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근로시간 규제는 코미디… 노사 합의 몫, 정부는 감독자 역할만”
“中企 인증 비용 부담… 규제개혁위원회서 논의 필요”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복수의결권 도입에 따른 거시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복수의결권 대상 기업의) 허들을 더욱 낮춰야 합니다.”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지난 2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문했다.

라 원장은 최근 혁신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년간 0.63%(11조7000억원) 증가한다는 내용의 ‘혁신기업에 복수의결권 도입 효과’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는 벤처기업, 기술혁신(이노비즈)기업, 경영혁신(메인비즈)기업 등 전체 혁신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다.

현재 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만 포함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투자 유치 금액 누적 100억원 이상, 직전 투자 50억원 이상’ 조건이 충족돼야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 원장은 ”이대로라면 상당수 벤처기업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많은 벤처기업이 발행 대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피력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벤처기업뿐 아니라 다른 혁신기업인 이노비즈, 경영혁신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라 원장이 이끄는 (재)파이터치연구원은 다양한 산업현장 이슈를 중심으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6월) 연구원 1인당 과제 수행 건수는 대략 7~8건, 국제 논문 게재건수는 1건으로, 국내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실적을 크게 웃돈다. 

올해 상반기에만 2편(‘가업상속세 감면의 거시경제적 효과’ ‘국토보유세를 통한 기본소득의 거시경제적 효과분석’)의 논문을 SSCI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는 성과를 냈다.

이날 인터뷰에서 라 원장은 복수의결권을 비롯해 경직된 근로시간 제도와 연공서열제 중심 임금체계, 각종 인증 비용 부담, 최저임금 이슈 등에 대해 경제학자이자 연구자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Q. 복수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떻게 보셨는지?

“벤처기업의 경우 기술은 있으나 자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조건으로 투자자에 지분을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오랜 시간 제기돼 왔다. 어떻게 보면 절실하게 나온 법안인 것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한 점은 아쉽긴 하지만, 복수의결권 도입의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Q. 최근 “복수의결권 도입 시 실질 GDP가 3년간 11조7000억원 증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셨다.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

“복수의결권 도입에 따른 거시경제 효과를 들여다보고 싶어서 시작한 연구였다. 그 결과 혁신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할 경우 실질 GDP가 3년간 0.63%, 돈으로 환산하면 11조7000억원이 증가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금 0.1%가 급한 상황 아닌가. 굉장히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총 실질자본, 총 실질소비, 실질설비투자도 3년간 각각 1.23%(93조7000억원), 1.23%(10조5000억원), 1.23%(2조1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벤처기업뿐 아니라 이노비즈, 경영혁신기업 등 혁신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 (재)파이터치연구원.
/ (재)파이터치연구원.

 

Q. 이와 같은 파급효과가 발생되는 주된 원리는 무엇인가?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혁신기업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총 노동수요와 총 자본수요가 증가해 임금이 오르고, 자본 공급량이 늘어난다. 이는 소비자의 수입을 증가시켜 소비 촉진을 유도한다. 늘어난 총 노동수요와 총 자본수요는 실질 GDP 증가로 이어지고, 늘어난 자본 공급량은 실질설비투자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만 비혁신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면 그 효과는 크게 축소된다. 3년간 실질 GDP, 총 실질자본, 총 실질소비, 실질설비투자 증가율(금액)이 각각 0.02%(3000억원), 0.09%(6조5000억원), 0.09%(7000억원), 0.09%(100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 비혁신기업의 경우 혁신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Q. 본격 시행까지는 5개월 정도 남았다. GDP 제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복수의결권을 보다 많은 벤처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법안에는 ‘투자 유치로 창업자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할 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시행령에는 이 경우를 보다 세분화 해야 하는데, ‘투자 유치 금액이 누적 100억원 이상이면서 직전 투자가 50억원 이상인 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상당수 벤처기업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복수의결권 도입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벤처기업이 발행 대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Q. 세부 기준을 너무 높이면 법안만 통과됐을 뿐,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말씀인가?

“그런 우려가 많다. 시행령에서 허들을 낮추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다른 혁신기업인 이노비즈, 경영혁신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효과가 거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Q. 법안 내용 자체의 아쉬움은 없는지?

“법안이 통과돼 어쩔 수는 없지만 추후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긴 하다. 상장 후 3년이면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했는데, 이런 규정은 해외 어느 곳에도 없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보면 투자 3년 후 지배구조가 바뀌는 것 아닌가. 굉장히 큰 리스크로 다가올 수 있다.”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재)파이터치연구원장.

