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금융기관 부실 은행으로 확산 차단...유동성 관리와 자본확충 중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도이치뱅크 사태는 은행의 자본적정성, 유동성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장의 집단적 의심만으로도 곤란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지난 29일 공감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도 혹시 모를 ‘뱅크데믹’(은행+팬데믹)에 대비해 사전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신 센터장은 “고물가·고금리 기조와 경기둔화 흐름 속에서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참가자들은 취약한 고리를 찾게 될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로 ▲무역·경상수지 적자 ▲역대 최대규모의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리스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화자금 이탈과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을 지목했다.

특히 “일부 비(非)은행권 내에서 자본규모가 작고 부동산 PF 등 특정 대출상품에 익스포저 비중이 집중돼 있는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들이 부실화되더라도 당장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사전적인 예방조치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어 “관건은 특정 금융기관의 부실이 은행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 은행 단기 유동성 규제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만일의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금융 불안정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에 번진 뱅크데믹 우려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현재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신 센터장은 특히 부동산 PF 전문가로 알려졌다. 부동산 PF는 한국 경제위기의 1순위 뇌관으로 지목되는 분야다. 신 센터장은 꽤 오래 전부터 이 분야의 부실 우려를 경고해 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Q. SVB에서 시작된 미국 내 지방은행 위기가 크레디트스위스(CS)에 이어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치뱅크까지 미치고 있다.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이번 위기는 금융기관의 규모나 예전의 성과에 상관없이 고객의 신뢰가 무너지면 어떠한 금융기관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급격한 글로벌 긴축기조(‘금리인상’)라는 차원에서 보면,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금리 기간 중 누적된 리스크들이 현재화되는 과정이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차원의 금융불안 요인이 잔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행인 점은 각국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으로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회복했다는 것이고, 이러한 대응이 국내 정책당국에 주는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Q. 시장 논리로 따지면 SVB는 민간은행이기 때문에 (파산 우려가 있어도) 놔두는 게 맞지 않나. 하지만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모든 예금을 보장해주는 등) 대응을 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드 프랭크법’(Dodd-Frank Act)'을 도입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SIB)을 지정하고 자산건전성 등을 특별 관리해왔다. 하지만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SIB 기준을 확 높였고, 이에 따라 SVB가 SIB에서 빠져나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통상 금리가 낮고 금융시장이 완화적인 상화일수록 SIB를 강화해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로 확 풀었다. 결국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저금리 상황 동안 규제를 굉장히 엄격하게 강화시켜 놨다. 다만 2금융권이나 새마을금고 등은 사각지대에 놓여 (금융당국의) 관리를 덜 받았다. 때문에 정부에서 어느 정도 막아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Q. 각국 정부에서 발 빠른 사태 해결에 나섰으나, 그럼에도 은행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약한 고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도이치뱅크 사태는 은행의 자본적정성, 유동성 등 펀더멘털에 문제가 없더라도 시장의 집단적 의심만으로도 곤란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국내든 이런 시장의 의심에 잠재적으로 노출된 업권과 특정 금융기관이 있다고 본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금리 상승으로 인해 손실 및 상각 위험에 직면한 상업용 부동산, 일명 ‘코코본드’라고 불리는 조건부자본증권, 주택저당증권(MBS) 부문의 부실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누군가 ‘SVB 파산이 무서운 게 아니라, 파산할 것을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무서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초저금리 시기에 누적된 글로벌 금융 전반의 리스크들이 어떤 형태의 위기로 현재화될지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Q.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의미인가.

“금리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게 돼 있다. 또 (고금리 상황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나. 그러면 리스크는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항상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가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고 일축했음에도 시장은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데 배팅하고 있는 거다. (리스크가) 계속 터질 거라는 예상이 들어가 있는 거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

 

Q. 미국과 유럽발(發) 금융 불안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글로벌 차원에서 잔존하는 불확실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긴축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외환,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 전반의 흐름은 빠르게 안정됐다. 다만 고물가·고금리 기조와 경기둔화 흐름 속에서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은 취약한 고리를 찾게 될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경제의 첫 번째 약한 고리는 무역·경상수지 적자다. 반도체 시장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 적자 흐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리스크다. 세 번째는 부동산 PF 위험이다. 네 번째는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외화자금 이탈과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다. (한·미 금리차) 1.5%p, 1.75%p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이들 취약 고리에 문제가 생겨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면 실물경기가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위축이 심화될 수 있으며, 중소·벤처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본다.”

