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세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 인터뷰..."말 산업도 하나의 산업, 정부가 위기 해결해야"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1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만3926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이 심화되면서 각 분야의 비대면 전환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경마 등 말 산업에서만 비대면 전환이 늦어져, 사실상 우리나라 경주마가 절멸할 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감신문은 이날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 권광세 회장을 만나 말 산업이 처해있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경마 온라인 발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말 산업 선진국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미국에서 발굴한 닉스고라는 말이 현재는 세계 랭킹 1위 말이 됐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이제는 말을 기르는 기술도 좋아지며 국산말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경마 온라인 발매 등 말 산업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오히려 말 산업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권 회장은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말 산업도 하나의 산업이다. 마사회, 경마, 생산 농가 등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말 산업 종사자 모두가 정부의 특단 조치를 바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 권광세 회장 / 사진=본인 제공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 권광세 회장 / 사진=본인 제공

Q. 회장과 내륙말생산자협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우리 협회는 더러브렛 경주마를 생산하는 29개 목장들로 구성된 단체다. 우수 국내산 경주마를 생산해 한국 말 산업 발전과 경마팬, 마주 등 산업 전반에 활동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저는 2017년부터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를 대표해 오고 있으며, 새만금말산업영농조합법인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Q.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내륙말생산 농가가 처한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집합금지와 비정상 경마 시행으로 마주의 신마 구매력이 많이 저조한 상태다. 이는 직접적으로 생산농가의 말 판매 급감과 경영 악화로 연결된다.

2015년 기준, 저희 협회에 소속된 39개 농가가 현재는 29개 농가로 줄었다. 2020년 이후에는 5개 농가가 자진 폐업했다. 더러브렛 경주마는 수요처가 오직 경마장이다. 경마장에 입사하지 못하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최근에도 4개의 농가가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고 있다.

저희 농가들의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저희 말 생산 농가가 무너지면 그 영향이 한국마사회에도 미치게 되고, 마사회가 위태롭게 되면 한국 말 산업이 사라질 것이다.

마사회는 이미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보금이 모두 소진된 상태이며, 차입 경영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차입 경영으로 마사회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정상 경마로 시작된 말 생산 농가의 위기가 점차 확대되는 형국이다.

Q.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 및 유관기관에서 어떠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생산농가는 직접적안 집합금지 대상 사업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의 영업손실 보상금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경마장이 집합금지에 해당되면서 그 여파가 그대로 생산농가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과 같은 자금 지원이 경주마 생산 농가에도 적용이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산마 및 경매마 우대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시행하고 외산마 도입을 최소화해 내실있는 국산 경마가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 

농가의 조기 소득 창출에 도움을 주었던 마사회의 6개월령 시험육성마 매입은 국산마 생산 초기인 2001년엔 200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4두로 줄었고, 올해 이후엔 이마저도 중단된다.

이제는 매입이 아니라 마사회가 농가로부터 관리비를 받고 전기육성하는 위수탁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또한 농가의 육성 부담 경감 차원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나, 소득 창출을 위한 6개월령 매입은 지속되고 확대됐으면 한다. 

앞서 얘기한 폐업 농가 외에 내륙의 대형목장 한두 곳도 폐업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렇게 내륙 경주마 생산농가가 몰락하면 국산 경주마 생산은 제주도에 국한된 지역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제는 한계 상황에 직면한 경주마 생산 농가가 생업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FTA 폐업지원금에 준하는 경주마(말) 생산 농가 폐업지원금 제도를 시급히 도입할 필요성도 있다. 정부는 이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경북과 전북, 경기도에 말산업특구가 있지만 경주마 생산농가가 집약된 제주도와 비교해 내륙은 승용마 지원 사업 일색이다. 내륙 농가가 분산된 이유도 있겠지만 자마 수득 상금 순위 씨수말 100위 중 내륙 보유 씨수말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협회가 씨수말 도입을 위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나, 지자체 펀드매칭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내륙의 씨수말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협회는 내륙 경주마 생산의 활성화와 경주마 수출의 전초 기지로서 새만금 6-2공구 말산업복합단지의 입주를 2017년부터 추진해오고 있다.

그간의 노력으로 농림부의 정식 TF의 발족과 한국마사회의 새만금 말산업복합단지 부지를 활용한 말산업 육성 관련 사업 추진 방안 연구 용역도 수행 중이다.

내륙 경주마 생산농가의 염원인 담긴 새만금 말산업 단지가 차질 없이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관계 기관 및 지자체와 정부에 협조를 부탁드린다.

무관중으로 운영되는 경마
무관중으로 운영되는 경마

Q. 경륜과 경정 등 대부분의 스포츠는 승자투표권의 온라인 발매가 허용됐다. 유독 경마만 늦어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과거에는 사행산업 전체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였다. 그런데 지금은 30%도 안 된다. 이게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하락했다.

스포츠토토나 복권 같은 경우에는 과거에는 10%가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50%를 넘어섰다.

특히 경마와 직접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 경정과 경륜은 온라인으로 승자투표권 발매가 이뤄지고 있다. 

경정은 물에서 모터보트를 통해 하는 경기고, 경륜은 자전거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다. 그런데 경정과 경륜은 경마보다 늦게 온라인 발매를 주장했는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인해 먼저 온라인 발매가 가능하게 됐다.

경마는 주무부처인 농림부의 반대에 막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농림부는 경마의 온라인 발매를 막는 이유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됐고, 기술적인 준비가 덜 됐다는 점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경정과 경륜은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반문하고 싶다. 농림부의 주장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과도한 사행성이라든지, 청소년의 온라인 베팅이라든지 우려되는 부분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이미 확보돼 있다. 우리나라는 IT 기술 강국이다. 마사회에서도 준비가 다 돼 있다.

그런데도 농림부는 마사회의 핑계를 대며 온라인 발매를 미룬다. 그러면 마사회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는 농림부가 나서는 게 맞는 것이지, 산하기관 핑계를 대는 게 맞는 것인지 묻고싶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경마 강국들은 훨씬 이전부터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 같은 상황을 맞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Q. 경마의 온라인 발매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농가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특히, 말 산업과 관련된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경마의 온라인 발매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 

국회는 정부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고, 입법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우리나라 말 산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은?

현재 우리나라는 말 산업 선진국에 들어서고 있다. 마사회가 미국에서 발굴한 닉스고라는 말이 현재는 세계 랭킹 1위 말이 됐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이제는 말을 기르는 기술도 좋아지며 국산말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도 경마장을 짓는 등 경마를 준비하고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의 말 산업에 대한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 오히려 말 산업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지 해결해야 한다. 말 산업도 하나의 산업이다. 마사회, 경마, 생산 농가 등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말 산업 종사자 모두가 정부의 특단 조치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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