 

Q. 벤처업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 경직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를 들어 다양한 근로시간, 근로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에 대한 견해는?

“주 52시간 근무제, 주 60시간 근무제 이야기를 하는 건 한 마디로 코미디다. 노사 간 합의에 의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정부는 기업이 추가 근무수당을 제대로 주는지, 노사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감독자 역할만 하면 된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보면, 오히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근로시간 단축 속도가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군대에 가면 평소에 좋아하지 않았던 초코파이가 너무 먹고 싶은 심리와 같지 않을까.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묶으니까 52시간을 다 채우고 싶은 거다. 결국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OECD의 통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기 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근로자당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 변화율은 -3.1%로 OECD 국가 36개국 중 2위였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 후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근로자당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 변화율은 -2.6%로, 10위를 내렸다.  / (재)파이터치연구원.

 

“또 연공서열제를 폐지하고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저희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연공서열제로 청년실업자가 연간 약 9000명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입장에서 노동비용은 늘어나는데 생산성이 오르질 않으니까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Q. 각종 인증제도 관련해 비용 부담을 느끼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가?

“중소기업중앙회가 작년 10월에 300개 제조업 종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증제도 실태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52.7%가 인증제도 중 개선해야 할 1순위로 인증 취득 비용을 언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소기업 1곳당 연평균 신규 인증 비용을 보면 1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이 37.7%로 가장 많지만, 2000만원 이상도 24.7%에 달했다. 이와 별개로 인증 사후 관리 비용도 필요한데, 100만원 이상~500만원이 32%로 가장 많았고, 2000만원 이상도 16%나 됐다. 신규 인증과 인증 사후 관리 비용을 합치면 많은 곳은 매년 5000만원을 인증 비용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Q. 그렇다면 정부가 인증 비용을 일부 지원해줘야 할까?

“그냥 인증 비용 자체를 낮추면 된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이 부분도 손봐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인증 비용을 낮추자고 해서 인증의 허들을 낮추자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의 인증 비용은 과도하게 높고, 그 부분만 조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정주(왼쪽) (재)파이터치연구원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라정주(왼쪽) (재)파이터치연구원장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Q. 산업현장 이슈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신 걸로 안다. 몇 가지를 소개해 주신다면?

“최저임금 관련 연구가 있다. 노조에서 최저임금 인상률 24.7%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 그래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았던 2018년(16.4%)과 2019년(10.9%)에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를 들여다봤다. 결과적으로는 종업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가 늘었고, 자영업자의 삶의 질이 확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결과를 보고,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실질 GDP 성장률+소득분배 조정률’로 결정하자는 제안을 했다. 단, 소득분배 조정률은 실질 GDP 성장률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자영업 최저임금에 한해서는 실질 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중 하나만 적용시키는 거다. 최저임금법 4조에 따르면 업종별로 구분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면 중소기업도, 자영업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 효과도 점검해 봤다. 결론은 현 상태에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게 우리나라뿐 아니라 OECD 통계로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변수는 ‘노조’였다. ‘임금결정의 유연성’이라는 지표가 있다. 노조의 협상력이 크면 이 지표는 하락하고, 반대로 노조의 협상력이 낮으면 이 지표는 상승한다. 그래서 OECD 통계를 가지고 임금결정 유연성 상위 25%와 하위 25%에 대한 법인세 인하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를 살펴봤는데, 상위 25%는 고용이 증가했는데. 하위 25%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또다른 지표인 ‘노사협력지수’로 봐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됐다. 결국, 법인세를 깎아줘도 노조의 힘이 세면(노조의 협상력 확대) 배당을 늘리거나 보너스를 더 주고 끝난다는 거다. 달리 말하면, 노사 관계가 좋아야 법인세 인하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Q. 굉장히 재미있는 결과다. 

“이밖에 가업 상속 이후 업종 전환의 어려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공무원 수 증가에 따른 거시경제 영향, 소기업·자영업자 ERP(전사자원관리) 비중 확대에 따른 대출 변화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다양한 산업현장 이슈를 학술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기관은 파이터치연구원이 유일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산업계 발전, 나아가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라정주 원장 프로필

- 現 (재)파이터치연구원 원장
- (재)중견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안보경영연구원 국방경제연구실장
- 한국전문가컨설팅그룹 선임연구원
- 육군 지휘관 및 참모
- 서울대 경제학 박사
- 서울대 국제통상 석사
- 육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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