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1등보다 1류가 되어라. 새로운 시대에서는 ‘기능형·지식형’ 인재를 넘어 ‘통섭형·융합형’ 인재가 필요합니다.”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자 지식과 사색의 아포리즘 결정체, <두줄칼럼>으로 유명한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인재 4.0'을 테마로 진행한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우선 "거대한 시대적 전환의 변곡점에 서 있는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가장 본질적 문제는 시대적·혁신적 사고의 결여"라며 "작금의 세상은 모든 분야가 4.0 버전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민족이라 자타가 인정해온 우리들 사고는 정작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진정 새로운 사고의 가치이동 즉, 그가 베스트셀러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에서 주창한 'Think 4.0' 시대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중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될수록 인간만이 지닌 아날로그적 상상력이 중요해진다는 점”이라면서 “나만의 생각근육을 키워 생각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지식과 정보의 열린음악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 본인 제공

 

Q. 인재 4.0시대,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기존의 성실 일변도는 아닐 것이며, 한 우물만 파온 폭 좁은 전문가도 더 이상 아닐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시대, 인재 4.0의 모습은 기존의 기능형→지식형→창조형을 넘어 통섭형·융합형 인재라는 것이다. 최근 디자인 싱킹, 메타러닝, 브리꼴라주, 폴리매스 등 통섭형 연결을 강조하는 키워드들이 급부상하는 이유다. 이런 현상들의 근저에는 좌뇌와 우뇌의 통합적 사고(integrative thinking)에 대한 강력한 요구가 자리잡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채용, 교육, 훈련, 배치, 평가에 이르는 HRD(인적자원개발) 전 과정이 통째로 변해야 하는 엄청난 사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이 교수는 "최근 러닝(learning) 보다 오히려 '언러닝(unlearing)', 즉 탈(脫)학습이 강조되고 각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가진 괴짜(geeks)들이 뜨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며 "그나마 갖고 있던 지식과 정보들은 구닥다리거나 폐기처분해야 될 것이 대부분이다. 일찍이 토플러 박사는 이런 것을 가리켜' 무용지식(Obsoledge; Obsolete+Knowledge)'이라 명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낯선 것들을 연결하라” 

첫 번째 조언이다. 학생 시절 누구나 들어본 “한 우물을 파라”는 격언의 효과는 의외로 강력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생겨난 인생의 지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변화의 내용과 폭이 광속으로 변하는 융합경제(convergenomics)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기에 한 우물만 팠다가는 바로 고급형 우물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종적 깊이를 파온 'I자형' 인재에서 횡적 연결을 강조해온 'T자형' 인재를 선언해온지 오래다. 통섭이란 단어에서 '섭(攝)'을 자세히 보면 귀(耳)가 세 개나 붙어 있어 그 의미가 매우 심장하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서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20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지식근로자가 중시됐다면, 21세기 창의융합사회는 예술가와 디자이너가 각광을 받는 시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Q. 전문가의 함정,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전문가는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적게 틀리는 사람'이라는 톰 니콜스의 말처럼 전문가들도 사람인 이상 전지전능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국내에선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계속 커지고 있고, 전문가의 재앙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공부는 분명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에 대한 존경심이나 신뢰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심지어 전문가란 '전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지식인이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문제란 현장을 모르고서는 풀리지 않는다. 참고로 중용에서 학문(學問)이란 넓게 공부하고 깊게 질문한다는 '박학심문(博學審問)'의 약자다. 근데 우리는 공부는 좁게 하고 질문은 아예 없다. 질문은 바로 그 사람의 수준이다." 들을수록 생각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Q. 전공의 노예를 벗어나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담장을 깨고 지식과 정보를 연결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전공이라는 벽, 학문이라는 벽, 산업이라는 벽, 기술이라는 벽을 넘어 전체를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선 특히 정답을 가르쳐주는 티칭(teaching)을 넘어서 지적 자유를 탐색하는 '인스파이어링(inspiring·영감을 주는)'으로 방향을 전환해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 본인 제공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 본인 제공

 

● “생각 근육을 키워라”

두 번째 조언이다. 이 교수는 "전국 방방곡곡에 검색의 고수들이 넘쳐나지만, 알고 보면 자신의 뇌(CPU)를 외주(outsourcing) 주는 고급 무뇌아로 전락할 위험이 농후하다. 이를 위해서는 늘 생각의 물구나무서기와 같은 역발상 훈련, 긍정적으로 부정하는 영감 훈련 등을 통해 나만의 생각 근육을 길러야 한다. 인터넷 검색은 절대 독서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검색보다 사색이다. 
 진정한 사유는 고독을 먹고 자란다." 

그의 촌철살인, 두줄칼럼이다.

Q. Think 4.0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1등보다 1류로의 전환이다. 일등은 한 명이지만 일류는 다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더욱 필요한 게 인간만이 지닌 아날로그적 상상력이다. 이는 기존의 차별적 편견과 인식에 대한 기분좋은 반란이다. 일류(一流)로의 가치 전환의 핵심을 4가지로 요약해 본다면 검색보다 사색, 지식보다 상상, 수치보다 가치, 성공보다 성장이다.”

