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고개 달동네 이야기 통해 사랑 ㆍ희망ㆍ행복 전해주고 싶었다"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미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동선 작가는 그의 첫 소설 『휘몰이』 서두에 이같이 써 내려갔다.

『휘몰이』는 당고개역 달동네를 무대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성우와 그의 가족, 폐지 수거 일을 하는 달 할머니, 편의점에서 일하는 지윤이 등 여러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들 모두는 주인공이다.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극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조화롭게 이끈다. 누군가의 눈에는 잿빛의 삶을 사는 부류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들의 삶은 무지갯 빛이다.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인생을 소중히 마주하며 그 속에서 사랑과 희망, 행복을 가득 누린다. 사랑, 희망, 행복. 모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이기에 가능하다.

김동선 작가는 이 울림 가득한 이야기를 올해 말이나 내년께 연극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뮤지컬 대본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21개의 ‘넘버’(노래)를 넣는 등 뮤지컬 형식을 취했다. 최초의 ‘뮤지컬 소설’인 셈이다.

김 작가의 능력은 충분히 검증됐다. 부연하자면 그는 ‘광화문연가’로 잘 알려진 뮤지컬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광화문연가는 그가 프로듀서를 맡은 2011년 최고 흥행작에 이름을 올렸다. 통상 3~5년이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광화문연가’는 막을 올림과 동시에 이 통설을 가뿐히 깼다. 한국을 넘어 일본 오사카·도쿄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휘몰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나도 꿈과 희망을 가지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는 김동선 작가를 1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김동선 작가.
김동선 작가.

 

Q. 뮤지컬 소설이라는 장르가 생소하다. 기존 소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 『휘몰이』는 사실 뮤지컬 대본으로 쓰기 시작한 작품이다. 시작점이 다르다 보니 소설의 정통 문법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다. 장면이 넘어가는 구간에 넘버를 넣고, 이미 작곡까지 마친 주제곡 ‘사랑·희망·행복’의 경우 악보와 함께 실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큐알(QR)코드를 실었다. 뮤지컬 형식을 고스란히 책에 구현해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데 크게 신경을 썼다.

Q.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미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정말 와닿았다. 이 문장을 가장 앞에 쓴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오랫동안 ‘디카시인’으로 활동해 왔다.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그에 맞는 시를 썼다. 저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수필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시인이 되길 원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제가 ‘디카시인’으로 활동하고 『휘몰이』라는 소설을 낸 것처럼 말이다. 

『휘몰이』 속 등장인물은 모두 주인공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성우와 그의 엄마 선아 그리고 동생 성준, 폐지를 줍는 달 할머니, 편의점에서 일하는 지윤이, 유기견 바비 모두 주인공이다. 많은 분들이 ‘나도 꿈과 희망을 가지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게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가치이자 메시지다.

Q. 극의 배경으로 당고개역 달동네를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 15년 전께 수락산에서 불암산으로 넘어가던 중 우연히 석양에 비치는 당고개역 달동네의 모습을 보게 됐다. 어찌나 예뻤는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2012년 가을, 사진을 찍기 위해 그곳을 다시 찾았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그날과 달리 서민들의 아픔이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거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와 엄마를 보게 됐다. 큰 소리를 내는 아이의 손을 엄마가 꼭 잡고 있었는데, 엄마의 인고하는 모습이 차창을 통해 눈에 들어오는 거다. 그 순간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당시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뮤지컬 ‘광화문연가’가 크게 흥행했을 때였다. 과시하고 욕심부리던 저의 모습과 겹치면서 뭔가 깨우침을 얻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휘몰이』를 기획하고 나서는 당연히 이곳을 배경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Q.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성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에도 숨은 의미가 있나?

-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착하다. 예를 들어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가 내 아이의 인형을 만진다면, 그건 단순히 만지고 싶어서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형을 뺏으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차이 때문에 공존이 어렵다. 인형을 뺏으려 한다고 단정해 버리니, 발달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점점 더 음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친구들을 다시 양지로 끌어내고 싶은 마음이다.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스토리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김동선(왼쪽) 작가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동선(왼쪽) 작가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Q. 폐지 줍는 할머니도 등장한다. 어찌 보면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다.

- 『휘몰이』를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폐지 줍는 분들이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상당하다. 골목을 깨끗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학생들이 일탈할 법한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Q. 성우의 엄마인 선아가 할머니에게 받은 돈을 다시 사회에 환원하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달 할머니와 선아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 이들도 선한 영향력을 통해 우리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가?

