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주목… 금융시장 내 위상 제고할 수 있는 기회 삼아야”
"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분산된 증권 거래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술로 단순화하는 것"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를 고민하고 그에 맞춰 규제를 준비하면 안전한 상품은 자동반사적으로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는 이르면 내년 말 시행을 목표로 토큰증권(ST)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 중에 있는 금융당국을 향해 이같은 제안을 내놨다.

핀헤이븐은 지난 2020년 캐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초의 공식허가를 받은 블록체인 기반 증권거래소다. 김 대표는 2년 반에 걸쳐 캐나다 금융당국과 함께 디지털자산 및 토큰증권발행(STO)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핀헤이븐 거래소를 만들 때 캐나다 금융당국과 가장 핵심으로 둔 것이 디스인터미디어리(Disintermediary)의 구현, 즉 중개자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며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사 등에 분산된 증권 거래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술로 단순화하고, 거기에 적절한 인허가를 받은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STO 법제화에 대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전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금융시장 내 한국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유동성 확보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며 “여러개 거래소가 유동성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쉽게 말해 유동성 풀(liquidity pool)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

 

Q. 메릴린치 출신으로 알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투자회사에 다니다 캐나다에서 스타트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금융인보다는 사업가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금융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많이 했다. 제 경우 금융 쪽에서 인수합병(M&A)·상장(IPO) 등을 경험하고 상장회사의 경영진으로도 일하면서 금융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단계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해당 경험을 통해 느낀 금융 인프라스트럭처의 한계점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사업의 동기가 됐다.”

Q. 2020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증권거래소 ‘핀헤이븐프라이빗마켓’에 대해 캐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으셨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증권거래소를 국가로부터 공식 허가 받은 최초의 사례로 알려졌는데,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면?

“이 사업을 시작한 2017년은 가상화폐 시장이 상당히 뜨거울 때였다. 당시 한 블록체인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이 회사가 투자금을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화폐로 전환해서 주겠다는 거다. 그 과정에서 저희가 느낀 건 (블록체인 회사들이) 기업 지배구조 등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때부터 저희가 말하기 시작한 게 토큰증권 내지 증권형 토큰이었다. 그리고 이더리움 기반으로 토큰증권 프로토콜을 2018년 초에 제시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반의 혁신적인 금융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문의하고자 금융당국을 찾았고, 2년 반에 걸쳐 함께 고민한 끝에 현재의 핀헤이븐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었다.”

Q. 논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결제에는 항상 거래 상대자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카운터파티 리스크(Counterparty Risk)가 존재한다. 그리고 블록체인은 카운터파티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혁신 요소다. 중간 매개자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디스인터미디어리(Disintermediary)라고 한다. 저희가 규제당국과 논의한 가장 핵심은 이 디스인터미디어리의 구현이었다. 저희는 비상장증권을 발행·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 그것을 2차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 그 다음 위탁 결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클리어링 에이전시(clearing agency)에 대한 허가를 모두 받았다.(※일부 사항은 규제 샌드박스에서 운영 중) 블록체인 상에서 처음부터 끝단까지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다음 거기에 적절한 인허가를 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Q. 한국에서도 지난 2월 토큰증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이르면 내년 말을 목표로 법제화를 추진 중인데.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본다. 증권을 토큰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한국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전 세계가 한국을 지켜보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유동성을 상당히 많이 공급하고 있는 나라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금융시장 내 한국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다.” 

Q. 그렇다면 법제화 과정에서 어떤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가.

“저희가 작년에 뮤직비디오 NFT(대체불가토큰)를 만들고, 해당 NFT를 증권화했다. 제가 알기로 세계 최초 시도다. 그런데 NFT를 증권화하는 과정은 사실 전통적인 과정이다. 증권이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게 없다는 의미다. 새로워지는 건 기술적인 인프라다. 그리고 그 기술적 인프라가 바뀌는 데 따른 규제가 들어가야 한다.”

김 대표는 추가 설명을 이어갔다.

“과거 우리는 종이 주식으로 거래를 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팩스가 들어왔고, 금융시장은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그 다음 컴퓨터가 들어서면서 전산화가 완전히 진행됐다. 그런데 전자화가 어떻게 진행이 됐냐면, 페이퍼(Paper) 시스템으로 돼 있는 걸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했다. 그렇다 보니 규제도 여기에 맞춰 만들어졌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규제의 틀은 북(Book) 베이스 시스템에 맞춰져 있다. 저는 기술 변화가 와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증권을 한다면 규제도 거기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세부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원칙은 어떤 리스크가 없어지고 어떤 리스크가 생길지에 대해 검토를 해야 한다는 거다. 없어질 리스크는 규제에서 빼고, 새로 생길 리스크에 대해서는 리스크를 줄일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 이와 함께 특권적 발행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필요하다.”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
김도형 핀헤이븐 대표.

