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범법자만 양산하고 산재 예방 실효성 거두지 못해"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새해부터 산업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이전 보다 산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법이 오히려 현장을 혼란스럽게 해 안전을 위협하며, 안전 정책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체 왜 이런 지적이 제기되는 것일까?

공감신문은 17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다산관에서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 교수는 “어떤 정책이라도, 현장과 맞지 않으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실효성이 없다보니, 지금까지 부족하게나마 현장에서 이뤄지던 안전대책마저도 왜곡되게 하고 있다”라고 알렸다.

그러면서 “결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범법자만 양산하고, 예방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매우 안 좋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전형적인 이념법이자 포퓰리즘 법이다. 법을 만든 사람들이 산재 예방 효과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실질적인 노동자들의 안전보다도, 단지 노동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 / 공감신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 / 공감신문

Q.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관심을 모으기는 했다. 하지만 안전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는 않는다.

법으로 인해 설비 투자라든지, 안전인력 증원 등 조치가 이뤄지고는 있다. 그러나 모두 ‘보여주기식’이다. 

실질적으로 안전역량을 높이는 프로그램과 같은 사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이 주로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데에 집중하다보니, 산재 예방에 대한 관심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산재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산재는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 예방 활동을 철저히 해야만 막을 수 있다. 그런데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중대재해처벌법에 집중하다 보니, 산안법에 대한 관심은 확연히 줄었다.

또한, 안전 관련 부서와 인력 등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곳인 안전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실천하는 현업부서에 대한 집중도는 하락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의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정부다. 법과 정부가 형식적인 안전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 

최근에 여러 안타까운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정책이라도, 현장과 맞지 않으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실효성이 없다보니, 지금까지 부족하게나마 현장에서 이뤄지던 안전대책마저도 왜곡되게 하고 있다.

Q.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으로 여러 부분이 지적되는 상황이다. 교수께서 보시기에 특히 문제되는 내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존 안전관계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복되고 충돌되는 부분이 가장 문제다. 이 문제는 법을 지켜야 할 대상인 기업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게 한다. 

법을 지키게 하려면, 법이 목적하는 바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본적인 것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준법 의지가 있어도, 원청이 해야 하는지 하청이 해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원청이 하는지 하청이 하는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 중 하나인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 결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산재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범법자만 양산하고, 예방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매우 안 좋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 / 공감신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 / 공감신문

Q.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기존 안전관계법과 중복되는 부분과 충돌되는 부분을 제거해 기업들이 법을 준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많은 부분의 개정이 어렵다면, 충돌되는 부분이라도 당장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중대재해처벌법이 조금이나마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지한다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하다. 현장에 혼란만 만든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모호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정부는 현장의 궁금증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법의 대상인 기업에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올바른 법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가지는 예측 가능성이며, 다음은 현실적 준수 가능성이다.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두 가지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악법(惡法)이라고 부르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전형적인 악법이다. 목적인 산재 예방에 대한 실효성은 거두지 못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한다. 사회적으로 낭비가 큰 법이다.  

혹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기업들이 안전 인력을 늘리는 모습 때문에 법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법이 실제로 효과를 거둬하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은 그렇지 못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전형적인 이념법이자 포퓰리즘 법이다. 법을 만든 사람들이 산재 예방 효과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실질적인 노동자들의 안전보다도, 단지 노동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애초에 법의 목적이 표를 얻기 위함이었기에 법의 효용성은 따질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법을 만든 사람들의 전문성도 부족했지만 진정성도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산재 예방이라는 진정성을 갖고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했던 분들도 계셨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입법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진정성마저 결여돼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법이 탄생한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역사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다.

Q. 올해 3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에서는 안전 정책이 꼭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각 대선 후보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실효성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많은 법들이 보여주기, 생색내기 용도로 재·개정이 됐고, 법 정책도 면피성으로 수립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법이 만들어지면서,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는데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재 예방 행정인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는 노동자 1만 명당 약 8배 많다. 일본보다도 4배 정도가 많다.

결코, 우리나라의 산재 예방 행정인력의 규모는 작지 않다. 그래서 인력을 늘리기 보다는 산재 예방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외형적 확대라든지, 물량 중심의 산재 예방 행정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각 후보들은 산재 예방 정책만큼은, 감성에 호소하거나 또는 어떤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의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실효성만을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정말 산재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를 목표로 삼고 매진해야 한다.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은 정말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재로 희생되신 분들을 두 번 희생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 / 공감신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 / 공감신문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은?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고,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관심과 투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갔을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방향 자체가 잘못돼 있는 상태다.

방향 설정이 잘못되면 제자리에 가만있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보여주기식의 법 정책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해 우니나라의 안전 원리는 심하게 뒤틀려 있는 상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은 외향은 화려한데 안전 역량 확보 측면에서는 오히려 안전을 퇴보시킬 가능성이 크다.

서둘러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관계법 올바르고 정교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재 예방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질의·대담=박진종 기자

정진우 교수 프로필

- 서울대학교 치과대학(본과) 2년 수료
- 행정고시 합격
- 일본 교토대학교 법정이론과정 (사회법, 법학박사)
-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사회법, 법학박사)
- 고용노동부 성남지방고용노동지청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과대학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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