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바야흐로 데이터 경제 시대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데이터 기반 혁신 기술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경쟁도 바쁘게 전개 중이다.

“○○○는 ‘백지수표’를 받았다더라” 하는 ‘카더라’ 소식도 공공연히 들려온다.

데이터 경제 시대에 맞는 인재를 찾는 산업계의 ‘수요’는 늘었으나 교육계의 ‘공급’은 그에 못 미치는 탓이다. 

상황이 이렇자 교육부는 초등학교 5,6학년 과정에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다. 어릴 때부터 데이터 경제 시대에 최적화된, 준비된 인재를 미리미리 육성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에 대해 김진호 스위스 경영대학(SSM) 한국대표는 “하책”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이자 이곳에서 AI빅데이터 석사·박사 과정을 운영 중인 국내 대표 빅데이터 전문가로, 최근에는 <빅데이터 사용설명서>를 집필했다.

그는 “코딩과 같은 기술 교육에 앞서 전인교육을 통해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훈련이 먼저 이뤄져야 데이터 경제 시대에 맞는 반짝이는 인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 어릴 때부터 기술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면 단순히 기술자에만 머무를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다음은 7일 스위스 경영대학에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빅데이터 사용설명서' 저자인 김진호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 / 사진 이건 기자
'빅데이터 사용설명서' 저자인 김진호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 / 사진 이건 기자

 

Q.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현시대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

- 데이터란 내가 한 모든 행동이 담겨있는 것이고, 또 공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운영상태가 담겨있는 것이다. 즉, 시장과 고객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걸 분석해서 ‘A는 이렇게 행동을 하는구나, 이런 걸 원하겠구나’ 하는 정보를 습득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기업이 유리하겠는가.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그러니 기업들도 데이터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데이터가 힘인 시대가 된 것이다. 

Q. 신간 <빅데이터 사용설명서>에서 데이터 활용을 잘하는 해외 기업의 사례를 소개해 주셨다. 몇 가지 언급해달라.

-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구글’이 있다. 구글의 모토는 ‘우리는 모든 결정, 특히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결정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태생부터 데이터 기반 회사였다. 세상에는 수많은 검색 프로그램들이 존재하는데, 구글은 이 가운데서도 가장 분석적으로 접근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빅데이터’를 검색하면 구글은 검색어와 관련성이 높으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위에 올려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단에 나오는 몇 개만 봐도 되는 거다.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이다. 그러니 ‘검색’을 ‘구글링’이라고 부르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해러스 카지노'도 유명하다. 돈으로는 다른 카지노들과 경쟁이 안 되니까 데이터 기반으로 경쟁을 해보자 해서 하버드대 교수를 모셔오고 분석인력들을 투입했다. 그 결과 전혀 경쟁력이 없던 카지노 기업이 전세계 51개 카지노를 가진, 세계 최고의 카지노 재벌로 성장할 수 있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 대표적인 사례다.

Q. 책을 보면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 본 기업 유형을 5가지로 정리해주셨습니다.(데이터 낭비 기업→데이터 수집 기업→국지적 분석 기업→분석적 열망 기업→전략적 분석 기업) 한국 대다수 기업은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95%가 데이터 낭비 기업이나 데이터 수집 기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국지적 분석기업 조차도 꽤 드물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경영자들에게 아주 고질적인 편견이 있어서다. "내가 해봐서 알아" 하는 것들이다. 그만큼 많은 경영자가 자신의 경험과 감에 의해 판단을 해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시대가 점점 변하고 있지만, 그 (데이터 경제의)잠재력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경영자가 전사적으로 밀어부쳐야 빨리 변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질 못하니 '디지털 전환'을 하는 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경영자 자신이 먼저 바뀌고 인프라와 조직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 구글처럼 말이다. 경영자의 감과 경험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경영자 스스로가 가질 필요가 있다.

Q. 그렇다면 교수님이 생각하실 때 상위 유형에 속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어디가 있을까요.

- 데이터가 많고 그 데이터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들, 예를 들어 온라인유통이나 포털사이트, 카드사들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빅데이터 사용설명서' 저자인 김진호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 / 사진 이건 기자

 

Q. 많은 전문가들이 빅데이터 활용의 걸림돌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꼽습니다. 교수님의 견해는. 

- 우리나라처럼 개인정보에 엄격한 나라도 드물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너무 엄격해서 탈이다. 물론 개인정보 관련 피해 사례들도 나오고 있지만, 그건 어느나라에나 있는 거다.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건, 미국은 (개인정보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서 우리보다 자유로운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소비자가 "내 개인정보를 쓰세요" 하지 않으면 기업에서 못 쓴다. 반대로 미국은 소비자가 "내 개인정보 쓰면 안 돼" 하기 전까지 다 쓸 수 있다. 왜일까. 미국은 데이터를 갖다 쓰면 쓸수록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집단이 데이터의 패턴을 연구해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윈윈(win-win) 되는 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 법이 너무 엄격하다. 마이데이터가 들어오면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 장벽은 여전히 높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장벽을 더 낮춰야 한다고 본다.

