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최근 우리나라에서 갈수록 ‘의대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의대 진학을 위해 초·중·고교생은 물론 유치원생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에 이종구 경희대 취업전문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국내 취업 문제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진로 탐색은 가정 내에서, 최대한 빨리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 개개인의 직업 선호 및 선택에 대한 부모의 강제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26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992년부터 잡지, 신문, 방송사에서 11년 동안 취업전문기자 및 취업방송진행자로 활동해온 이종구 교수는 기업·대학이 동시에 관심을 갖는 영역인 채용제도, 필기시험, 면접제도, 인재상 등의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뤄왔다.

이 교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는지, 무엇을 할 때 좋아하고 즐거워하는지 등이 직로 탐색·교육의 가장 기본이며, 이는 가정에서부터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과잉 사교육에 대해선 “부모의 욕심이며, 인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며 “자녀들이 행복해야 할 권리를 부모들이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핵심은 어릴 때 ‘진로’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본인이 좋고, 원하는 것이며, 이게 ‘업’과 연결되면 행복해진다”라며 “부모가 진정 자녀를 사랑하면, 자녀의 학창 시절부터 관심 분야를 유심히 보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서포트해야 한다. 그게 부모와 자식, 나아가 나라를 위한 길이다”라고 피력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Q. 2021년 《한국 취업문화·공채문화 40년사》를 발간하셨습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채용 트랜드 변화를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

"‘한국 취업문화·공채문화 40년사’에서는 1980년대부터 2021년까지의 한국 주요 대기업들의 공채문화를 시대별로 정리했다. 취업문화와 그 하위문화인 공채문화(채용제도·필기시험·면접제도·인재상)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국내 채용 흐름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채용 트렌드는 확연히 다르다. 산업에 따른 직업의 변화 흐름이 같이 흘러가기 때문에 취업 트렌드 또는 직업의 모습을 산업의 자아상이라고도 부른다.

우선, 1980년대에는 환율·금리·오일 3저 호황기, 고도성장 시대로 한 기업당 수천 명씩 뽑는 그물형 대량 채용방식이 이뤄졌었다. 그렇게 대규모 정기 공채를 시행하다가 경기가 안 좋아지는 전조현상이 나타났고, 1994년 주요 대기업들이 상시채용제를 도입했다. 특히, 1997년도 11월 IMF가 터지면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대규모 정기공채에서 소수 수시 채용으로 급격하게 인력 채용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2013년까지 구직자의 스펙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공채과정이 이어져왔다. 이후 다시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며 2014년부터 공채 전 과정에선 구직자 직무역량 평가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국내 공기업 채용에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도입했으며, 2017년에는 사기업·공기업에서 자기소개서 중심의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본격화했다."

Q. 기업들의 최근 인력 채용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현재 채용 시장에서의 핵심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직무 중심 채용’이라고 답할 수 있다. 직무 역량을 가진 사람이 대장인 셈이다. 또한 최근 AI, 메타버스, SNS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공채 전형 전 과정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한편, 공기업 NCS(국가직무능력표준) 도입과 전반적인 능력 중심 채용, 채용 시 인성 중심 채용, 핀테크 채용 등 역시 지금 채용 시장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Q. 요즘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인재상은 '기업의 인재상'으로, 삼성·현대·LG·SK 등 주요 기업 인재상의 예로 도전적인재, 창의적인재, 전문인재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인재상을 말할 때는 ‘채용의 인재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데, ‘기업의 인재상’은 기업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한 문화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력 수요자가 구직자를 채용할 때는 소수, 수시로 뽑기 때문에 ‘채용의 인재상’의 관점에 비춰서 한다. 그 예로 겸손, 성실, 끈기, 팀워크, 도전 정신 등이 대표적이며 대부분의 기업 채용의 인재상은 대부분 비슷하게 이뤄진다."

