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경제적·심리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 만드는 게 역할”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상급종합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누구나 쉽게 하지 못하는 치료를 제대로 잘 받을 수 있도록 수가 체계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대한병원협회장(이하 윤 원장)은 8월 30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들은 세계 최고의 의료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기관이 계속 세계적으로 경쟁하려면 적정한 수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장에 따르면, 현재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을 찾는 1일 외래 환자 수는 1만 7000명 이상 된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이 중증의 환자이지만, 모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는 아니다.

이에 윤 원장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의료진들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비롯해 연구력 증진, 새로운 장비 도입 등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국가가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에 맞는 환자들이 와서 치료를 받는 수가 시스템을 강조했다.

윤 원장은 “(수가 체계 변화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환자들은 각자 본인의 병이 제일 위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경증이라면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더라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 체계 혁신이 국민들이 보다 편안해지고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들이 역할과 기능에 맞는 병원을 가면 훨씬 편하고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의료원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대한병원협회장

Q. 최근 의료계에선 필수 의료 과목 기피 또는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의사’하면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컸다. 국민들이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고마워하다 보니 보람을 느끼고, 힘들어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병원을 떠나는 젊은 의사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이는 국내 대표 병원들도 예외가 없다. 치료받은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고, 또 그들이 퇴원하면서 고마움을 전하는 경우가 일상적이지만, 동시에 의사들에게는 심리적·경제적 부담과 개인 시간 부족, 순간순간 피 말리는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 등과 같은 고충이 있다. 특히, 응급 환자를 상대하는 젊은 의사들은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으면서 오랜 시간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어려움을 많이 토로한다.

이와 관련해 10여 년 전부터 현재 의료계의 행정과 정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언급해 왔지만, 아직 어떠한 결과, 결실을 맺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의 어려움은 정점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얼만큼의 의료체계 붕괴가 더 발생할 것인지는 예상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사가 하는 일에 대하여 제대로 된 평가, 경제적·심리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게 의료계 선배로서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 국회에선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필수의료 인력 수련비용 국가 부담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필수 의료 인력을 위한 국가의 부담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가가 수련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서 필수 의료에 대한 선택과 인력이 증가한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시행을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어떤 전체적인 해결책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논의가 되어온 내용인데, 여전히 이뤄지고 있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선 정부의 과감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 전공의들이 수련을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재원 투자, 처우 개선 등의 여력이 되면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첨단 의료 체계 강화를 목표로 제시하셨는데, 앞으로 의료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정밀 의료’는 이제 완전히 대세가 됐다. 플랫폼을 통하여 환자들의 문진부터 피검사, 영상 검사, 수술 검사, 의사 진단 등의 데이터베이스들이 하나의 의료 데이터가 되어 가고 있다. 의료 체계가 더욱 바뀌어서 유전자 재분석까지 하게 되고, 이러한 데이터를 일반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치료 방법 결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저희는 환자가 병원을 오기 전 일상에서의 의료 데이터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이로써 같은 질병에 대해 조심해야 하는 것들이나 피해야 할 음식, 환경적 요인, 유전자 데이터까지 전체를 아울러 환자에 맞는 최적의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발전의 속도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훨씬 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건강할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이 훨씬 커질 것이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의료원장 
윤동섭 연세의료원장·대한병원협회장

Q. 달라진 의료환경에서 의료계가 준비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디바이스들이 많이 발전하고 있다. 저희가 잘 준비해야 될 부분은 앞서 말한 데이터들을 디바이스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분석하고 어떻게 환자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련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제가 연세의료원장이 된 이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것 중 하나로 디지털 헬스센터가 있다. 이 곳에 의료 정보, 의무 기록 등 관계된 모든 부서를 모으고, 건강보험관리공단 데이터들도 분석할 수 있도록, 나아가 여러 산업체와도 협업이 가능한 공간이 되도록 미래의료 주도할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Q. 비대면(원격)진료 시스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격 진료를 두고 의사들 사이에선 주장이 나뉘기도 한다. 반대 측은 의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환자의 안전을 위한 목소리이다. 의사들이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으면 모르겠지만, 사전 검사를 하지 않고 환자의 말만 듣고, 영상으로만 이뤄지는 원격 진료에 대하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격 진료와 같은 결정이 필요할 땐 '안전'이 가장 첫 번째로 담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환자한테 어떤 게 안전하면서 도움이 되는 과정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미 도서산간지역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환자의 안전과 편의가 모두 보장되는, 환자 중심의 의료 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의사과학자 관련해 포스텍과 카이스트 의대 설립 필요성은 공감하시는지?

"좋은 의사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임상 경험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기초과학 공학 등의 배움과 임상을 통한 문제인식의 과정이 원하는 연구로 이어지기 위해서다. 다만, 환자 경험이 없는 의사과학자가 훌륭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논의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로 하버드, MIT 대학의 협업 모델이다. 기초과학은 MIT에서 배우고, 임상 수련은 하버드 부속병원에서 실시하는 방식이다. MIT 재학생이 하버드에서 의학교육을 받고, 다시 MIT로 돌아가 기초과학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수 있다. 각 대학이 저마다 가장 잘하는 분야의 교육을 맡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현재는 의과대학 설립 여부가 아닌, 카이스트, 포스텍도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어떤 게 좋을지 연구 방향 등에 대해 협력하고 있는 상태다. 의사과학자 양성프로그램은 연세의대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Q. 의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과대학에 입학하신 분들을 제외하고 의사를 꿈꾸는, 준비하는 분들께 부탁하고 싶은 점은 소명감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의사를 왜 선택하느냐 하는 부분을 먼저 잘 생각하면 좋겠다. 그리고 선배들은 좋은 뜻을 가지고 생명을 살리는, 의사 본연의 길을 가려고 하는 후배 및 제자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받는 체계를 위해 열심히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리더십을 가진 현직 의사들이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정책 과정에 참여하고, 또 이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결정 시스템이 잘 보완되어 만들어져야 한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의료원장(왼쪽)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하고 있는 모습
윤동섭 연세의료원장·대한병원협회장(왼쪽)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하고 있는 모습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 = 유안나 기자
 

윤동섭 연세의료원장·대한병원협회장 프로필

- 현)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연세의료원장
- 현)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조교수, 부교수, 교수
- 현) 연세대 의료원 건설사업단 단장
- 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병원장
- 전)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 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외과부 부장
- 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
- 전) 연세대 의과대학 강남부학장
- 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료협력센터 소장
- 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적정진료관리부실장
- 전)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 차장
- 고려대 대학원 의학과 박사
- 연세대 의과대학 의학과 학사 및 석사 

대외 활동(현재)

- 대한병원협회 회장
- 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
- 국제병원연맹 이사
- 아시아병원연맹 이사  
- 연세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 서울해바라기센터(아동) 센터장

학회 활동(현재)

- 대한외과학회 회장
- 대한의학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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