Q. 데이터 소유에 따른 불평등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 예를 들어 구글이나 네이버, 카카오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우리가 포털을 통해서 많은 행동을 하니까 거기에 데이터들이 쌓이는 거다.

마태복음(신약성경 4복음서 중 하나)을 보면 가진 자는 더 가지게 되고, 못 가진 자는 더 못 가지게 돼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다만 소비자를 위해 (데이터를) 쓰는 방향으로 가야 기업도 돈이 생길 테니까, 결국 소비자에게 나쁠 건 없다. 부작용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이를 막기 위해 법이란 게 존재하는 거다. 문제가 드러나는 즉시 법으로 견제가 들어올 것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Q.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1차 산업 때 농업인구가 95%였으나, 지금은 2%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람은 다 어디로 갔을까? 기술이 발달하고 진보하면 그에 맞춰 새로운 작업이 등장하게 된다. 2차,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역사적으로 증명해온 사실이다. 당장 내 직업이 없어질 수 있으니 걱정하는 것인데, 조금만 시간을 두고 보면 해결될 문제다.

'빅데이터 사용설명서' 저자인 김진호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 / 사진 이건 기자
'빅데이터 사용설명서' 저자인 김진호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 / 사진 이건 기자

 

Q. 기업 간에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일 텐데, 일부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좋은 인력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교수님도 동의하는가.

- 엄밀히 말하면 이제 막 키우기 시작하는 상황이라 공급이 부족한 것이다. 아직 제대로 키워놓지도 못했는데 벌써 해외 유출을 걱정하는 건 맞지 않다. 해봐야 소수 인원이다. 해외에서 모셔갈 정도로 우리나라에 인재가 많다면 그만큼 저변이 넓어졌다는 의미다. 오히려 좋게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인 거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의 '정원' 시스템에 있다고 본다. 미국은 지원하는 학생이 많으면 많은대로 다 받지만, 우리나라는 정원 시스템이 있어 정해진 인원만 받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미국 스탠포드는 컴퓨터 공학과 학생 수가 수천명 단위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대학은 정원이 몇십명 수준에 그친다.

또 과거에 대다수 IT 전문가는 매일 밤을 새워 일을 했다. 그러면서 승진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그러니 관련 과의 인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기가 많았다면 진작 정원도 늘었을 것이다.

Q. 윤석열·이재명 대선후보가 일제히 ‘소프트웨어 인재 100만명 양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제언을 해주신다면.

-인재의 개념부터 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구글은 사람을 뽑을 때 학위를 보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Q.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달로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가져야할 자질이나 능력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분석적 능력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분석적 능력이란 데이터를 이해하고 수집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앞으로는 어느 직종, 어느 부서에서 근무하든 상관없이 이러한 분석적 능력이 성공을 위한 필수 역량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교육을 하는 건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딩 교육은 도구의 기술이다. 분석적 능력을 가진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고를 넓히는 훈련이 먼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사회적인 소양을 우선적으로 키워야 한다. 도끼질, 망치질(코딩 교육을 빗댄 것)은 나중에 배워도 충분하다. 코딩 교육부터 하는 것은 하책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전인교육으로 클 때 거기서 반짝이는 인재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인문사회학적 교육은 하지 않고 기술 교육만 하면 결국에는 망치쟁이, 도끼쟁이밖에 키울 수 없다.

김진호(왼쪽)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우리나라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외치고 있습니다. 경영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빅데이터 사용설명서>에서 경영자가 바꿔야할 것들에 대해 나열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디지털 전환 작업은 기존처럼 "이거 해" 하고 지시만 해서는 될 수 없다는 거다. 여태 해본적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능한 사람 몇 명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이나 캐나다 토론토대학에 연수를 보내는 것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최첨단 인공지능 기법들을 듣고 와봐야 엄청난 돈만 들 뿐, 기업에 적용해 쓸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데이터 분석이 경쟁의 기반이 되는 DNA를 회사에 심기 위해서는 경영자 본인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는 인프라를 갖추고, 모든 직원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에 맞는 KPI(핵심성과지표)를 갖추는 것도 필수다. 

사업을 진행할 때도 처음부터 로드맵을 세워놓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걸 선택하고, 전체 조직이 인정할 수 있는 제대로된 성과를 낸 다음, 종합적인 계획과 로드맵을 세우는 방식이 빅데이터 시대에서는 더 유용하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낯선 과정인 만큼 필요한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기반 분석 프로그램을 같이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사진= 이건 기자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

김진호 교수 프로필

-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
-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스쿨 마케팅 박사
-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AI빅데이터 석사·박사과정 설립, 운영
- 現 스위스 경영대학 한국대표, AI빅데이터 박사·석사과정 운영
- <Keeping Up with the Quants: Your Guide to Understanding and Using Analytics>(공저)<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통계 상식 백 가지> <괴짜 통계학> <빅데이터가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 <빅데이터 리더십> <가장 섹시한 직업,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다수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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