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최근 기업의 최대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ESG경영의 원년을 선포한 이후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나가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 따라 ‘에코닥터’ 이승은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을 찾는 곳도 많아졌다. 이 소장은 국내 대표 ESG 전문가다. 유니코어ESG연구소와 기후솔루션탄소제로넷을 운영하고 있으며, 숙명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정책위원이기도 하다.

잠잘 시간조차 부족할 만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이 소장은 ESG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재의 분위기에 “너무나 다행”이라면서도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에 벌써부터 ESG에 대한 피로감이 쌓였다는 토로다. 이 소장은 “ESG는 장기전이다. 과속은 금물”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현재를 잘 사는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세대가 할 수 있는 무엇인지 직시하고 목표를 현실화해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국민 참여를 이끌기 위해 ESG 관련 용어를 쉽게 풀어 대중과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다음은 19일 공감신문 사무실에서 진행한 이 소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이승은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
이승은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

 

Q. 기후변화 대응이 전세계 화두다. 현 시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가 처음 선포됐을 때 17가지 목표 안에 ESG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었다. 전 세계 196개 나라가 SDGs 선언문에 동참했는데, 굉장히 좋은 선언이고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나 규제가 없다 보니 각국의 자구책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 리스크는 곧 경제 리스크이니 환경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회사에 투자를 하겠다”는 ‘블랙록’(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의 지침서가 나왔고, 이것이 ESG경영 확산에 많은 파급 효과를 줬다.

그런데 최근 뉴스를 보면 블랙록의 마음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결국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이지 않나. 장기적으로는 환경 투자가 필요하지만 당장 수익성이 없으니까 약간의 변수를 내놓고 있다.

우리(기업)가 그런 부분에 대해 휘둘리지 않으려면 (ESG경영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과의 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Q. ESG경영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실 비용 문제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해 보이는데.

- 그렇다. 결국에는 정부 지원이 전폭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담보 없는 대출을 허용해주는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ESG 기준에 맞춰 기업의 방향이나 철학이 이뤄지면 공급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겠다. 총수뿐 아니라 투자자, 소비자, 이 외 많은 이해관계자가 모두 기업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Q.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ESG경영의 원년을 선포했다. ESG경영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결국은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지엠’(글로벌 자동차 회사)이 (한국시장을) 떠날 때 “한국은 기업이 할 수 있는 필드가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그만큼 정부 규제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반대로 민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특히 중요한 건 목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NDC’(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개인적으로 우리 산업구조상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 (탄소 배출량을) 37% 감축하겠다고 했는데, ‘기후 악당국’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만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 부분에서 볼 때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목표치를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목표를 재정립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아가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다. 그리고 자본의 힘은 결국 이윤 추구가 궁긍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의 개념이 있을 때마다 중간에 잘 중재하면서 선순환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윤리경영, 형평성 같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Q. 아직도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ESG경영에 대해 막연하다, 어렵다고 이야기하는데.

- 이해는 한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중요한 문제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보면 결국은 우열한 DNA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 예를 들어 전기차와 수소에너지를 중심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업계에 굉장히 큰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 경유나 휘발유차에 맞춰져 있던 하청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하고 적응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ESG를 온전하게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을 성장시켜줘야 한다. 상생의 산업구조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어떻게 보면 탁상공론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큰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지 못하면 결국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승은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
이승은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

 

Q. 일각에서는 비용 투입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 우리가 한 번은 겪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포스코의 생산라인을 바꾸는 작업에 60조원에서 많게는 10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전기세가 오를 것이고, 이는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사회에서 합의점을 잘 찾아내서 갈 수밖에 없다. 국가가 해줄 수 있는 게 있고 소비자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우리나라 정부는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 40% 감축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달성 가능하다고 보는가.

-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다. 그래서 여러가지 (탄소) 저감 방법을 시도해봐야 한다. 방법론적으로는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라는 탄소중립 대응 기술이 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17%정도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문들이 나와있다.

이외 다른 대체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사실 지구상에서 탄소 흡수를 가장 많이 하는 건 바다다. 플랑크톤이나 다시마, 미역 같은 것들이 잘 살 수 있는 바다 환경을 만들어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장례 문화를 수목장 위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Q.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방점을 찍은 반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 비중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것이 맞지만, 중간 과정의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볼 때는 원전을 가동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다. 일단, 원전은 위험요인을 현재의 과학기술로 담보할 수 있고, 법적인 제반도 마련돼 있다. 

잃어버린 원전의 5년을 가슴 아파하는 분들이 많지 않나. 일자리도 많이 없어지고 기술 유출도 많이 됐다. 우리는 탈원전을 외치면서 외국에는 원전을 수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있었다. 원전은 우리가 가진 기술이자 경쟁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존에 있는 원전은 가동하는 게 맞다고 본다.

Q. 국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과 참여도 중요할 것이다. 법국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 또는 정부 차원의 방법을 제안해 주신다면.

- 언어의 순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ESG’라는 용어부터가 어렵다. ‘탄소제로’나 ‘탈탄소’도 마찬가지다. 탄소가 이산화탄소를 의미하는 것 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이나 ‘텍스노미’(친환경탄소중립에너지) 같은 건 대통령도 모른다. 용어가 어려우니 접근이 쉽지 않고, 나와는 관계가 없는 걸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는 거다. 그래서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용어를 쉽게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대중과의 소통과 홍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마을 공동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이승은(왼쪽)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20일 공감신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승은(왼쪽)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20일 공감신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과속은 금물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ESG라는 단어에 대한 피로감이 너무 쌓였다. 재작년부터 ESG 광풍이 불지 않았나. 제반적인 것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목표치만 엄청 높게 잡았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점을 개선하려 하지 말고 장점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하고 싶다. 단점 개선에 집중하면 시간적 손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지금 현재를 잘 사는 게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과거는 오래된 미래였고, 미래는 오래된 현재다. 결국은 현재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및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이승은 소장 프로필

- 現 유니코어드ESG연구소장
- 現 기후솔루션탄소제로넷 대표연구원
- 現 숙명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 2030 온실가스 로드맵 정책위원
- 환경부 KEI 정책 평가위원, K-Water 자문위원
- K-SDGs 환경부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연구위원
- 환경 다큐멘터리 PD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MA. Diploma)
- 서울대 언론대학원 박사
- 서울대 공과대학 제어계측공학 석·박사 졸업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