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주요 덕목 ‘르네상스’… 생각하는 사람 키워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패러다임은 ‘생각하는 사람으로의 복귀’가 될 것입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9일 공감신문과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고경영자(CEO)의 덕목으로 ‘르네상스’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르네상스는 14세기~16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곳곳에서 일어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 혁신 운동이다. 이전까지 사람을 ‘노동하는 사람’으로 취급했다면 르네상스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봤다.

김 교수는 “노동의 영역이 자동화됨에 따라 사람의 역할은 상상하고 상상을 고객 경험으로 바꾸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공감과 소통, 자율을 통해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어주는 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도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일환이다. 김 교수는 “인풋(input·투입)을 통제하는 시대에서 아웃풋(output·출력)을 강조하는 시대로 넘어가려면 유연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며 “산업계도 빠르게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는 팀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중근무제 등 시스템을 통한 근태관리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 김 교수는 “직원 개개인이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코칭이나 교육이 필요한 직원은 없는지 팀장이 상시적인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관리자 밑에서는 창의성이 나오지 않는다. 관리자의 반댓말은 리더다. 리더는 파워를 가지지 않는다. 사람을 안내하고 상상하게 한다”면서 “관리자가 아닌 리더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Q.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산업계에서는 근무방식 전환에 대한 고민이 깊다. 특히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곳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왜 만들어졌다고 보는가.

-전세계적인 추세다. 지금까지는 ‘나인 투 파이브’(nine to five)였다. 인풋을 통제했다. 인풋을 통제하는 시대에서는 월급은 노동의 댓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동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스마트화됐다. 그러면서 사람의 역할은 상상하고, 상상을 고객 경험으로 바꾸는 것으로 변화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인 투 파이브로 인력을 컨트롤 하는 문화보다는 아웃풋을 강조하는 것이 생산성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웃풋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직원이 교수다. 나인 투 파이브를 컨트롤 하지 않아도 밤에 열심히 일한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다. 2년 전에 토요일 밤 12시에 연구개발 하는 곳을 가봤는데, 직원의 20% 정도가 근무하고 있더라. 밤에 일하고 싶은 사람은 밤에 일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 거다. 구글의 경우 본인이 원하면 스페인 바닷가에서 근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인풋을 관리하는 시대에서 아웃풋을 관리하는 시대로 넘어가면 조직문화는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웃풋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팀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팀장이 각 프로젝트의 진도를 관리하고, 누가 못 따라오는지도 체크해야 한다. 팀장의 코칭·평가·육성 역할이 중요해진 거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 산업계도 아웃풋을 관리하는 시대로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 보는가.

- 그렇다.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혁신분과 의장을 맡았을 때 대기업 부사장들과 함께 코로나 이후 생산성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 SK의 경우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생산성이 40%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당근·토스)뿐 아니라 삼성도, 롯데도 이렇게(아웃풋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이제는 경영을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을 거다. 하나는 조지는 경영이다. 지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관료주의다. 원가를 낮추고 품질을 좋게 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수단으로 썼다.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행동을 하게 했다. 

다른 하나는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어주는 경영이다. 공감하게 하고 자율을 줌으로써 성공한 회사가 지금 혁신기업이라고 부르는 곳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다. 스티브 발머 전 최고경영자(CEO)는 조지는 경영을 했다. 지시하고 통제했다. 1등부터 100등까지 등수를 매긴 다음 상위 20%에는 엄청난 보너스를 주고 하위 10%는 퇴출시켰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18% 떨어졌다. 더이상 부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때 만든 제품이 윈도우 7.0 비스타였는데, 최악의 버전으로 불린다. 왜였을까. 사람 간에 상대평가를 하니까 제대로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후 2014년 사티아 나델라라는 새 CEO가 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달라졌다. 나델라는 공감과 자율을 캐치프라이즈로 내세웠다. 직원들에게 권한을 줬다. 그리고 가고자 하는 방향에 공감했다. 그러니 협력하기 시작했고 혁신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350%까지 올랐다. 이게 바로 공감과 자율의 힘이다. 

조지는 경영을 하는 회사는 사람들이 몸만 출근했을 뿐 마음은 출근하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출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산업계도 빠르게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Q. 재택근무제 도입에 앞서 기업들이 시도해볼 만한 내용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 기업의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직원이 회사에 출근하고 아니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직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몰입도 관리가 전세계 평균보다 낮았다. 이제는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다. 그러면 직원들에게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15세쯤 됐을 때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한다. 하지만 50대가 되면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없는 사람이 된다.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을 보니 38세 정도다. 관리자가 되는 나이다. 한국에서 관리자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자기개발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50대에 무능한 사람으로 전락한다. 

반대로 독일이나 북유럽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낮지만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서 50대에는 우리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사람이 돼 있다.

