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이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시작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갈 전망이다.

특히 시장은 연준의 상당한 ‘매파적’(Hawkish) 행보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총 7번 예정돼 있는 모든 FOMC 회의에서 25bp(1bp=0.01%p)씩 올릴 것이란 전망과 함께, 당장 3월 회의에서 50bp의 빅스텝(Big-step)을 내디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0년 만에 최대폭인 7.5% 급등하는 등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수석이코노미스트)은 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돌입 전망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50bp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분기 고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3월부터 50bp씩 올리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매 회의마다 25bp씩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경제주체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시나리오가 더 유력하다”고 봤다.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횟수에 대해서는 1~2회를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25bp씩 세 차례 올려 현재 1.25% 수준을 유지 중이다.

장 본부장은 “한국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한 데다, 물가 압력도 미국보다 약한 상황”이라며 “연준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성급하게 따라 올릴 필요가 없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1회, 많아도 2회 정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18일 공감신문 사무실에서 진행한 장 본부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 사진 이건 기자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 사진 이건 기자

 

Q. 최근 물가 상승 흐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의 경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5%로 40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나타냈고, 한국 역시 3.6%로 지난해 10월 이후 넉달째 3%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여겨졌는데,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작년 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이야기할 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나고 수요가 되살아나면 물가가 오르겠구나"라는 단순한 예상을 했다. 그런데 거기에 공급망 파괴, 병목현상이 더해졌다. 예를 들어 부품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부품 생산이 안 되고, 이로 인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도 당초에는 작년 2분기 정도에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 우리가 놓친 게 바로 변이 바이러스다. 변이가 나오면서 이동제한이 길어졌고, 공급 차질을 통한 물가 압력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그 사이 소비는 꿈틀거리면서 살아났다.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이 늘었는데 새 자동차가 부족하니 중고차 가격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연출된 거다.

이 뿐 아니다. 임금 인상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건강 염려 등으로 복귀를 꺼리고 있다. 특히 소비가 회복되면서 대면 서비스 부문에서 초과 수요가 생겼는데, 이로 인해 임금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임금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던 유가가 다시 올라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날수록 원유 수요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충분한 공급이 없다면 수요 증가 요인이 유가 안정을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유가 상승이나 공급 차질의 문제는 시간이 가면서 근원물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물가가 빨리 안 내려올 것이란 의미다. 그래서 당초 연말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던 연준이 2분기 5~6%, 3분기 3% 이상 상승을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Q. 전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움직임이 물가에 주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주셨다. 저는 팬데믹 이전 '저물가' 시대에서 팬데믹 이후 '중물가' 시대로 이동할 것으로 보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친환경 전환이다. 친환경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그건 비용이 투입된다는 이야기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당연히 물가에 전이가 된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이밖에도 많다. 지금까지 IT부문에서의 혁신은 소위 말해서 가격을 낮추는 데 많이 초점 맞춰졌다. 그런데 플랫폼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생산 IT 부문에서의 혁신이 비용을 다운시키는 게 아니라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즉, 디지털화와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가격 상승 요인이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거다.

팬데믹 이후, 미중 무역 갈등 이후 기업들의 리로케이션(relocation·위치이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과거에는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생산시설을 두는 등 글로벌화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췄는데, 이제는 최대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비용이 올가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 사진 이건 기자

 

Q. 정부는 물가의 '상고하저'를 전망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경제 활동 재개가 본격화 될 경우 되려 물가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작년 물가상승률 데이터를 보면 상반기 1.8%, 하반기 3.0%으로 1.2%p 차이가 난다.  그러면 하반기까지 현재 물가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작년 기저효과로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내려올 수밖에 없다. 

다만 하반기에 물가 상승률이 내려온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예상한 하반기 물가 전망(1.8%)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 1월에 3.6%까지 갔으니 하반기에는 2% 이상이 유력하다.

요약하자면, 물가 상승률은 하반기 들어서 둔화할 것이나 물가 수준 자체는 작년 대비 높을 것이란 판단이다.

Q. 1.8% 상승, 2% 상승, 이런 차이가 실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가.

여러 가지로 (영향이)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였다가, 2021년 2.5%로 올랐다. 그런데 올해 2.3%으로 내려올 수 있다고 하면 물가 불안은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올해 2.7%를 찍는다고 하면 내년에는 더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게 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노동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임금 인상과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을 물가에 전가시킬 수 있다. 즉, 이로 인해 2%대 물가 상승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타이트닝하게 올릴 것이고, 경제주체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 사진 이건 기자
장재철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 사진 이건 기자

 

Q.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전세계 통화당국이 긴축정책을 앞당기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당장 3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상승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연준은 금리를 한 번 올리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금리 인상 사이클에 들어갔다'라고 표현을 한다. 그런데 초반부터 50bp를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25bp씩 점진적으로 올려서 1.50%까지 높이는 것과 50bp씩 세 번 올리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린다는 건 경제주체들에게 '이제 통화정책 스탠스를 바꿔 긴축으로 들어갈 테니 준비하세요'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인데, 갑자기 빅스텝으로 올리면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경제주체들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또 장단기 금리차가 뒤집어질 우려가 있다. 이 경우 금융시장에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줘 경제를 오버킬할 가능성이 있다.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고점은 올해 1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기대인플레이션도 안정화 되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굳이 3월부터 50bp씩 올리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25bp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시나리오가 현재로선 높다는 판단이다.

Q. 만약 연준이 3월 회의에서 50bp를 인상한다고 가정할 경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그래프가 가팔라질 가능성은.

꼭 그렇지도 않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1.25%까지 올렸고, 물가 압력도 미국보다 약하다. 미국은 7차례 올려도 올해 말 정책금리의 하한이 1.25%다. 연준이 50bp씩 올린다고 해서 성급하게 따라 올려야 할 상황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안 내려온다면 추가로 한 번, 많게는 두 번 정도까지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장재철(왼쪽)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장재철(왼쪽)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일각에서는 불황에서 벗어난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딥'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더블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하방 리스크가 존재하긴 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굉장히 빨라지고 있고, 그로 인해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것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나쁘게 하고, 우리나라 증시나 부동산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더블딥이나 경기침체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Q.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1%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제언해 주신다면.

경기가 회복 단계에 진입한다면 정부의 역할은 축소되는 것이 맞다. 민간이 알아서 투자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쓸 계획이라면, 정부 주도로 거둬서 나누는 게 아니라 규제 완화나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지방 보건의료 부문 인프라를 확대해 차후 있을 전염병과 고령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의사확충기금 등 펀드를 만드는 방법도 좋다.

세 번째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건전성 모니터링 강화다.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 취약했던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주길 당부드린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장재철 본부장 프로필

-워싱턴대학교 경제학 박사
-워싱턴대학교 사회과학연구센터 컨설턴트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연구본부 경제동향실 수석연구원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한국시장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상무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現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 본부장,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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