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 약한 고리, 가계부채·자영업자”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주가 조정이 예상되는 올해 3분기가 주식 비중을 늘릴 타이밍일 수 있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9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2001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 따른 자산가격 붕괴를 정확히 맞춰 ‘한국의 닥터둠’으로 불리는 경제학자다. 

특히 2021년 6월 코스피가 3300선을 돌파할 당시 2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고, 이것이 맞아 떨어지면서 ‘킹(King)영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교수는 올해 하반기 주가 흐름을 예측하는 데 있어 미국발(發) 소식에 주목했다. 그는 “올해 2분기 후반이나 3분기에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명목 GDP(국내총생산) 등으로 추정해 보면 미국 S&P500 지수의 적정 수준은 3500 정도인데, 현재 4100 수준이다. 최소한 10%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미국 주가가 하락하면 한국 주가도 함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 조정이 예상되는 3분기를 기회로 포착한 이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에서 찾았다. 올해 4월을 기점으로 한국 OECD 경기선행지수는 상승 반전에 성공했다. 무려 23개월 만이다.

김 교수는 “올해는 나쁘지만 내년 어느 시점에서는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돈의 흐름을 볼 때,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어느 정도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대수익률은 낮춰야 할 것이란 게 그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내 집 마련 시점은 내년 상반기 이후를 제안했다. 내년 상반기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다질 가능성이 높으며, 주가가 오른 이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일 때 매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조언이다. 

한편, 이번 인터뷰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 전망과 함께 거시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인터뷰 내용은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 사진 이건 기자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 공감신문 DB

 

Q.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던 2021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셨다. 지금도 유효한 생각인지?

“당시 코스피가 3300선에 올랐을 때 2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인터뷰 이후 작년 9월 2135까지 떨어졌다. 제 예상보다 많이 떨어진 거다. 실물경제의 경우 아직 충격을 덜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곧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시작될 거다. 게다가 과거에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부는 부채가 많이 쌓여 문제를 해결할 여력이 없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더 쓸모 없는 무기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2분기 후반이나 3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Q. 2분기나 3분기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다면, 회복 시점은 언제가 될까?

“과거와 같은 ‘V’자형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도 앞으로 5년간 세계 성장률이 과거 평균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주체의 부채가 워낙 많이 쌓였기 때문에 과거보다 성장률이 다소 낮을 수밖에 없다고 본 거다. 세계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생각이다.”

Q. ‘L’자형 사이클을 예상하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나라로 한정해 이야기하면, 현재 잠재성장률이 2%에서 1%대 후반으로 떨어지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저성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차별화다. 1980년대 10% 안팎으로 성장할 때에는 모든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었지만, 1%대에서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더 많이 가져가고, 경쟁력 없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작년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의 50%, 전체 기업의 36%가 이자보상배율 1미만이라고 한다. 3곳 중 1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지금은 정부가 대출 상환 시점을 연장해줘서 버티고 있지만,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지 않겠나. 이런 상황에서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정부의 정책수단은 많지 않다. V자형 회복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Q.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9월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추가 연장 이야기도 나오는 모습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아무래도 연장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서서히 구조조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치를 연장해서 살릴 수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와 연장을 해줘도 회복 불가능한 중소기업·자영업자를 구분하고, 후자의 경우 빠르게 구조조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별개로 큰 틀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작년 3분기 기준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7%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109%)보다 많다. 이 기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50%에서 105%로 올랐다. 반대로 정부부채는 OECD 평균에 비해 훨씬 낮다. 정부가 돈을 써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내세우고 있는데, 그러면 구조적으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Q. 우리나라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무엇일까?

“경제주체별로 볼 때 첫 번째 취약고리는 가계다. 현재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벌어 약 40만원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힘에 부치는 순간이 올 수 있다. 그 다음이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비중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8% 정도에서 현재는 20% 정도로 내려왔지만, OECD 평균(약 12%)보다는 여전히 높다. 그만큼 자영업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많은 거다. 그런데 가계가 위축돼 내수 경기가 둔화되면 자영업자는 직격탄을 받는다. 특히 자영업자 부실이 드러나면 2금융권부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 취약고리는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2곳 중 1곳이 이자보상배율 1미만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 중소기업들이 힘들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Q. 최근 인터뷰에서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산 시장도 안 좋아진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셨다. 시장의 기대와 상반되는 견해인데.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해 보니, 초기에는 금리가 많은 영향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보다는 경기가 더 많은 영향을 주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국고채 10년물이 4.6%에서 최근 3.2%까지 떨어졌고, 은행 대출금리도 작년 12월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 않나. 그러면 집값이 오르는 게 맞지만, 현실은 전체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금리가 떨어지면 집값이 오른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Q. 그렇다면 부동산 정상화 시점은 언제로 보는지?