선진국은 사람을 전문가로 만들지만 대한민국은 관리자로 만들어 결국 은퇴하게 만든다. 이게 핵심 문제다. 그래서 조직문화를 바꿔야 하는 거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늘 "사람을 키우는  사람을 승진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열심히 일을 시키는 건 개발도상국일 때에나 통한다. 지금은 3만불 시대를 넘지 않았는가. 이때는 창조·혁신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Q. 기업 입장에서는 근태관리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카오의 경우 최근 ‘메타버스 근무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가 음성소통, 집중근무시간 등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국 재검토 입장을 발표해야 했다.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는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근태관리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조언을 부탁드린다.

- 사실 재택근무 도입 시 시스템으로 근태관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건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팀장의 역할이 중요다. 지금까지는 (직원 평가를) 1년에 한 번 했는데, 앞으로는 상시평가제도가 필요하다. 휴넷은 일주일에 한 번, 팀장이 모든 틱원을 한시간씩 면담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진도 관리를 하는 거다. 직원 개개인이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코칭이나 교육이 필요한 직원은 없는지를 상시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재택의 성과를 낼 수 있다. 방치하면 최악의 시스템이 되는 거다.

Q.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직장이 과거 삼성·SK 등 대기업에서 네이버·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으로 바뀐 모습이다. 이들 기업의 어떤 점이 MZ세대로 하여금 일하고 싶은 회사로 느끼게 했다고 보는가.

-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게 불공정이다. 기존 대기업에 대한 MZ세대의 가장 큰 불만은 성과 보상을 회계부서에서 한다는 거다. 돈을 벌어온 부서에 일괄적으로 1000%씩 준다. MZ세대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성과 보상의 공정성 때문에 회계부서에서 하는 평가보상제를 신뢰하지 않는다. 

반대로 '네카라쿠배당토'는 팀장이 열심히 평가를 한다. 그리고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준다.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거다.

Q. 좋은 인재를 두려면 결국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중요할 텐데, 중소기업에 관련 조언을 해주신다면.

-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공감'이다.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와 노스페이스라는 회사가 있다. 노스페이스는 원가·품질관리를 열심히 한다. 반면 파타고니아는 파도가 치면 서핑을 하고 눈이 오면 썰매를 타러 간다. 회사의 목적이 '지구를 지켜라'이기 때문이다. 많은 직원이 회사의 목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두 회사 중 어떤 회사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겠는가.

CEO의 역할은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고, 카카오가 그랬다. 일하고 싶은 회사는 공감하게 하고 자율을 줘야 한다. 그러면 혁신은 자연히 뒤따른다. 소통, 공감, 자율은 일하고 싶은 회사의 3대 조건이다. 관리자 밑에서는 창의성이 나오지 않는다. 관리자의 반댓말은 리더다. 리더는 파워를 가지지 않는다. 사람을 안내하고 상상하게 한다. 이런 부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Q. 앞서 말씀해 주시긴 했는데, 포스트코로나 시대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을 단어로 정의한다면.

- ‘르네상스’다. 르네상스는 인간의 재발견이다. 지금까지 회사는 사람을 노동자로 봤다. 하지만 르네상스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봤다. 사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메디치가(家)가 키웠다. 다빈치에게 생각할 수 있게 해서 모나리자가 탄생했다. 

코로나 이후 패러다임은 생각하는 사람으로의 복귀가 될 것이다. 즉, 사람의 재발견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작품을 보고 ‘르네상스’를 정의했다. 대한민국의 핵심과제라고 본다.

김기찬(오른쪽)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가 9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기찬(오른쪽)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가 9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CEO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회사가 해야 할 역할은.

-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퍼거슨 감독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봤다. 세상이 복잡해질 수록 협력이 일어나는 곳에서 조직이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패스 안 하는 선수를 무조건 뺐다. 히딩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패스 안 하는 사람을 국가대표에서 빼고 대신 박지성을 선택했다. 이후 대한민국 축구는 패스를 하고 협력을 시작했다. 그걸 그대로 이어받아 성공한 지도자가 박항서 감독이다. 

규율에 대한 광적인 집념도 필요하다.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4가지 원칙을 세우고 이를 광적으로 지켰다. 첫 번째는 매일 축구공을 찬다, 두 번째는 양 발 훈련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패스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네 번째는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4개는 예외 없이 지켜야 한다. 이런 광적인 규율이 손흥민이라는 선수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정부 지원이나 정책, 입법 등 내용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 사람을 움직이기 위한 아담스미스의 제1 행동 원리는 공감이다. 제2 행동 원리는 공정이다. 공감하지 못하는 공정은 싸움만 되기 때문에, 공정 전에 공감을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공감을 통해서 공정을 만들어야지, 공정만 내세우는 것은 굉장히 ‘낮은 길’이다. 갈등만 만든다. 정부도 이러한 점에 염두를 두고 정책을 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 해당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김기찬 교수 프로필

-現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혁신분과 의장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세계중소기업협의회 ICSB 회장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 ACSB 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서울대 경영대학·경영학과·경영학박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