- 그렇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는 사랑과 공존이 필요하다. 10%는 받기만 하려는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안아야 한다. 서로 사랑하고 공존하면서 양지로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밝아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 김천교도소를 방문했다. 한 수용자가 『휘몰이』를 읽고 펑펑 울었다면서, 교도소장에게 다른 수용자들도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당시 교도소장의 요청으로 특강도 가졌는데, 그때 느꼈던 게 ‘교도소의 목적이 교화이니, 수용자들을 사회로 나오게 하려면 안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랑과 희망, 행복을 이분들에게 줘야 한다. 사랑과 공존의 측면에서 말이다. 

Q. 책에 총 21개 넘버를 담았다.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21개 넘버 전체가 제게는 소중함의 깊이와 넓이가 같다. 좋은 작사를 하기 위해 담양 대나무 숲에서 작업하기도 했고, ‘Endless Love’의 경우 폴킴 콘서트장에서 폴킴의 음색을 들으며 완성할 수 있었다. 

특히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인 신준식 박사님 덕분에 콘텐츠를 더욱 확장할 수 있었다. ‘인생은 파란불’ ‘엿장수’ ‘그래요’ ‘하얀손수건’ 등 신 박사님의 시 6편을 넘버로 활용하고, 랩 곡 1개를 공동 작사했다. 특히 ‘그래요’는 자원봉사단의 앙상블로 쓰인다. ‘박수치면서 살아요’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관객과 함께 하면 재미있는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하얀손수건’은 엄마 선아의 유품으로 등장해 큰 울림을 준다. 신 박사님의 시 덕분에 글이 풍부해졌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와 철학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

Q. 21개 넘버 중 특히 마음에 드는 곡은? 

- 앞서 말씀드렸듯 『휘몰이』의 주제는 사랑, 희망, 행복이다. 그래서 동명의 주제곡을 처음과 끝에 배치했다. 사랑, 희망, 행복은 모두 개인의 의지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 아닌가. 복권처럼 행운이 필요하지 않다.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듣고 공감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동선 작가.
김동선 작가.

 

Q.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뮤지컬 제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이야기’라고 밝히셨다. 언제 뮤지컬로 만나볼 수 있을까?

- 올해 하반기나 내년을 생각하고 있다. 대형 뮤지컬보다는 500~700석 규모의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으며, 작품성 자체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넘버 2~4개 정도는 공모를 통해 실력 있는 무명·신인작곡가에게 기회를 줄 예정이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명·신인작곡가를 계속해서 발굴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Q. 스토리가 탄탄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해도 좋을 것 같다.

- 영화 제작을 제안 받았지만 양해를 구하고 미뤄뒀다. 뮤지컬 대본으로 시작한 만큼, 뮤지컬로 관객과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Q. ‘광화문연가’ ‘사랑했어요’ 등 뮤지컬 프로듀서로도 활동하셨다. 뮤지컬 프로듀서로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 관객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유명 뮤지컬은 영향력 있는 배우를 내세운다. 그 몇몇 배우만이 주인공이 되는 형태다. 물론 이것도 나름의 가치는 있다. 저 역시 그것에 취해 멋을 부리고 과시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역시 관객이나 대중이 없으면 무대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걸 늦게나마 자극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Q. 공연 프로듀서, 뮤지컬 소설 작가, 디카시인, 여행작가, 교수 등 많은 타이틀을 갖고 계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 작가로서의 김동선이라는 존재가 알려지면, 그동안 찍은 사진과 글들을 모아 ‘동선’이라는 테마 전시전을 열 계획이다. 세계여행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선한 영향력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김동선 작가 프로필

- 디카시인, 여행작가
- 뮤지컬 ‘광화문연가’ 프로듀서(2011~2013, 한국, 일본 도쿄·오사카 공연)
- 뮤지컬 ‘사랑했어요’ 프로듀서
- 넌버벌 뮤지컬 ‘The Blue’ 제작 프로듀서
- 한의학 국제박람회(EXOM) 기획 및 총괄 프로듀서
- 2012 일본 하우스텐보스 프로젝션 맵핑 ‘카운트다운’ 제작 프로듀서
- 2013~2014 일본 오사카성 프로젝션 맵핑 ‘빛의 축제’ 제작 프로듀서
- 2004~2018 연천 전곡리 구석기축제 개막축하공연 연출
- 평창 동계올림픽 대한장애인체육회 남북장애인 체육교류위원
- (사)대한민국 가족지킴이 자문위원
- (사)지구촌나눔운동 전문위원
- 뮤지컬 소설 『휘몰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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