이종구 교수
이종구 교수

Q. 변화하는 채용 트랜드와 인재상에 대응해 대학(또는 학교)은 어떤 변화 노력이 필요할까요?

"미래 산업을 앞두고 대학이 극복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은데, 이 중 하나로 인력 공급처(대학)의 인력이 인력 수요자(기업)가 요구하는 인재에 부합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대학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기업이 인력을 채용하더라도 입사 후 다시 재교육 및 훈련을 시키는 등 비용이 들어가며, 기업에서는 이러한 부담을 안고 가기에는 많이 어렵고 불만과 요구가 생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인력을 만들어내는 최종 수요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인재·인력을 만들어내는 걸 대학에만 맡겨놓는 건 안된다고 생각한다. 산업 현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대학을 위하여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 예로 산업계와 학계가 상호협력하는 ‘산학협력’을 들 수 있다. 물론 대학 역시 일부 기업이 산학협력에 투입되는 비용만 바라봐서는 안되고, 어떠한 형태로든 적극적으로 공동 부담이 필요하다."

Q. 그렇다면 대학-주요 기업 간 채용연계형 학과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긍정적으로 본다. 산학연계형 학과의 경우 학교와 기업의 재교육 비용이 안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산학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실제 산업 현장 수업을 진행하는 관련 교수가 나타나는데, 이들은 산업현장의 유용한 지식을 대학에 전하고, 학생들이 변해가는 산업의 흐름을 전공별로 쫓아갈 수 있도록 공부를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Q. 많은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스펙에는 크게 알맹이가 있고 딱 맞는 ‘온스펙’과 쓸데없는 ‘오버스펙’이 있다. 여기서 온스펙은 NCS의 핵심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채용은 ‘직무 중심 채용’이라고 언급했는데, 사기업과 공기업에서 모두 요구하는 공통적인 핵심은 그 직무에 맞는 스펙을 갖는 것이다. 각자가 직업을 찾아가려고 할 때 저는 항상 ‘업’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것 아니면 안된다, 이 업에 의해서 태어났다.’라는 마음으로 미션을 가지고 심혈을 쏟아부어야 하며, 이런 개념으로 직장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Q. 우리 정부는 고용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반도체 공장을 하나 지으려고 해도 많은 것들이 뒤따라오는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을 경영하기 쉽고, 잘 되는 나라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며,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기 쉽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정쟁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아쉬운 부분으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다. 1년 동안 약 30여만 명의 대학졸업생들이 쏟아지지만, 그 인력을 대기업만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 그러면 나머지 중소기업에서 인력 수요가 이뤄져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취업·근무 환경, 복지가 때문에 일반 중소기업은 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중소기업 중에서도 테크니컬한 유망 중소기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에 중기청이나 국가는 이러한 유망 중소기업을 선정하여, 대학생들이 취업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시행하고 있는 여러 ‘청년 고용 정책’보다는 대기업의 하향 수준 또는 평균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 

이종구 교수
이종구 교수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Q. 직업세계에서 소외된 취업 애로계층이 존재합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과거 1990년대 취업 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이 대학졸업 여성 및 노인·어르신이였다면 이후 많이 해결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각지대는 존재하는데, 여기에 경력단절 여성과 니트족 등이 있다.이들을 돕기 위해 지금도 지자체, 노동부 각 지방 센터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소외 계층들이 취업 지원금만 받고 다시 안나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교육 실제 경제활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앞서 언급한 중소기업의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지자체는 취업 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며, 중앙정부는 제도적으로 이를 도와야 한다."

Q. 자신에게 꼭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 같습니다. 진로 탐색-설계 노하우를 몇 가지 제안해 주신다면?

"저는 진로를 ‘생애 진로’라고 한다. 어릴 때는 탐색이지만 졸업, 취업에 이어 경력 관리 등 말 그대로 전생에 걸쳐 진로가 일어나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본인이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갖는지 검사를 해서 직업·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진로 교육이 투입되면 고학년이 될수록 개개인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된다. 어렸을 때부터 자녀가 어떤 것에 관심이 많은지 부모가 보고, 거기에 맞춰서 해주면 된다."

 

대담=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유안나 기자

이종구 교수 프로필

- 한국경영사학회 편집위원
- 아시아유럽미래학회 부회장
- 국제지역학회 부회장
- 한국기업경영학회 부회장
- 한국취업진로학회(창립자, 2대 회장) 현 편집위원
- 한국 인사전문가모임(HRPA) 자문위원
-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서비스품질인증제 평가위원
- 전) 동아일보(주간동아 JOB가이드), 한겨레신문(경제주간지: 닷21) 취업칼럼니스트
- 전) (주)한경 리크루트/월간 리크루트 취업전문기자, 편집장 역임
- 경희대학교 경영학 박사
- 경희대학교 경영학 학사·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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