Q. 최근 통계들을 보면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중소기업 대출 등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대출 부실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인가?

“대출상품뿐 아니라 업권별로 보더라도 은행권과 비은행권 모두에서 연체율이 상승 전환했다. 전체적인 수준을 보면 아직까지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금융 불안정 기간에는 항상 꼬리위험(tail risk)이 존재한다. 일부 비은행권 내에서 자본규모가 작고 부동산 PF 등 특정 대출상품에 익스포저 비중이 집중돼 있는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부실화되더라도 당장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특정 금융업권의 위험이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사전적 예방조치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Q. 사실 연체율 상승은 예상 가능했던 것 아닌가?

“그게 바로 ‘회색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요인)다. 은행은 그나마 건전성이 좋아서 괜찮은데, 비은행권은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비은행권에서 문제가 생겨도 은행권에 넘어가지 않도록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위험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Q. 지난해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이 연체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일부 대출 부실화가 불가피하다. 정부나 금융기관이 모든 국민의 신용관리를 다 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저금리 금융완화 과정에서 급격히 증가한 청년 다중채무자와 코로나 극복과정에서 지원된 영세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도 과제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조사해 적절한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 사적·공적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신용상(오른쪽)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9일 신 센터장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신용상(오른쪽)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9일 신 센터장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Q. 대출 부실화가 금융권의 리스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유동성 공급 차원에서는 금융정책당국이 사실상 고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전적 조치를 이미 마련해 놨다고 본다. 금융불안정 진행 단계에 따라 준비된 조치를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그간 누적된 부실위험들의 국지적 현재화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일의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은행의 자본건전성과 위기대응능력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돌발적 신용위기 상황에 대응한 ‘경기대응완충자본’과 같은 추가 자본확충 노력과 함께 대출 부실에 대비한 ‘특별대손준비금제도’ 도입 같은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 또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PF 시장과 관련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유동성 경색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저신용 건설사와 고위험 사업장 대출 및 보증 비중이 높은 새마을금고, 지방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캐피탈 업체의 관리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추가 채널 확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Q. 센터장님은 꽤 오랫동안 부동산 PF 위험성을 경고해오셨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인해 전국적으로는 주택가격 하락 속도가 둔화하고 있고 거래량도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산이 높았던 만큼 골이 깊어서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양극화로 인해 수도권에 비해 지방 건설시장의 회복이 크게 기대에 못 미치고 있고, 미분양 물량과 공사 중단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저신용 건설사, 고위험(브릿지론, 비아파트, 미분양 관련) 사업장 관련 익스포저가 큰 지방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일부 캐피탈사, 새마을금고 등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관련 부실의 현재화 속도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갈 가능성은 낮다. 폐업하는 건설사와 금융사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이라는 생각이다.”

Q. 부동산 PF 위기가 금융권 위기로 번지는 것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앞서 설명했듯 유동성 관리와 자본확충이 중요하다. 금융정책당국은 유동성 관리를 위한 사전적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관건은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지방 저축은행 등) 부실의 현재화가 은행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등 은행 단기 유동성 규제의 탄력적 운용을 통해 만일의 유동성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금융 불안정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꼭 필요한 조치다. 그리고 ‘우리는 안전하다, 문제가 없다’는 걸 은행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활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도 중요하다. 유사시에는 기업어음(CP)·회사채매입기구(SPV) 등 추가 유동성 공급채널 재가동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향후 안정기에 접어들면 건설업계, 제2금융권, 나아가 자영업권의 구조조정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 본다.”

Q. 일각에서는 모든 사태의 해결책으로 금리인상 중단, 나아가 금리인하를 외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는 현재로선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본다. 3%(물가상승률)라는 수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물가 안정에 집중했으면 한다. 다만 향후 경기둔화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내수 보완을 위한 정책 여력을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재정운용도 당분간은 물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하되 경기둔화에 취약한 부문과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신용상 센터장 프로필

-現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 센터장
-現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기금운용심의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자문관
-한국금융학회 이사
-한미 FTA 금융협상 민간자문위원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위원
-Texas A&M대 경제학 박사
-연세대 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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