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빙플러스 역할은 자원 재활용과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통한 ESG 실천”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패션 전문 기자로 20여년을 살았다. 취재 현장을 얼마나 열심히 휘젓고 다녔는지 자연스레 ‘진돗개’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생활이 이어졌다. 매일의 시간이 ‘일’로 채워졌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것이라 여겼고, 그래서 스스로 멋진 삶을 살고 있다며 도취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만족감과 달리, 몸은 치열한 삶을 감당하지 못했다. 투병생활을 2년 가까이 하면서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그때 마주한 곳이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기업 사회공헌(CSR) 전문 나눔스토어 ‘기빙플러스’다.

위 이야기 속 주인공인 문명선 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 본부 마케팅 위원장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기업으로부터 의류·잡화 등 재고 물품을 기부받고, 보다 많은 고객이 기빙플러스를 찾을 수 있도록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기빙플러스와 손을 잡았으니 이 일도 올해로 3년차다. 그 시간 속에서 문 위원장이 얻은 것은 ‘행복’이다.

“판매 시점을 놓친 상품은 소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청난 환경오염입니다. 하지만 기빙플러스에 기증하면 자원의 선순환과 더불어 친환경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죠. 이와 함께 판매 수익금으로 장애인·취약계층에게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빙플러스의 핵심 가치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제가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다음은 따뜻한 미소가 아름다웠던 문명선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

문명선 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 본부 마케팅 위원장
문명선 밀알복지재단 기빙플러스 본부 마케팅 위원장

 

Q. 기빙플러스에 대해 소개한다면.

밀알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기빙플러스는 ‘나눔문화를 선도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라는 미션으로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은 의류·생활잡화 등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수익금을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하는 국내 최초의 기업 사회공헌 전문 스토어다. 

태워지고 매립돼 공해가 될 상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친환경 상생, 빈곤과 장애를 이겨낼수 있는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일자리 마련이 저희 기빙플러스의 핵심가치다. 

최근 양재점을 오픈해 총 16개점을 운영 중이며, 연말까지 7개점을 신규로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Q. 패션전문지 기자로 20여년간 종사하다가 기빙플러스로 이동한 이유는.

당시에는 ‘월화수목금금금’ 워커홀릭이 워라밸이라고 생각하던 일중독자였다. 하지만 23년차 됐을 때 건강이 악화하면서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로 휴직을 하게 됐다. 병원생활을 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는 거구나, 만약 하나님께서 나를 살려주신다면 나만의 만족과 성취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젠 좀 더 의미있고 가치있게 살고 싶다….

그러면서 2017년 경영인 출신 선교사가 진행하는 ‘비젼MBA’ 교육에 참여하게 됐고, 그곳에서 ‘더드림스토어’라는 나눔스토어를 처음 접했다. 더드림스토어는 미국의 ‘굿윌스토어’를 모델로 삼고 있었는데, 굿윌스토어는 언론인 출신이자 미국 보스톤의 감리교 목사인 에드거제이 헴즈가 빈민을 위한 나누기 운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태동한 곳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일자리입니다. 우리에게 자선이 아닌 기회를 주십시오”라는 헴즈 목사의 주창에 따라 지역의 취약계층을 훈련해 일할 수 있는 기회와 기술을 제공하며 이익이 아닌 섬김을 위해 운영된다는 철학에 깊히 공감했다. 

당시 더드림스토어가 밀알복지재단에서 위탁 운영하는 시설이어서 자연스럽게 ‘기빙플러스’를 알게 됐다. 저의 강점인 기업 네트워크를 발휘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3년 전부터 마케팅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Q. 기빙플러스의 핵심가치는 최근 산업계 화두인 ESG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ESG 측면에서 기빙플러스의 역할이나 성과를 설명해 주신다면.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최한 ‘2022기부트렌드 컨퍼런스’에서 기빙플러스가 우수 사례로 소개됐다. 기빙플러스를 ‘멀티플렉스 나눔플랫폼’이라고 소개했는데, ‘세이브더어스’나 ‘찐환경’ 등 기빙플러스의 ESG브랜드 캠페인, 티몬과의 ESG경영 강화 협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빙플러스는 ▲취약계층(일자리) ▲기업(물품기부, 임직원 자원봉사, 사회공헌) ▲소비자(친환경소비, 재활용, 자원봉사, 기부) ▲단체(다양한 스토리 활용) 모두와 함께 만드는 사업 모델이다. 

