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투자자 영역인 항공기·선박금융 등 조각투자 기대”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미술품·한우·부동산·지식재산권(IP)뿐 아니라 전문투자자 영역인 항공기·선박금융 등에 대한 조각투자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는 “조각투자라는 부분이 ‘토큰증권’의 영역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내년부터 자본시장법상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을 허용할 예정이다. 토큰증권은 증권형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증권 성격이 있는 가상자산을 토큰증권으로 명명하고, 이를 자본시장법의 적용대상으로 삼고 이를 규율하기로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가능한 금융투자상품의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다만 기존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토큰증권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가상자산이 토큰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돼, 이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 교수는 “이미 각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상장(거래지원) 심사 단계에서 비증권형 가상자산임을 증명할 수 있는 법률의견서를 받고 있다”면서 “물론 오래전 상장된 것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1~2년 전부터 상장된 가상자산의 경우 이것이 토큰증권인지 아닌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토큰증권으로 분류돼 상장폐지될 경우) 당장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해당 가상자산의) 발행회사나 발행회사의 모회사가 한국법인이라면 토큰증권의 규율체계에 맞춰 이번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방식에 따라 발행 및 유통시킬 수 있어 (개개인의 투자 내역이) 전산기록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형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교수는 자본시장·금융규제법 등 전문가로,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의 자본시장분과·금융산업분과 민간전문위원 및 증권성검토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가상자산리스크협의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가상자산 등의 등장에 따른 전통적인 자본시장의 변화와 규제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

 

Q. 최근 토큰증권이라는 개념이 화두로 떠오른 모습이다. 토큰증권이란 무엇인가?

“토큰증권은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서 말하는 가상자산 중에서 자본시장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가상자산을 말한다. 증권규제 입장에서 가상자산은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양분할 수 있는데, 이 중 증권형 가상자산이 토큰증권인 것이다. 나머지 비증권형 가상자산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Q.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내년부터 자본시장법상 토큰증권에 대한 발행과 유통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대효과는?

“이 경우 ‘조각투자’라는 분양가 토큰증권의 영역으로 들어올 확률이 매우 높다. 자본시장법을 조금 더 개정하면 미술품·한우·부동산·지식재산권뿐 아니라 항공기·선박금융 등에 대한 조각투자가 가능할 수 있다. 항공기금융이나 선박금융의 경우 거대자본을 가진 기관투자자만 참여할 수 있는, 소위 전문투자자 영역이다. 앞으로 토큰증권 시대가 열리면 기존에 기관투자자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수익을 개인 투자자도 누릴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Q. 반대로 위험요인은 없을까?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투자 영역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일반투자자에게 노출됐을 때 투자 위험이 얼마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자금 수요자가 이해상충을 일으키지 않고, (자금을) 적절히 잘 관리하면서 투자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수 있도록 구조를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

 

Q. 아직 토큰증권 발행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법무·증권·전산 등 전문인력 구성과 자기자본금 20억~30억원’ 등 요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형 기업이 진입하기에는 문턱이 다소 높다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게 보는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최소한의 (자격) 요건을 두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자본시장법상 토큰증권에 대한 발행과 유통이 허용되면, (발행회사가) 블록체인을 개발해 토큰증권을 만들고 직접 관리하면서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자격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블록체인은 공개형과 폐쇄형(비공개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부분 기업은 폐쇄형 블록체인을 선택한다. 임의로 조작하는 등의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게다가 일정한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회사가 토큰증권을 발행했는데, ‘카카오톡 먹통’ 사태처럼 시스템 전체가 날아가 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이유에서 앞으로 최소한의 (진입) 요건을 정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Q. 하지만 스타트업은 진입 자체가 불가능할 텐데.

“그렇지 않다. (요건에 못 미친다고 해서) 발행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토큰증권이 자본시장법상 범주로 들어오면 토큰증권 발행을 도와주는 플랫폼 회사가 분명 생겨날 것이다. 자격 규모를 갖추기 힘든 스타트업이나 영세한 회사라면 이들 발행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이는 앞으로 시장에서 결정될 문제라고 본다.” 

Q. 기존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토큰증권’ 개념이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5일 발표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이하 방안)에서는 ‘OOO할 경우 토큰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제시한다. ‘A는 증권형 가상자산, B는 비증권형 가상자산’ 등 소위 말하는 흑백논리로 제시하지 않다 보니 애매모호하게 느낄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흑백논리로 제시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입장도 있다. 가상자산 스펙트럼이 1부터 100까지 있다고 가정할 때, 1부터 10까지가 증권형 가상자산 즉, 토큰증권이면 11부터 100까지는 비증권형 가상자산이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형 가상자산의 범위를 굉장히 넓게 본다. 최소 50% 이상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시장법이라는 법률에서 증권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으므로, 미국과 같이 넓게 증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런데 ‘루나’ 관련 쟁송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어서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이와 관련한 보다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말해, 법원 판결이 나와야 조금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루나의 증권성을 인정받기 위한 법리 검토에 주력해 왔다. 법원 판결에서 루나의 증권성이 인정되면, 금융당국도 증권형 가상자산의 범위를 당초 생각보다 넓혀야 할 수 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

 

Q. 현재 가상자산의 증권성 심사를 거래소에 맡기다 보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거래 중인 가상자산이 향후 증권형으로 분류돼 상장폐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미 각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상장(거래지원) 심사 단계에서 비증권형 가상자산임을 증명할 수 있는 법률의견서 등의 증빙 서류를 받고 있다. 따라서 1~2년 전부터 상장된 가상자산의 경우 이것이 토큰증권인지 아닌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물론, 오래전 상장된 것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상장돼 있는 가상자산 중 95% 이상은 비증권형 가상자산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이 루나의 증권성을 인정한다면 현재 거래소에서 거래 중인 다수의 가상자산을 증권형 가상자산으로 분류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학자의 입장에서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본다. 또 요즘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미국 SEC와 가상자산 ‘리플(XRP)‘의 소송의 결과가 루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영향의 정도가 엄청나게 클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Q. 만약 다수의 가상자산이 증권형으로 분류돼 상장폐지될 경우 기존 투자자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나?

