.

특히 서울 지역 내 빌라는 가격을 눌러놔서 더 떨어지기도 어렵다. 빌라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매물을 던지는 상황에서도 이 가격이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간다면, 뉴타운 지역 인근의 빌라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아현동이나 옥수동에도 남은 빌라들이 있다.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기반 시설이 정비됐고, 동네 이미지도 크게 개선됐다. 

이주·철거가 진행되면 이주 수요도 받을 수 있다.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생각보다 기회의 땅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김제경 소장 프로필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동산 자문위원
-투미부동산 카페·투미TV 유튜브 채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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