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어려운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희망 갖기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 진도준(송중기 분)이 행동주의펀드 대주주로 나왔어요. 저에게는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 대표는 8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미국 대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서울사무소를 거쳐 2021년 행동주의펀드 얼라인 설립했다.

설립 3년차임에도 ‘얼라인’ 이름 석자에 느껴지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에스엠 지분 단 1.1%(특수관계인 포함)로 이 회사의 사상 첫 배당과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냈으며, 올해 1월부터 전개한 ‘은행주 캠페인’을 통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총 주주환원율을 30%대로 높이는 성과를 이뤄냈다.

다만 이 대표는 그 영광을 1400만 ‘동학개미’에게 돌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 소액주주들의 주식시장 진입이 대거 이뤄졌고, 이로 인해 ‘주주행동주의’ 시대를 열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만약 3~5년 전이었다면 (주주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마 가루가 되도록 두들겨 맞은 다음 (얼라인은) 공중분해됐을 것”이라고 웃어보였다. 

자본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창환 대표. 그의 최고경영자(CEO)로서 목표는 무엇일까. 역시나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투자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얼라인의 활동이 궁극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투자자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워런 버핏도 처음에는 행동주의였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많이 싸우다 보니 판례가 쌓였고, 지금의 선진시장이 만들어진 것이죠. 한국도 이제 시작입니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봅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Q. 최근 ‘주주행동주의’가 국내 자본시장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목소리에도 부쩍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본시장 발전 과정이다. 미국, 일본 등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나 워런 버핏도 처음에는 행동주의였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많이 싸우다 보니 판례가 쌓였고, 지금의 선진시장이 만들어진 거다. 한국도 이제 시작이다. (주주행동주의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본다.”

Q. 주주행동주의 확대가 한국의 고질적인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오늘(8일) 골드만삭스에서 보고서를 냈다. 최근 한국에서 주주행동주의나 주주제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것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이끌어 궁극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제 생각과 같다. 너무나 당연한 거다.”

Q. 대표님 말씀처럼 너무 당연한 건데 왜 지금까지는 주주행동주의가 확대되지 못했던 걸까.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의 역사가 짧다 보니 그런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이런 걸 할 수 있는 금융자본이 형성되지 못했다. 또 주주 권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족하기도 했다.” 

Q. 그렇다면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동학개미’ ‘서학개미’가 생겨나고, 관련 유튜브 방송이 늘어나면서 반전이 찾아왔다. 통계를 보면 주식투자자 수가 2019년 600만명에서 2021년 14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자연스럽게 주주행동주의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창환(오른쪽)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창환(오른쪽)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Q. 그동안 한국에서는 ‘행동주의펀드=기업사냥꾼’으로 비쳤던 것이 사실이다. 얼라인이 추구하는 행동주의펀드는 어떤 모습인가.

“저는 당초 ‘행동주의펀드=기업사냥꾼’이란 인식 자체가 오해였다고 본다. 과거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관련 유튜브 방송도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행동주의펀드로부터) 방어하는 쪽, 변화를 원치 않는 쪽에서 ‘먹튀’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하지만 투자라는 건 결국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고 매각하는 것 아닌가. 너무 당연한 거다. 그걸 ‘먹튀’라는 단어로 정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Q. 먹튀 비난을 받는 건 과거 주가를 올려 자신들의 이득만 취한 뒤 빠져나가는 행태를 일부 보였기 때문이지 않나.

“실제로 그랬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과거 국내 기업에 투자한 행동주의펀드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하는 게 엘리엇-현대차그룹인데, 결국 현대차그룹은 엘리엇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지배구조 개편을 철회해야 했다. 그리고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는데 주가를 반짝 띄워 돈을 번다? 사실상 쉽지 않다. 투자 대상이 큰 기업일수록, 투자 규모가 클수록 그렇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에스엠 CI. 얼라인은 설립 후 첫 번째 투자처로 에스엠을 선택, 적극적인  
에스엠 CI. 얼라인은 설립 후 첫 번째 투자처로 에스엠을 선택, 적극적인 주주행동 결과 사상 첫 배당,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 이수만 총괄PD로부터의 독립 등을 이끌어 냈고 이를 통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Q. 얼라인 설립 후 첫 번째 투자처로 에스엠을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간단하다. 케이팝 산업의 성장성이 눈에 보였고, 그 중 에스엠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가장 저렴했다.”