“내년 상반기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를 보면, 가계에 1년 후 집값 전망을 물어보는 부동산 전망 심리지수라는 게 있다. 부동산 전망 심리지수는 작년 11월 61까지 내려갔다가 올해 80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기준점인) 100에는 못 미친다. 집값이 더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전망 심리지수와 실제 집값의 선행관계를 분석해 보니 지수가 15개월 정도 선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11월이 저점이었다고 전제하면, 내년 1분기나 2분기쯤 집값이 바닥을 찍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저점을 찍었다고 해서 과거 몇 년처럼 빠르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거다. 경기 둔화 국면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구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 추계를 보면 서울의 가구 수가 2029년 정점을 찍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안 남은 거다. 집값 상승을 초래했던 요인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Q.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면서 부동산 PF 부실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져 부실 문제가 드러나면 일부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그리고 부동산에 너무 많이 투자한 일부 증권사들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다만 이게 은행으로 전이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온 만큼 금융위기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Q. 미국 쪽 상황이 심상치 않다. 부도 위험성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어떤 상황인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6월 1일까지 (부채 한도 상향에 대한) 합의를 안 해주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 이를 것이란 경고를 내놨다. 디폴트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달 중에는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1년 8월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이에 S&P라는 신용평가회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고, 세계 금융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도 한 달 새 20%가량 떨어졌다. 그런데 미국의 GDP 대비 국채비율은 2011년보다 현재 훨씬 높다. 신용평가사인 피치와 무디스도 경고를 띄웠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상황을 또다시 만들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Q. 야당인 공화당은 부채 한도 상향 조건으로 ‘정부 예산 삭감’을 거론하고 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최선이라고 보시는지?

“공화당과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정책 방향이 다르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를, 민주당은 큰 정부를 추구한다. 바이든 경제정책의 방향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중산층 회복을 통한 안정 성장이다. 그러려면 정부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바이든은 트럼프가 내린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린다고 하는 거다. 기업과 부자에게 돈을 더 걷어서 중산층을 위해 쓰겠다는 취지다. 그러면 누가 옳은 것일까.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성장 국면에서는 차별화가 심해지고, 이런 상황에서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이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공화당이 이런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부채 한도 상향을 막으면 미국 경제는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공화당이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본다.” 

Q.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우리나라 영향은?

“작년에 중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감소했다. 대신 미국으로의 수출이 증가했다. 4월을 기준으로 미국 수출 비중은 17%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4월부터 미국향 수출이 감소 전환했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수출 감소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주식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명목 GDP 등으로 추정해 보면 미국 S&P500 지수의 적정 수준은 3500 정도다. 현재 4100 수준이니 최소한 10%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형 펀드로 돈이 안 들어오고, 환율이 오르고, 우리나라 주식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Q.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감한다. 대기업 사외이사를 6년 하면서 느낀 점은 기업이 스스로 잘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간섭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요인은 많다고 본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이 스스로 하기 어려운 기초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을 낮추는 데 역할을 해줘야 한다. 작년 말 기업이 가진 현금성 자산이 936조라고 한다. 하지만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첫 번째 이유가 불확실성 때문이다. 미중 패권전쟁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일본과 가까워졌지만 중국·러시아와는 멀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도 중요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중요하지 않나. 불확실성을 덜어내 기업이 경영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김영익(왼쪽)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9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김영익(왼쪽)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9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Q. 작년 말, 교수님은 올해 상반기 중 코스피가 270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셨다. 아직도 유효한가?

“2700선을 전망한 뒤에 미국 금융회사 파산, SG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100포인트 정도 전망치를 낮췄다. 추가적으로 더 오르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당초 6~8월께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여러 사태가 발생하면서 조정 국면이 앞당겨 왔다는 생각이다.” 

Q.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주가 조정이 예상되는 올해 3분기가 주식 비중을 늘릴 타이밍일 수 있다. 제가 주가 전망을 할 때 OECD나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선행지수를 보는데, 일단 4월 OECD 선행지수가 상승 전환했다. 추세적 상승인지는 더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3월 저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선행지수가 저점을 찍었다는 건 올해는 경기가 나쁘지만 내년 어느 시점에서는 경기가 어느 정도로 회복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게 돈의 흐름이지 않나.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난다면 주식시장에 어느 정도 자금 유입이 이뤄질 거다. 즉, 주가 조정이 있을 때마다 주식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대수익률은 낮춰야 할 것이다.” 

Q.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고 계시는지? 

“앞서 말씀드렸지만 내년 상반기쯤이 저점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주가는 부동산을 선행하는 만큼, 주가가 오른 이후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일 때 매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 염보라 기자

김영익 교수 프로필

- 현)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 LX하우시스 사외이사
- 한국증권학회 이사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위원
- 한국거래소 자금운용위원회 위원
-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
- 서강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 <경기순환 알고 갑시다> <BIG WAVE 거대한 변화> <더 찬스> <금리와 환율 알고 갑시다> <투자의 신세계> <그레이트 리셋>  등 다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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