신세계TV쇼핑 코웰패션을 비롯해 게스코리아, 쌤소나이트, ABC마트 등 200여개 기업이 상품을 기부해주고 있는데, 특징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데 있다. 

특히 ABC마트는 기빙플러스와 협약해 ‘한점한걸음 캠페인’(취약계층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신발을 기부)을 진행하고 있고, 저희 밀알 소속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으로 에코백과 키즈마스크 스티커를 만드는 콜라보를 통해 ESG를 실천하고 있다. 

보다 많은 기업이 기빙플러스와의 만남을 통해 다양한 ESG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문명선 위원장이 기빙플러스 양재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명선 위원장이 기빙플러스 양재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물품은 어떤 방식으로 기증받고 있나.

100% 기업 기부만 받고 있다. 기빙플러스 홈페이지나 대표번호로 연락 주시면 일정을 잡아 수거팀에서 직접 수거를 한다. 대부분 재고 상품이라 장부가(원가 기준)으로 기부영수증을 발급해드린다. 냉동·신선제품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소비재를 기부받고 있으니 공감하시는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

Q. 일부 매장에서는 PB(자체브랜드)상품도 판매 중이던데.

미얀마의 옥과 말라위의 경량백 그리고 해외사업부에서 연결한 네팔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굿즈로 만든 ‘인블라썸’ 등을 PB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말라위 경량백은 태양열로 만들어진 직원 재활시설에서 아프리카 원단으로 만든 것이다. 미얀마의 옥은 미혼모가 만든 매듭팔찌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 ‘크래프트링크‘와 콜라보해 팔찌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할머니들이 만드는 ‘마르코로호‘와의 콜라보를 앞두고 있다.

Q. 상품 판매 수익금은 어디에 쓰이나.

취약계층 고용을 위해 사용한다. 장기적으로는 100개 매장에서 1000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기빙플러스 홍보대사인 윤택씨와 기빙플러스 직원들의 모습(위), 기빙플러스의 다양한 PB상품과 제작 모습(아래)
기빙플러스 홍보대사인 윤택씨와 기빙플러스 직원들의 모습(위), 기빙플러스의 다양한 PB상품과 제작 모습(아래)

 

Q. 기빙플러스 마케팅 위원장으로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취재부장 시절에는 제가 일종의 ‘센언니’ 느낌이었나 보더라.(웃음) 오래 전에 기부 상품을 의뢰하기 위해 모 기업을 방문했는데, 제 이름을 익히 알고 있었다면서 ‘잘나가시던 분께서 어쩌다 이런 일까지 하시냐’고 안쓰러워하셨다. 그래서 ‘진정한 잘나감은 가치 있는 일을 위해 나설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부드럽게 설명해드렸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매장 운영상황이 정착되면 기빙플러스를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상생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Q.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의 경영 여건은 어떠한가.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저는 ‘착한 기업이 돈도 번다’는 것을 확실히 믿는다. 30년 가까이 수많은 기업을 취재하고 지켜봐왔는데, 경영진의 마인드가 결국은 장수 기업을 결정한다. ESG가 현재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와 다음 세대, 이 지구의 생존과 관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회적기업이 약자들을 위한, 환경을 위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리몬드’라는 브랜드를 좋아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멋진 디자인 제품으로 좋은 일을 하던 사회적기업인데 작년 말에 문을 닫았다.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좋은 일을 오래할 수 있도록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의 ‘옥스팜’이라는 곳이 있는데, 1942년 시작해 현재까지 100여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80년 넘게 오래도록 유지되기 위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해야 한다.

문명선(오른쪽) 위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문명선(오른쪽) 위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기빙플러스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는.

계속 강조해왔던 것처럼 물품 기부를 통해 나눔 문화를 더욱 알려나갈 계획이다. 기빙플러스를 생각하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고 살만한 세상이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팀켈러의 ‘일과영성’이라는 책에는 ‘모든 일이 소중하고 신이 주신 각자의 달란트가 다르다’는 문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능숙해지느냐는 것이라고…. 누구나 일이 있어야 하고,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많은 이들과 함께 기빙플러스의 친환경과 일자리 마련 사업 모델을 통해 진정한 ESG를 실현해 나가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한 고객이 지인에게 “여기서 물건을 사면 기부하는 거야”라고 설명하며 기빙플러스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기빙플러스로 인해 기업과 개개인의 선한 영향력이 흘러 넘치길 기대해 본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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