Q. 적극적인 주주행동 결과 사상 첫 배당,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 이수만 총괄PD로부터의 독립 등을 이끌어 냈고, 이를 통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 정도면 행동주의펀드로서의 목표는 이뤄낸 것으로 보이는데. 더 남은 게 있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이라는 1차 목표는 이뤄냈다고 본다. 그걸로 인한 주가 효과는 다 반영됐다. 2차 목표는 사업구조 개선이다. 회사에서 최근 발표한 ‘SM 3.0’은 굉장히 좋은 사업 계획이다. 이대로 실행된다면 저는 3년 내에 에스엠의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2~3배 상승할 수 있다고 본다. 제가 에스엠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돼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그 과정(SM 3.0)을 함께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Q. ‘은행주 캠페인’도 얼라인을 알린 계기가 됐다. 은행은 관치의 영역이 많아 주주행동이 이뤄진 적이 없는 업종인데, 어떻게 은행주에 주목하게 된 건가.

“금융 쪽에서 경력을 쌓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잘 이해하는 산업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낮았다.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합리적인 자본 배치가 안 돼 있다.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는 대출을 늘리는 전략이 맞지만, 밸류에이션이 낮을 때에는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가 합리적이다. 그런데 지금 국내 은행은 밸류에이션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출 성장에 힘쓰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출 성장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으로 맞추고, 이를 통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늘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제안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 금융시스템 위기 시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가능해 과거 IMF 외환위기 때처럼 혈세를 투입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대출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대출이 GDP의 2~3배씩 증가하면 부동산에 거품이 생기고,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Q. 은행주 캠페인 결과 KB금융이 지난해 총 주주환원율 33%를 발표했다.

“30% 정도를 예상했다가 깜짝 놀랐다. 이게 정말 큰 의미인 게, 지난 10여년 간 30%를 넘긴 적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KB금융뿐 아니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모두에서 화답해주셨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실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주주들을 위한 결단에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Q. 얼라인의 역할이 컸다고 보는데.

“제가 느끼기에 이미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으셨다. 자그마한 계기만 만들어주면 될 일이었다. 그런 게 필요했던 것 같다.”

Q. 하지만 얼라인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JB금융에서는 오히려 주주제안을 거절했다. 

“당연히 JB금융 경영진과 저희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주가 상승이다. 지금 저희가 제안하는 건 주식 수를 줄이자는 건데, 회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회삿돈으로 주식을 사서 소각해야 하지 않나. 주가는 올라가지만 당장 회사의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본질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세계 모든 은행과 우리나라 6개 은행이 우리가 하는 말에 동의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합리적인 분들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결정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달 주주총회에서) 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Q.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배당 확대에 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정부가 배당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배당을 늘리기 전에 자본건전성 부분을 확실하게 챙기라는 취지로 이해했다. 맞는 말이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저희 제안의 기본은 대출 성장을 조금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면 자본도 더 쌓을 수 있고, 주주환원도 늘릴 수 있다. 정부의 감독방향과 배치되지 않으면서 주주들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 생각이다.”

Q.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부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잘 돼 있지 않나. 정부에서 보수적으로 잘 감독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야기하는 부분도 지배구조 개혁이나 경쟁을 조금 더 강화하겠다는 정도 아닌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창환(왼쪽) 얼라인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 겸 발행인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CI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Q. 최근 홍콩 출장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어떤 업무였나.

“펀드 조성을 위해 해외 투자자분들을 만나고 왔다. 에스엠과 은행주 캠페인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얼라인을 알릴 수 있었지만, 펀드 운용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상황이다. 감사하게도 국내외 투자자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계셔서 해외에 있는 운용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총 펀드 운용 규모) 최소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첫 번째는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투자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저희는 대형 상장사를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기 때문에, 저희의 활동이 궁극적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 두 번째는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을 더욱 고양시키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 저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 진도준이 행동주의펀드 대주주로 나왔다는 사실 자체로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 상황이 크게 바뀐 거다. 만약 (얼라인의 주주행동이) 3~5년 전에 나왔다면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거다. 아마 가루가 되도록 두들겨 맞은 다음 공중분해 됐을 거라고 본다.(웃음) 제 개인적으로는 재능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분들을 지원하고 싶은 꿈이 있다. 저 역시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 자리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보려고 한다.”

Q. 프로필을 보니 30대 청년 CEO다. 또래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다 같이 힘을 냈으면 한다. 저 역시 포기하지 않고, 많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이창환 대표 프로필

- 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이사
-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서울사무소 상무
-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 서울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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