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장손녀이자 전 독립기념관 관장
“지속적인 역사 연구와 함께 ‘문화’ 옷 입혀 국민공감 이끌어야”

[공감신문] 전규열 기자=올해는 윤봉길 의사 의거(義擧·정의를 위해 의로운 일을 도모) 9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던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는 상해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이어갔던 윤봉길 의사는 1932년 한국애국단에 입단해 이른바 천장절(天長節) 겸 전승축하기념식에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성공시켰다. 그의 나이 25살 때였다.

공감신문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이자 독립기념관 관장을 지낸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과 인터뷰를 가졌다. 나라를 지키고 나라를 위해 힘쓴 사람들의 공훈에 보답하는 ‘호국보훈’(護國報勳)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뜻을 현 세대와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27일 진행한 인터뷰에서 윤 의원은 “세상을 바꾸려거든 내 몸부터 움직여라”라는 윤봉길 의사의 말을 전하며 “나라를 되찾는 것뿐 아니라 되찾은 나라를 굳건하게 지키는 것도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독립된 나라를 튼튼하게 지키기 위해 내 몸부터 움직이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역경 속에서도) 독립의 꿈을 잃지 않은 것처럼, 현재에 사는 청년들이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호국보훈의 뜻을 환기하기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도 당부했다. 독립운동사 내지는 근현대사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국가 정체성을 제대로 확립하고, 여기에 ‘문화’의 옷을 입혀 젊은 세대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음은 윤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 사진 염보라 기자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 사진 염보라 기자

 

Q. 올해는 윤봉길 의사 의거 90주년이다. 반면 요즘 청소년들은 보훈에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미래의 일꾼이 될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환기시킬 수 있을까.

- 우리가 어렸을 때는 (전쟁이나 일제강점기를) 경험하신 분들이 살아계셔서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이 불가능 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많이 안타깝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보훈의 개념이 확장돼야 한다고 본다. 현재 청소년들이 나라를 잃는다는 것에 대한 강렬한 느낌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는 질서나 편안함, 안전을 지키는 것에는 충분히 중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이야기 하면서 호국을 위해 애쓰신 분들을 말한다면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최초의 경찰청장은 백범 김구 선생님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식이다.

예전에 영국 출장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영국은 식구마다 전공 역사 분야가 있어서 밥상에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더라. 가정 속에, 생활 속에 역사가 스며들어와 있는 거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깊은 연구다. 독립운동사 내지는 근현대사 연구 기반이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다. 관련해 논쟁이 나올 때 정치권에서 설왕설래 하는 것이 아니라 학자가 만든 연구물을 통해 반론이 제기돼야 한다는 거다. 

아울러 그 연구는 연구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시, 소설, 뮤지컬로 확장돼야 한다. 영화 <파친코>로 세계인의 공감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역사가 문화의 옷을 조금 더 많이 입어야 한다. 문화라는 매체에 실려 역사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Q. 할아버지(윤봉길 의사)가 남기신 명언이 많다. 정치를 하면서 조언 삼는 할아버지의 말이 있을까.

-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하여 산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다짐하였다.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한층 강인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윤봉길 의사가 집을 떠나면서 그의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 내용이다. 정말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집을 떠난다는 것이다. 난 이 말을 할 때 뭉클해진다. 조금 더 젊어지는 느낌도 든다. 이상에 젖지 말고, 내가 꿈꾸는 이상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 목표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자는 마음을 되새기게 한다. 지칠 때 생각하면 힘이 되기도 한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 사진 염보라 기자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 / 사진 염보라 기자

 

Q. 독립 이후에도 한일 관계를 비롯해 북한과의 관계 등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한국이 일본 또는 북한과 어떻게 외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최근 한 포럼의 인사말에서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재정립할 시기가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1945년 광복 무렵 자기들이 지배했던 국민소득 60불 나라라고 착각을 하고, 우리는 중국을 과거 수교했을 무렵의 힘없던 나라로 바라본다. 이제는 한국과 일본, 중국을 대등한 관계에서 봐야 한다.

안중근 의사가 말씀하신대로 ‘세 나라가 공존하면서 세계 평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무감 내지 사명감을 공동 인식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처럼 역사는 역사대로 진실규명 내지는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더라도, 그것이 밝은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게 하자는 공감대를 세 나라가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무력으로 점령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다는 제국주의적 생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런 관계에서 남과 북이 새로운 관계를 열어나가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

Q. 올해 매헌 윤봉길 의사 평전이 출간됐다. 책을 읽고 새롭게 느낀 점이 있을까.

- 한문을 한글로 바꾸는 등 예전 평전을 쉽게 풀어서 쓴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시도는 (대중과 소통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윤봉길 기념관도 ‘梅軒記念館’(매헌기념관)이라고 한문으로 표시돼 있어 사람들이 찾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올해 윤봉길 의사 의거 90주년을 기념해 한글로 바꿨다. 역사의 한 부분을 떼어내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 보면 진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힘 윤주경(왼쪽) 의원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염보라 기자
국민의힘 윤주경(왼쪽) 의원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염보라 기자

 

Q.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보아도 옛말 같았던 ‘나라를 잃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애국정신이 다시금 중요한 시점이다. 윤봉길 의사의 삶을 통해 우리 국민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바는.

- 나라를 잃었을 때 나라를 되찾는 것도 독립운동이지만, 되찾은 나라를 굳건하게 지키는 것도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려거든 내 몸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윤봉길 의사의 말을 기억하면서 독립된 나라를 튼튼하게 지키기 위해 내 몸부터 움직이겠다는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또 모두가 우리의 독립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할 때에도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으셨다고 한다. 요즘 청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독립의 희망을 잃지 않고 밝은 미래를 그렸던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을 기억하고 힘을 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경제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는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윤주경 의원 프로필

- 제21대 국회의원(비례대표/국민의힘)
-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
- 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 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 전)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 전) 국민의힘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 
- 전) 제10대 독립기념관 관장
- 전)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
- 이화여대 대학원 화학과 졸업(이학석사)
- 이화여대 화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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