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우선순위 명확히 해 만일의 사태 대비한 실탄 쌓아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표면적으로 드러난 불은 껐지만, 수면 아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4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발(發) 은행 연쇄 파산 사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한 교수는 “그간 불문율이었던 예금자 전액 보호를 약속하거나(‘실리콘밸리은행’)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팔을 비틀어 막은 것일 뿐(‘퍼스트리퍼블릭은행’) 위기 여진이 끝났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중소·지역은행의 자금 이탈이 상업용 부동산 위기와 맞물려 은행 시스템 위기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약한 고리는 존재한다. 한 교수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지목하면서, 특히 이들이 취급한 고위험 대출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부동산 PF 대주단을 가동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하반기에 미국 은행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최소한 예금수취기관에 대한 예금자보호 한도 확대(5000억원→1억원) ▲뱅크런 조짐 발생 시 일종의 서킷 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신속한 채무조정 돌입도 주문했다.

이어 한 교수는 정치권을 향해 “지금은 미국 신용경색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힘을 보태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정책 결정의 기준이 당파싸움, 혹은 내년 총선이 돼서는 안 된다는 당부다. 나아가 “실탄을 부어야 할 때 확실히 부을 수 있도록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Q.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뱅크런 위기로 파산 수순에 들어갔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부실 우려가 있던 두 개 은행(실리콘밸리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정리했다는 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게 맞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 당국이 보여준 대응은 꽤 성급했다. 실리콘밸리은행에 대해서는 그간 불문율이었던 예금 전액 보호를 약속했고, 이어 퍼스트리퍼블릭은행까지 그럴 수 없으니 팔을 비틀어 P&A 방식으로 체이스에 넘겼다. 한국이 IMF 위기 때 금융기관을 처리한 방식이 P&A였는데, 당시 구조조정과 시장에 맡겨 파산시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던 게 미국이다. 그만큼 다급했다는 거고, (은행 파산이)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는 방증이다. 궁극적으로는 연준의 금리인상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사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정책금리를 6%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하지만 (금융시장을 생각할 때) 더 올리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니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금리인상 중단을 결정한 건 아니다. 인상할 수도 있다’라는 모호한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는 거다.”

Q. 교수님 말씀은, 아직 은행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의미인 건가?

“그렇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불은 껐지만, 수면 아래에는 여전히 위기가 존재한다. 중소·지역은행의 예금 이탈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이것이 상업용 부동산 위기와 맞물려 은행 시스템 위기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위기의 여진이 끝났다고는 볼 수는 없는 것이다.”

Q. 한국의 경우 일부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은 코로나 시국 전에 (기준금리) 1.75%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것도 굉장히 낮은 금리라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0.5%까지 내렸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났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동산 PF가 크게 늘었다. 레버리지 투자도 많이 확대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전세계 1위이고, 기업대출 비율은 2위다. 하지만 지금은 레버리지 투자를 축소해야 하는 국면이고, 이 경우 취약차주의 상환능력이 문제가 된다. 예수금 수취기관 중에서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취약고리이며, 이들이 취급한 고위험 대출 중 특히 부동산 PF에 대한 불안이 높은 상황이다. 신문기사를 보면 새마을금고가 취급한 부동산 PF가 56조원 규모이고, 저축은행 브리지론은 10조원 정도라고 한다. 저축은행 브리지론은 거의 깨질 돈이라고 보면 되고, 새마을금고의 경우 중앙회 자산이 280조원 규모이기 때문에 방어할 체력은 있지만 개별 금고의 런 가능성은 존재한다. 현재는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 참여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으로 기민하게 대응해 부실 위험을 막고 있지만, 하반기에 미국 상황이 나빠져서 금리를 더 올리거나 미국 중소형 은행이 부실화돼 뱅크런이 일어날 경우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Q.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변화를 주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상호금융권의 경우 중앙회에 내부통제 시스템이 잘 확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Firewall(방화벽), 내부통제 확립이 필요하다. 현재는 순환보직이다 보니, 예를 들어 어제 자산운용 담당자로서 부동산 PF를 승인했는데 내일은 감독자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직무분리가 있어야 하고,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전문성을 고양하고, 구성원이 이해충돌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Q. 현재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을 골자로 한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저 역시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GDP 대비 예금보험 한도 비율을 보면 미국·일본·영국은 2.5~5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1.3배에 그친다. 2002년 설정한 5000만원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우리도 약 2.5배였다. 미국의 경우 (예금자 보호 한도가) 25만 달러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약 3억3000만원이다. 그런데 그걸 못 믿어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5000만원이면 누가 믿겠나. 예금주 기준으로 95% 이상이 예금자보호 대상이라고 하는데, 금액 기준으로 보면 25% 정도에 불과하다. 75%는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라 커버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걸 용인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Q.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에 따른 비용 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보험료를 내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예금보험기금도 규모의 경제가 있다. 지금의 두 배가 아니라, 30~50% 정도만 더 쌓으면 된다. 우리나라는 저축은행, 상호금융기관이 미국의 중소형 은행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충분히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사나 증권사는 빼더라도 예금수취기관, 즉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만이라도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 해당 금융기관들도 수긍할 거라고 본다.” 