“안타깝게도 방법이 없다. 상장폐지 된다면 당장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다만 (해당 가상자산의) 발행회사가 한국법인이라면 토큰증권 규율체계에 맞춰 발행하고 (새로 만들어질 토큰증권 유통플랫폼에) 다시 상장할 수 있다. 이 경우 (개개인의 투자 내역이) 전산기록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형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Q. 가상자산 관련 법안도 국회에 다수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통과가 시급한 법안 내용이 있다면?

“최근 윤창현 의원과 백혜련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들이 있다. 기존 가상자산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진입규제, 영업행위 규제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었다. 반면 이 두 개의 법안은 투자자 보호 관련 쟁점만 1차적으로 먼저 통과시키자는 것을 목표로 한다. 크게 ▲내부자 거래나 시세 조정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엄벌하자는 것과 ▲이용자 예치금을 업자의 고유재산과 분리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 신탁·관리하게 하고, 가상자산을 법령에 의한 방법으로 분리 보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반기 중 두 법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는 계획인 걸로 알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진입규제, 영업행위규제 등에 관한 것은 이후 차례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스테이블 코인, 디파이(탈중앙금융·Defi) 관련 규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하는 부분이 가상자산 규제 체계의 전반적인 과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Q. 가상자산 거래소들에서는 시장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법인이나 기관도 가상자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줘야 한다고 주문한다. 어떻게 보나?

“시기의 문제일 뿐 궁극적으로는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자금세탁 방지 목적으로 금지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등이 갖춰지고 나면 법인과 기관 투자자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전제가 필요하다. 기관투자자 대분은 금융사인데, 현재는 행정지도로 금융사의 가상자산 투자를 막고 있다. 가상자산을 금융의 일종으로 인정하고, 행정지도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현재 수많은 투자자가 힘들게 번 돈을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많은 나라가 가상자산을 금융의 일종으로 인정하고, 관련 규제 체계를 만들고 있다. 우리도 보폭을 맞춰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금융투자를 할 수 있게 하고, 반대로 금융투자사나 은행이 가상자산업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본다. 처음에는 상처가 날 수 있지만, 서로 간의 자극을 통해 훨씬 더 투명한 거래가 일어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Q. 초기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도입했지만, 2019년 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가 2000년 이후 200~300억원 규모로 주저앉았다.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가 뭔가.

“크라우드펀딩 자체가 비상장 회사에 대한 투자다. 비상장 회사에 투자한다는 것은 인내 자본이다. 수년을 기다려야 결실을 볼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다. 게다가 투자위험이 높다. 인수합병(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형태가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M&A 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다 보니 오로지 7~8년 후 코스닥이나 코넥스 시장에 상장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한 데다, 심지어 그 사이 대부분의 회사는 망한다. 상황이 이러니 우리나라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70~80%를 차지하는 W사가 작년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취급을 아예 중단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확 줄어든 영향이 있다. 마지막 원인을 찾자면, 외국보다 규제가 강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상태인데, 초기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라는 취지를 생각할 때 규제 정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시장 육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현재는 투자 첫해에만 세제혜택을 주는데, 영국처럼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추가로 새액공제 해주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가상자산 등의 등장으로 자본시장법상 많은 변화가 예고돼 있다. 법 또는 제도 개선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고민해볼 문제 등을 제언해 주신다면?

“전자증권이나 종이로 만들어진 실물증권의 경우 소유권이나 담보권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토큰증권와 관련해서는 근거가 전혀 없다. 디지털자산(비증권형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무수히 많은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로 누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 분쟁이 생겼을 때 누가 이 자산을 유효하게 취득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질권설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탓에 담보거래, 즉 레버리지 거래도 불가능하다. 즉, 물권(物權)적 측면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무방비 상태, 흠결 상태인 것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천창민 교수 프로필

- 현)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
- 현)서울과학기술대 메타버스경영연구소장
- 현)스위스 글로벌법인식별기호재단(GLEIF) 이사
-현)금융위 금융규제혁신회의 자본시장분과, 금융산업분과 민간전문위원
- 현)금융위 증권성검토위원회 위원
- 현)금감원 가상자산리스크협의회 위원장
- 현)상사법학회, 디지털금융법포럼, 국제사법학회 등 다수 학회 이사
-현)한국핀테크산업협회 핀테크 ESG 위원회 전문위원
-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금융법연구센터장)
- 한국예탁결제원
-Dr. iur., University of Hamburg, Faculty of Law(summa cum laude)
- LL.M., McGill University, Faculty of Law
- LL.M., University of Minnesota, Law School
- 수상: 금융위원장 표창(202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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