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단기적인 결과에 얽매이지 말고 긴 호흡으로 국가 운영해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한·미 FTA는 지난 10년간 양국의 무역과 투자를 증진시키고, 경제협력을 강화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기초가 됐습니다.”

20일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공감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미 FTA 체결 이후 지난 10년간의 성과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어 강 학장은 “통상협정을 통한 경제통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국은 최근 ‘양자간’ 통상 협정을 넘어 ‘다자간’ 협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 핵심 통상 의제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 협정(CPTPP)’ 가입 문제를 손에 꼽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두 협정에 모두 가입해 균형적인 통상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특히 IPEF에 대해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함께 공급망, 디지털 통상, 반도체 등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체를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새로운 협력체가 출범하는 것인 만큼 처음부터 가입해 규율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이미 기존 회원국이 존재하는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회원국으로부터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 학장은 “오늘의 좋은 정책이 계속해서 좋은 정책일 수 없기 때문에 원래의 취지대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지켜보고 변화된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새 정부를 향해 “단기적인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긴 호흡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강문성 학장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장 / 사진=염보라 공감신문 기자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장 / 사진=염보라 공감신문 기자

 

Q. 이달 15일 한·미 FTA 발효 10주년을 맞았다. 그간의 성과를 간략히 평가해 주신다면.

- 지난 2012년 3월에 발효된 한미 FTA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전체적으로 한미 FTA는 지난 10년간 양국의 무역과 투자를 증진시키고, 경제협력을 강화해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는 기초가 됐다고 평가된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수입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현실화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특히, 미국은 한국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1위 국가인 동시에 한국 기업의 최대 해외투자처다. 상호 투자의 확대로 양국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Q. 미국에서는 한·미 FTA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제안하고 있다. 그 이유는.

-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통상정책의 핵심이 중국경제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고율관세부과 등을 수정없이 사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중국 견제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중국 견제를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통상정책처럼 FTA를 통해 미국의 우방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무역증진권한(TPA)과 같이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함께 공급망, 디지털 통상, 반도체 등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체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Q. IPEF 가입 시 우리나라가 얻는 경제적 효과는.

- 아직 IPEF가 어떠한 형태로 어떠한 내용이 포함될지는 알려진 바가 없어 경제적 효과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다만 공급망, 디지털 통상, 반도체 등 분야에서 참여 국가 간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협정으로 만든 후, 일종의 분야별 협정 패키지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Q. IPEF 외에도 올해 다양한 형태의 경제통합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산업부에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 협정(CPTPP)’ 가입을 추진 중에 있다. CPTPP와 IPEF의 차이를 설명해 주신다면.

- IPEF는 미국 정부의 완전히 새로운 시도이어서 향후 어떠한 형태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이에 반해 CPTPP는 현재 총 11개국이 참여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구상한 ‘아시아 중심(pivot to Asia)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을 포함한 총 12개국의 FTA이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탈퇴를 선언하고 남은 11개국이 지난 2018년에 발효시킨 FTA다.

Q.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가 IPEF와 CP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한국 입장에서는 IPEF와 CPTPP에 모두 가입해 균형적인 통상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발효된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으로 중국 주도의 경제통합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CPTPP에도 가입할 필요가 있다. CPTPP의 발전과정을 보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가 밑바닥에 깔려 있지만, 지난해 9월 중국이 전략적으로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중국 눈치를 볼 것 없이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IPEF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협력체가 출범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입해 규율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Q. CPTPP 가입을 두고 농축산업게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개방화가 가속화될 경우 국내 주요 식량의 자급률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 CPTPP 가입의 경우 한국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와 양자간 FTA를 체결하고 있다. CPTPP 가입의 경제적 효과는 향후 협상의 결과에 좌우하겠지만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의 양자간 FTA의 결과로 이행해야 하는 시장 개방의 효과에 CPTPP로 인해 추가적인 시장개방 양허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는 이미 지난 2월 발효된 RCEP에서 품목수 기준 83% 수준의 낮은 시장개방 양허안에 CPTPP의 추가적인 양허 수준에 따라 그 효과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는 아직 양자간 FTA가 없어 양국간 경쟁력 차이를 볼 때 CPTPP 가입으로 한국이 얻게 될 이익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이며, 멕시코를 통한 북미 지역의 공급망 접근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장 / 사진=염보라 공감신문 기자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장 / 사진=염보라 공감신문 기자

 

Q. 정부가 IPEF와 CPTPP 가입 결정에 앞서 고려하거나 선행해야 할 것은.

- CPTPP의 경우 한일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이 새로이 가입하는 것이어서 기존 회원국으로부터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기존 회원국과 사전 협의를 한 결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동의했고 지금 신규 가입국으로 협상 중인 영국 역시 한국의 가입을 환영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지속해서 악화된 현 상황에서 새로운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일관계를 좀 더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Q. 최근들어 전세계가 양자간 협정을 넘어 다자간 협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이유는.

-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통상협정을 통해 경제통합의 효과를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국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보다 많은 회원국을 확보할 수 있다면 먼저 경제적으로 시장이 더욱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회원국을 많이 확보한 경제협력체를 통해 다른 국가와의 통상 협상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고, 약육강식의 국제관계 속에서 집단적 행위(collective action)를 통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

Q. 올해 통상 의제 핵심을 짚어주신다면.

- 올 상반기에는 지금까지 살펴본 IPEF와 CPTPP 가입 문제가 핵심적인 통상 의제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에도 디지털 통상, 노동과 환경 문제의 통상 연계 등이 화두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Q. 통상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둘지, 아니면 외교부로 넘길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견해는.

- 사실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에 두는지는 실질적으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산업부가 맡을 경우 산업과의 연계성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외교부가 맡으면 경제안보가 중요시 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산업부가 맡으면 서비스, 기술 등 통상 협상이 약해지고, 외교부가 맡으면 경제에 대한 상대적으로 낮은 이해도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결국, 어느 부처가 맡든지 장단점이 있다.

중요한 건 2013년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통상 기능을 이관한 이후 한국 정부가 경험했던 것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해서 통상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여야 하며, 관련 협상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어야 한다. 통상 기능을 한 부처에서 다른 부처로 이관하면 그동안 축적돼온 경험이 같이 이관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통상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의 경험이 단절되고, 해당 기관의 경험과 노하우가 단절되는 것이다.

강문성(왼쪽)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염보라 공감신문 기자
강문성(왼쪽) 고려대 국제대학장 겸 국제대학원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염보라 공감신문 기자

 

Q. 새 정부에 제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정책이라는 것은 미묘하다. 오늘의 좋은 정책이 계속해서 좋은 정책일 수 없다. 상황이 늘 변화하기 때문이며, 경제주체들이 해당 정책에 적응해 새로운 대응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이 결정되면 그 이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정책을 수립해 이행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하다. 원래의 취지대로 정책이 운용되고 있는지, 계획했던 대로 정책의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지켜봐야 하며 변화된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엄격한 규정을 만들지 않고, 경제주체들이 적절한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단기적인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긴 호흡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

강문성 교수 프로필
- 現 고려대 국제대학 학장, 국제대학원장 겸 국제학부 교수
-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4단계 BK21 국제학 교육연구단 단장 
-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 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및 박사
- 고려대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 고려대 경제학과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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