Q. 앞서 금액 기준으로 하면 예금자보호 대상이 25% 밖에 안 된다고 하셨는데.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늘린다면 예금보장 비율을 얼마까지 높일 수 있다고 보는지?

“50% 이상은 갈 거다. 미국 은행 중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은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헬스파고, JP모건체이스 등은 비보장성 예금비율이 50% 전후다. 반면 문제가 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67.7%, 시그니처은행은 89.7%였다. 실리콘밸리은행은 무려 93.9%가 비보장성 예금비율이었다.(예금보장 비율이 각각 32.3%, 10.3%, 6.1%에 그친다는 의미) 뱅크런을 막으려면 우리도 보호 한도를 늘려 예금보장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Q. 최근 칼럼에서 예금자들의 비이성적 인출 행태에 대한 제동장치 도입을 제안하셨다. 도입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이에 대한 대안은?

“일종의 서킷 브레이커(주식 매매 일시 정지 제도)를 도입해 뱅크런 조짐이 있는 은행에 대해 일시적으로 인출을 막자는 의미다. 이 경우 결제성 계좌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저축성 예금계좌은 일시적으로 해약을 막으면 되겠지만, 요구불 예금의 경우 단순 이체계좌와 결제성 계좌를 구분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요구불 예금에 한해 업무시간에는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본다. 대신 업무 이외 시간에 잠그는 거다. 물론, 서킷 브레이커가 도입되면 불편하긴 할 거다. 하지만 모바일 뱅크런 위험성을 경험하지 않았나. 실리콘밸리은행은 망할 상황이 아니었지만 불과 36시간 만에 뱅크런이 발생했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과 함께 서킷 브레이커를 도입한다면 어느 정도 뱅크런 우려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Q. 금융 불안이 가중되니까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연내 인하 기대감도 있는 듯하다. 교수님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차입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이긴 하지만 거시적인 시각에서는 완화적 수준이다. 그래서 정책당국자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것이 맞다. 현재 한미 금리차가 1.75%p로, 사상 최대다. 스왑포인트 조정을 통해 1.50%p 차이까지는 대규모 외화 유출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75%p는 못 버틸 수 있다. 제 연구에 따르면, VIX(시장변동성지수)가 50~60까지 오를 경우 외화 유출이 발생한다. 지금은 20 안팎에서 움직이지만 미국 중소형 은행 위기가 오면 VIX가 급격히 오를 수 있다. 더이상 스왑포인트 조정으로 외화 유출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Q. 환율이 얼마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는지?

“아무 일이 없더라도 여름에는 1400선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미국에서 사고가 난다면 1400선도 뚫을 거다. 그러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0.25%p 정도 추가로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 

Q.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대출 부실화 우려가 더 확대될 수 있지 않나. 특히 영세 자영업자 문제가 심각한데.

“사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신용보증기금, 지역 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거의 200조원 이상을 보증해 저리로 대출을 내줬다. 금리를 더 올린다고 해도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새출발기금을 30조원 규모로 발족했으니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한재준(오른쪽)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

 

Q. 30조원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정부는 이자상환이 어려운 채무를 140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100%가 부실이 나는 건 아니지 않나. 50%는 회수될 거다. 그러면 70조원이다. 십시일반으로 지원한다면 충분히 커버 가능한 규모다. 물론 채무조정이 있는 동안 추가 차입이 안 되기 때문에 운영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는 힘들 수 있다. 이들에게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운영자금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묘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그런데 새출발기금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은 듯하다.

“맞다. 30조원 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 2조원 밖에 소진이 안 됐다. 아무래도 금융당국이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계속 연장해주고 있으니까…. 올해 9월이면 이자를 안 낸지 3년이 넘는다. 이 정도면 한계기업이 아니라 좀비기업이다. 채무조정 준비는 다 돼 있다. 이번에는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대신, 채무조정 돌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은 미국 신용경색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정치권도 힘을 보태야 할 때라는 거다. 정치도 사실 민생이지 않나. 4월까지 1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나고 있고, 금리를 못 올리면 외환시장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영세 자영업자 문제도 남아 있다. 엄중한 경제 상황이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당파싸움만 하고 있다. 오는 9월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만료되는데, 아마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만기 연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더이상 정책 결정의 기준이 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실탄을 부어야 할 때 확실히 부을 수 있도록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또 하나는 부동산 문제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 터질 곳은 터져야 하지만, 여·야 구분 없이 틀어 막으려고만 한다. 그러면 집을 어떻게 살 수 있겠나. 2008년 이후 15년 간 막고만 있으니까 비혼주의, 저출산, 한탕주의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없는 거다. 이 부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한재준 교수 프로필 

- 현)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 한국금융연구원
- 한국은행
- 텍사스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서울대 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 서울대 국제경제학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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