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8·16 부동산대책’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액션플랜(실행계획)을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정부는 5년 내 270만호 공급을 골자로 한 8·16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집값 안정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시장의 관심이었던 재건축초과수익환수제(이하 재초환) 개편안이나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이번 대책에 담지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 마스터플랜도 오는 2024년 발표로 미뤘다. 이에 시장에서는 ’맹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연이었다.

임 팀장은 “4~5년 동안 오르던 집값이 최근 한 달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초환 개편안 등을 발표할 경우) 자칫 재건축 단지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어 발표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발표될 추가 조치들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금 집을 살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며 “액션플랜 발표 이후 실행력 있게,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달 중 발표 예정인 ‘청년 주거 지원 종합대책’과 관련해서는 “주거만족도 차원에서 어느 정도 주택 면적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임 팀장은 부동산시장 전문가로, 한국은행 부동산 자문과 서울시·경기도 세수추계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다음은 공감신문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Q. 금리인상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본격적인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봐야 할까?

-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본격적인 침체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려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조금 더 싼 가격에 집을 사고 싶은 매수자와 집값 상승 기대감 때문에 싼 가격에 내놓을 생각이 없는 매도자 간의 힘겨루기 상황이라는 진단이 맞을 것 같다.

Q. 집값 상승 기대감이 아직 있는 것인가.

- 현 정부에서 취임 100일 만에 270만호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그 많은 양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택지 개발뿐 아니라 도심에 있는 재정비 사업을 건드려야 한다. 여러가지 규제 완화가 필요한 일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강남·서초 지역의 집값이 외곽지역에 비해 덜 빠지고 늦게 빠지는 모습인데, 규제 완화 기대감이 반영돼서 그렇다. 규제가 완화되면 집값이 오를 텐데, (집을)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Q. 금리인상 흐름이 장기화 되고, 이로 인해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다고 가정할 때 우려되는 점은. 

- 일단 ‘영끌’로 집을 산 분들에게 큰 부담이 될 거다. 집값이 떨어지고, 팔려도 해도 안 팔리고, 그러면서 대출금은 계속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상투’(높은 가격에 투자)로 잡은 분들의 조바심이 커질 수밖에 없을 거다. 낙수효과도 우려해야 한다. 이삿집센터, 공인중개사, 인테리어 사업자 등 주택 거래에 따라 먹고 사는 분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나아가 세수 감소도 문제다. 경기도와 서울시의 세수추계를 보면 60~70%가 부동산에서 나온다. 부동산 관련 세수로 복지에도 쓰고 인프라를 만드는 데도 써야 하는데, 부족해지는 거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Q. 그렇다면 정부가 부동산 관련 정책을 펼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보는가. 최근 발표한 8·16 대책도 함께 평가해달라.

- 공급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8·16 대책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재초환이나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나중에 후속조치로 발표하겠다고 한 점이 아쉽다. 아마 고민이 많았을 거다. 4~5년 동안 오르던 집값이 최근 한 달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재건축)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는 물론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단지도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발표 타이밍이나 내용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Q. 재초환 개정안 등 후속조치를 발표함에 있어 조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

- 택지개발 강제 수용법이 존재했던 1기 신도시를 제외하면 통상적으로 택지 개발을 통해 대규모로 공급되는 것들은 10년 이상 걸린다. 소비자들도 이런 내용을 다 안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액션플랜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수 있다. 재초환 개정안이나 안전진단 기준 완화뿐 아니라 10월로 예정돼 있는 80만호 신규택지 개발 후보지 발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3기 신도시를 발표할 당시에도 김포, 광명, 시흥 등의 집값이 들썩거렸다. 정확한 액션플랜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어느 시점에 공급이 이뤄질테니, 지금은 집을 살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발표 전에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완에도 신경써야 하고, 발표 이후 속도감 있는 추진도 중요하다.

Q. 8·16대책에는 ‘청년 원가’와 ‘역세권 첫집’ 공급 계획도 담겼다. 어떻게 보는가.

- 젊은층의 수요가 있는 도심과 역세권, 3기 신도시에서 시세의 70% 이하 가격으로 제공한다고 한다. 물량도 50만호로 충분하고, 9월이나 10월 중 일부 사전청약을 들어간다고 하니 속도감도 있어 보인다. 다만 주택면적이 작다는 점은 아쉽다. 도심 쪽에서는 원룸 아니면 소형주택이다. 신도시에서는 중소형으로 한다고 하는데, 그래도 24평 정도에 그친다. 살기에 무리는 없지만 주거만족도 차원에서 어느정도 면적 규모를 확대할 필요는 있다. 40년 중장기 모지기를 활용하는 방안이던데, 그러면 40년 동안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 가족 구성원 수 증가 등 요인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병철(오른쪽)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무주택자는 8·16 대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 80만호 신규택지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규모나 지역에 따라 4시 신도시로 불릴 수 있다. 이 경우 3기 신도시보다 안 좋은 지역일 수가 없다. 3기 신도시에 준하거나 더 가까운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청약통장이 있어서 가점을 쓸 수 있는 분들은 충분히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3기 신도시도 괜찮다고 본다. 입주 시점이 늦긴 하지만, 시세의 80~90%로 매력은 충분하다. 

Q. 청약 가점이 낮다면?

- 지어진지 6~10년된 준신축도 괜찮다. 현재 공급하는 신축 단지랑 비교해 구조나 설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타이밍인데, 내년 상반기까지 보면 어떨까 싶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대외여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그 추이를 봐야 한다. 또 내년 5월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데, 그럼 연말이나 내년 초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 그것도 안 팔리면 (집값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

Q. 이사를 계획 중인 1주택자에게도 조언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리고 갈아타려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투자 목적인지, 자녀 학교 문제인지 명확히 하고, 그에 맞춰 지역의 상황이나 규제 여건, 제도변화 등을 오랜 기간 유심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임병철 팀장 프로필

- 부동산R 리서치팀 팀장
- 서울시·경기도 세수추계 자문위원
- 한국은행 부동산 자문
- 교직원공제회·미래에셋증권 등 강사
- 매일경제신문 부동산 시장 전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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