"얼마 전 한 언론인은 20세기 교수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 대학이라고 했다. 게다가 한국의 대학은 품질보증은커녕 반품, 교환, A/S도 없는 유일한 서비스업이다." 

그는 계속해서 "오늘의 아이를 어제의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는 것이다"라는 교육개혁가 존 듀이(John Dewey)의 말을 인용하며, 낡은 교육 체제를 무너뜨리는 과감한 혁명적 파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수월성을 도외시한 기존의 칸막이형 주입식, 평준화 교육이 융합·통섭형 인재의 출현을 가로막고 있다는 아픈 지적이다. 

Q. 결국 인공지능(AI)이나 스마트 로봇이 못따라올 창조성이 문제인데,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조란 무엇인가?

향후 펼쳐질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생존 자격증은 바로 창의력이다. 지금 시대는 1초면 모든 걸 검색할 수 있다. 골치 아픈 정보나 지식을 머리에 담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이와 관련한 그의 견해가 궁금했다.

● "창조란 최초의 생각이다"

세 번째 조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창조성은 '연결(connectivity)’이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맥락적 사고다. 본래 인간의 뇌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면서 창조적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도 서로 다른 분야가 연결되면서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호기심, 재미 그리고 연결을 통해 인간은 창조의 신세계로 진입한다."

요컨대, 향후 개인의 경쟁력은 ‘새로운 다름’을 향한 최초의 생각과 낯선 것들의 연결에 달려 있다는 것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이것은 결국 영원한 철학적 명제인 'Think out of box'로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이 교수의 두줄칼럼이다. 

"최고, 최대는 언젠가 깨진다.
그러나 최초는 영원하다."

이동규(왼쪽)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동규(왼쪽)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금 초등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앨빈 토플러는 생전에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지는 흥미진진 대화다. “AI시대, 좌뇌와 우뇌의 통합적 사고를 극대화시켜도 모자랄 판에 시대착오적인 문·이과 칸막이 속에서 주입식, 평준화로 질주해온 헛똑똑 현장을 봐라. 그 결과 취직준비학원 내지 대형 물류창고로 전락해버린 대학에선 해답형과는 동떨어진 정답형 인간들의 대량생산이 계속되고 있다. ‘전과목 평균’이라는 해괴한 논리도 없애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한 분야에 특출한 어린 천재들을 다 죽여왔다.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MIT 교수도 했을 친구가 실업자가 돼버린 경우도 숱하게 봤다.”

"세계적으로 교육혁명은 폭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교육과 훈련이란 석기시대 용어를 내던지고 '인스파이어링(Inspiring)' 나아가 '파이오니어링(Pioneering)'으로 상징되는 '교육 4.0'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그 핵심은 기존의 종적 커리큘럼을 전면 파괴하고, 지식의 축성(築城) 능력을 강화해 실전적 문제해결형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아마존의 블루문 프로젝트, 우주 물류창고, 일론 머스크의 화성여행 로켓, 초음속 튜브열차 등의 초월적 사업발상이 자연스레 튀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AI 메타버스 시대, 이제 아는 것은 더 이상 힘이 아니며, 나만의 고유한 생각이 힘인 세상”이라며 “교육 패러다임을 종적에서 횡적으로, 티칭에서 인스파이어링으로 과감하게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참고할 수 있는 모범사례로는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를 들었다. 핀란드는 
법 개정을 통해 2020년부터 ‘4C’(소통·창의력·비판력·협력)에 초점을 맞춘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Q. 핀란드는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는가?

“이 나라에선 모든 학교의 종적 커리큘럼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그 커다란 변화의 줄기는 교과 과정에서 기존의 개별 과목을 제거하는 것이다. 지식 습득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는 능력,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지식의 축성(築城)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왜 제2차 세계대전에 나섰나, 당시 독일은 무슨 생각을 했나, 일본은 왜 항복을 했는가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각자의
생각을 종합, 숙성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나무와 숲을 모두 보게 하는 통찰력(insight)을 키워내는 것이다. 이는 역대 최강 MZ세대의 키워드인 ‘낯설렘’(낯선 경험이 주는 설렘)과도 일맥상통한다.”


시대는 세대를 만들고 세대는 시대를 만든다고 한다. 이 교수는 돈을 벌기보다 시대를 벌고 싶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게 시대의 멘토로서 삶과 일의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그런 철학 하에 <두줄칼럼>의 조선일보 연재 등 각종 저술과 함께 활발한 외부강연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인성과 태도’를 강조했다. 인생은 결국 능력과 태도의 곱하기(×) 함수이기 때문에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태도가 '0'이면 빵점 짜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ttitude(태도)와 Aptitude(소질)은 비록 한 글자 차이지만 전혀 다른 차원”이라며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태도는 가르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모범생보다 모험생이 되어라, 인생은 단 한번의 모험이다. 언제나 결론은 사람" 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 염보라 기자

이동규 교수 프로필(現)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조선일보 고정칼럼니스트
-한국서비스경영학회 고문
-법무법인 클라스 고문
-대표 저서: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두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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