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문제는 '행복하지 않은 사회'…경제 성장보다 더 집중해야"
"리더십의 핵심은 국민앞에 '겸손'"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지금의 대한민국은 총체적으로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이러한 위기 시대의 본질은 정치의 위기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들한테 희망을 약속하고, 책임질 수 있는 대대적인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10월 31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난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잠재성장률 1%대로 추락한 한국의 저성장 시대,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재구축’이 필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교수는 현 상황에서 한국에 필요한 ‘리셋 전략’이 무엇일지 묻는 질문에 “정치 개혁 없이는 ‘리셋 전략’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는 경제를 이루는 요소로 △경제활동 인구 △투자 △총요소생산성 크게 3가지를 언급, “이미 인구는 줄고 있기 때문에 (당장의) 대책이 없다. 그리고 투자를 보면 기업들이 반도체, 자동차 등 몇 가지 핵심 분야를 제외하고선 국내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 국내보단 글로벌 밸류체인을 만드는 데 투자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경우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데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총요소생산성은 경제학에서 말하면 일종의 ‘시스템의 효율성’으로, 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건 제도와 법이다. 총요소생산성은 시스템 효율성이며, ‘정치 효율성’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얼마나 국민을 위한 정치가 잘 이뤄지냐에 따라 경제 역시 달려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국가 지도력의 개혁 없이는 ‘리셋 전략’이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껏 한국이 고도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국민의 인내'를 꼽았다. 

김 전 교수는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 ‘제국과 의로운 민족’을 보면 한국인들을 ‘의로운 민족’으로 칭하고 있다. 우리가 의롭지 못한 걸 참지 못하는 ‘펄펄 끓는 국민’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런데 이러한 무서운 국민들이 계속되는 지속가능성 위기에 가만히 있을까 하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우습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옛날 국민이 아니며, 시대 자체는 격동기이다"라며 "그렇기에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애쓰는 것'뿐만 아니라 겸손해야 한다. 겸손은 리더십의 가장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전 교수는 수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KB국민은행 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연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이자 미래학자다. 대표 저서로는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혼돈의 시대> 등이 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Q. 불확실성이 커지며 최근 국내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가채무와 더불어 가계·기업부채가 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재정 건전성 관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이면에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IMF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일반 정부 부채는 54%다. 그런데 문제는 민간 부채가 282%인 점이다. 작년 말 기준 민간부채를 보면, 가계 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인 108%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말에는 1863조 원로 집계됐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다. 최근 통계에선 143조 원으로 나타났고,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 동안은 358조 원이 늘었다. 특히 자영업자가 71%가 다중채무다. 다중 채무자의 가계부채는 744조 원으로, 이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 대비 58%가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끝난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자영업자들은 대부분의 업종에서 회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저는 코로나19로 입은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상처에 대해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고령화 저성장 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 있는 목표를 두고 무엇이 균형인지 찾는 건 결국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며,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Q. 고금리 긴축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유가·물가 상승 및 경기 둔화 등이 이어지며 이른바 ‘악순환의 고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미국 고금리 기조에 우리 정부의 대내 균형을 위한 정책은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느린 속도로 상당 시간 걸릴 것이다. 금리인상을 연달아 12번 올렸다고 해서, 빠르게 내릴 수 없다. 예로, 마라톤을 하다가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도 넘어지기 전만큼 달리기가 어렵다. 경제 역시 똑같다. 과거를 보더라도 한 번 세계경제가 충격을 받으면 이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경제 삼중고’는 장기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질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될 거라는 것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Q. 미국-중국 간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이 가져야 할 방향성은? 

- 우리에겐 득과 실이 모두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탈중국 문제’이다. 공급다변화를 해야 하는데 중국만큼 인프라를 갖춘 나라가 없어서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관련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 최종재 수입의 25%, 중간재의 34%가 중국으로부터 들어온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이상 차지하는 ‘절대 의존 품목’이 472개인데, 이중 266개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수출 시장을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보다, 중간재를 공급하는 수입의 원천으로서의 중국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경제적 원인보다 지정학적인 측면이 단초가 되다보니 어려운 문제다. 한편, 반도체와 관련해선 미국의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질수밖에 없고, 그 점에서 우리가 이익을 볼 거라고 생각한다.

Q. 과거 집필하신 책(혼돈의 시대) 중 '미국을 보면 한국의 10년 후가 보인다'고 언급해 주셨다. 현 시점에서 더 첨언해주신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은 ‘100년 만의 대전환’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전환을 미국이 이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보면 어디로 갈 것인지 볼 수 있다. 과거 20세기 초 제조업 혁명으로 산업 동력이 전기로 바뀌면서, 전기로 제조업 생산을 처음 한 곳이 미국의 포드 공장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 경제를 움직이는 힘이 데이터이다. 앞으로 최대의 상품은 ‘내 손안에 슈퍼컴퓨터’이며 이러한 ‘내 손 안 Ai’를 누가 장악하느냐가 달려 있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메모리 반도체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저는 조만간 우리 메모리 산업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주목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Q. 최근 통계청 발표에서도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 자녀 출생 여부를 떠나서 중요한 건 청년들의 결혼할 의향이다. (관련 조사를 보면) 10년 전만 하더라도 남녀 절반 이상(56.5%, 2012년)은 ‘결혼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20% 포인트가 줄며 36%를 기록했다. 남성은 66%에서 44%로, 여성은 47%에서 반토막인 28%로 각각 줄었다. 결혼하겠다고 하는 여성은 4명 중 1명인 셈이다.

올해 1~8월 출생아 수는 작년보다 7.2% 감소했다. 통계청 추정에 따르면 지금처럼 저출생 문제가 계속될 경우 2040년 한국 총 인구수는 4,75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이 낸 장기추정을 보면 2100년 되면 한국 인구가 1,56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인구의 3분의 1 수준으로, 한민족의 소멸로 가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저출생 관련 지원금 등과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저는 금전적 보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 문제는 ‘행복하지 않은 사회’이다. 국민 개개인이 행복을 느끼지 않은데, 어떻게 출생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지난 60년간의 고도성장을 통해 후진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세계적 한국 명품 시장은 세계적 수준을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원하던 세상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 아니다. 저는 경제 성장 문제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 사회가 불행한 사회라는 것, 그리고 이 점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와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와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후보 2) 습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와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유안나 기자

김동원 전 교수 프로필
-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 전) 연세대 경영학과 객원교수
-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 전) 수원대 경제학과 교수
- 고려대 경제학과(학·석·박사)
- 저서 <혼돈의 시대>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대불황의 시대, 한국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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