 

Q. 아직 토큰증권 발행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법무·증권·전산 등 전문인력 구성과 자기자본금 20억~30억원’ 등 요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형 기업이 진입하기에는 문턱이 다소 높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자본금 기준은 리스크에 합당한 자본 충족도만 따지면 된다고 본다. 자본금 등 규제보다는 기존에 있는 증권사의 기능을 잘 활용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권 규제를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다. 인프라스트럭처라고 하는 것을 고민하고, 거기에 따라 규제가 움직이다 보면 안전한 상품은 자동반사적으로 나오게 돼 있다.”

Q. 추가로 고민해야 할 것은?

“여러개의 거래소가 유동성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쉽게 말해 유동성 풀이 있어야 한다. 유동성을 어떻게 만들어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돈이 안에서 묶여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대부분 실패했다. 돈을 어떻게 흐르게 할지에 대한 답을 못 찾으면 결국 크라우드펀딩처럼 될 수 있다. 유동성을 만들어주는 기술적 요소를 고민하고, 거래소에 대한 매커니즘도 고민하고, 어떤 정보를 공유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Q. 현재 캐나다 내에 토큰증권의 인기는 어떤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관심이 높다. 초기에는 조그마한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상당수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규모가 있는 기업들, 실제 증권 발행을 많이 했던 회사들, 큰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갖고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Q. 토큰증권 하면 부동산 조각투자, 음원 조각투자 정도가 생각난다. 핀헤이븐프라이빗마켓을 3년째 운영 중이신데, 토큰증권 상품이 어떤 식으로 다양화되고 진화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증권이라는 것 자체는 새로운 게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 그러면 이제 특이한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거다. 예를 들어 최근 새로 들어온 상품은 헐리우드 영화 제작비 3000만 달러를 모으기 위한 토큰증권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헐리우드 영화에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영화에서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NFT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새로운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에 맞는, 더 효율화된 상품이 있을 수 있다. 기존에는 일반 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었던 상품인데, 접근성이 올라가는 거다. 요즘 국내에 있는 사모펀드의 트레시홀드(threshold)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된 동기 부여는 토큰화다. 기존에 존재하는 상품인데, 토큰화되면서 트레시홀드가 낮아지고 실제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올라가는 거다.”
 

김도형(오른쪽) 핀헤이븐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김도형(오른쪽) 핀헤이븐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Q. 한국에 오신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토큰증권 플랫폼을 쉽게 생각하지만, 사실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5년간 시간을 투자해서 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플랫폼을 한국 시장에서 라이선싱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공유한다면, 국가적 리소스를 절약하는 일이기도 하다. (플랫폼 구축에 시간을 쏟는 대신) 시장 참여자들이 좋은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면 (토큰증권 시장은) 훨씬 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Q. 앞으로 국내 토큰증권 시장에서 하고 싶은 역할은?

“저희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역할은 자문 기능이다. 이미 경험해온 부분이고, 우리가 이미 고민하면서 답을 냈던 영역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 제시해줄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시장 참여자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우리 플랫폼을 한국 시장에 실제 적용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캐나다를 비롯한 몇 개 국가는 국가간 샌드박스를 운영하는데, 한국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가져올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국가간 거래를 효율화해주는 것인 만큼, 그런 기회가 열린다면 우리가 일조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한국 금융당국도 ‘혁신금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캐나다와 비교해 제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국이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혁신성이 반영되고 있다. 다만 규제 측면에서는 ‘자본금 몇십억’ 이런 것보다는 실질적인 리스크를 감안하고, 기술의 실질적인 내용까지 감안해서 여기에 맞는 규제가 차근차근 들어온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다만 이 경우 시간은 더 걸릴 수 있다. 리소스 투입도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는 했다. 하나의 혁신을 만들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리소스를 투입했다. 회의를 할 때 굉장히 많은 규제 참여자들이 들어오는데, 최대 48명까지 참석한 적이 있다. 게다가 플랫폼을 리뷰할 때 영국 금융당국까지 들어왔다. 국가간 협력이 상당히 긴밀하게 이뤄지는 거다. 그런 부분까지 이뤄진다면 훨씬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사진= 염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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