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창의성 교육'에 올인해야…몰입으로 속성 창의 교육 가능"
"몰입은 힘을 빼는 이완, 운동은 필수"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사람은 모두 엄청난 잠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사실을 잘 모른다. 대게 잠재 능력은 스스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할 때 나오는데, ‘몰입’은 그런 개개인의 능력을 다 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황농문 몰입아카데미 대표는 “평생을 살면서 행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최선을 다해봤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몰입’이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학사 및 카이스트 대학원 재료공학 박사 교육을 받은 황농문 교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거치며 ‘몰입’을 직접 경험해 미해결로 남아있던 재료·금속·세라믹 분야의 각 난제를 해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교수를 맡았다. 대표 저서로는 <몰입>, <슬로싱킹> 등이 있으며, 현재는 '몰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황농문 대표는 “과거 박사학위를 받고 표준과학연구원에 취직했을 때 ‘어떻게 살아야 죽을 때까지 후회가 없을까?’라는 고민을 치열하게 한 적이 있다”며 그 시간을 통해 몰입을 경험했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는 “연구하는 사람들의 소원은 보통 ‘문제해결’이다. 그러나 연구원으로 있다 보면 수시로 모르는 게 나오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나온다. 그래서 적당히 생각하고, 해결이 되지 않으면 넘기기도 한다”며 “하지만 그때 당시 저는 이건 내 삶을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운전할 때뿐만 아니라 밥 먹으면서, 걸으면서, 샤워하면서 죽어라 그 모르는 문제만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며칠이 지나니 제 의식 속에는 다른 생각 없이 그 문제만 떠오르면서 기적과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했다”며 “연구를 하면 보통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수 개월씩 걸리는데 당시엔 하루에도 몇 개씩 나왔다. 그렇게 평생을 노력해도 풀지 못할 난제들을 해결했다”라고 덧붙였다.

황농문 대표는 ‘몰입’ 능력은 창의성으로부터 나온다며 한국 역시 ‘창의성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연구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제일 놀랐던 건 저였다. 학부생일 때는 상위권 성적도 아니었고, 연구소에는 이른바 엘리트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시험’과 ‘연구’의 차이었다. 시험이 단순한 답을 찾아내는 거라면, 연구는 오픈된 자료들 속에서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찾을 수 있게 하는 건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몰입을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부분 중고등학생 때부터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해답을 보지 않고 몇 시간, 며칠, 몇 주일간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풀려고 한 ‘몰입 훈련’ 경험이 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진데, 결국 시험 성적으로 바로 나타나진 않지만 한계를 돌파하고, 수백 번 시도하면 우리 뇌는 요구하는 대로 발달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황농문 몰입아카데미 대표
황농문 몰입아카데미 대표

Q. ‘몰입’에 대해 연구해오셨다. 우리 삶에서 ‘몰입’은 왜 필요한가?

- ‘몰입’은 개개인이 가진 노력과 에너지를 한 곳에 쏟는 것이다. 단순히 햇빛으로는 종이를 태울 수 없지만 그 햇빛을 돋보기로 모으면 불을 붙일 수 있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야 되는 일이 있거나, 초능력을 발휘하고 싶을 때 몰입을 통해 우리의 능력과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다. 저는 과거 경험으로 어떤 직업을 갖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던 나의 잠재능력을 불태워 살면 후회할 일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또한 몰입은 기량을 높이는 동시에 즐거움이다. 놀아도 몰입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 놀더라도 그 하나하나에 목숨이 걸린 것처럼 해야 즐거움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입은 우리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솔루션이다.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면서 자아실현, 행복까지도 정복할 수 있도록 한다.

Q. 몰입을 하지 않을 때 ‘걱정을 하는 건 본능’이라고 언급하신 바 있다. 몰입도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

- 인간은 걱정을 하는 동물들이 진화를 한 모습이다. 사슴을 예를 들면 풀을 뜯어먹고 있는 사슴 중 걱정이 없는 사슴은 쉽게 잡혀 먹혔다. 이에 반해 풀을 먹으면서도 계속 사자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사슴은 살아남았다. 진화론적으로 긴장을 하는 게 습관이 된 것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걱정할 일이 없더라도 평균 70% 이상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람은 자극을 찾는다. 뇌과학적으로 접근하면 자극적인걸 했을 때 사람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나오는데, 이 도파민을 통해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도파민 과잉이 계속되면 같은 자극에 무뎌지고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도피하기 위해 게임이나 인터넷, 동영상을 본 후 오히려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몰입은 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경험, 그리고 뇌과학 측면으로도 우울함이 따라오지 않는다.

Q. 최근 현대인들에게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이다.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몰입 방해요소가 수없이 많은데, 어떻게 훈련해야할까?

- 이에 대해 뇌과학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일시적으로 못쓰게 하는 장치와 같이 환경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스마트폰의 유용한 점이 많기 때문에 갈수록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래서 저는 스마트폰의 장점만 잘 활용하기 위해선 통제력을 키우는 ‘전두엽 발달’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것이 앞으로 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몰입 방법 역시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Q. 특히 청소년 사회에선 동영상에 익숙해지며 글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이 심화되고 있다. ‘몰입’이 도움이 될까?

- 사실 사람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건 훈련이 되지 않으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익숙해지려면 독서를 해야 한다. 글을 읽으면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앞서 언급한 ‘미지의 문제를 푸는 것’과 논리적으로 같다.

자연법칙에서 물은 방해물이 없는 곳으로 흐른다. 현대 사회에선 유튜브 쇼츠 영상 등 쉽게 접근 가능한 것들이 많은데, 이러한 현상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교육이다. 쉬운 방향으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를 막고, 장벽이 있더라도 반대 방향에서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의 역할이다. 

Q. 나아가 어떤 교육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 저는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성 교육’에 국가가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은 세상에 없던 걸 생각해 내고,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이다. 어릴 때부터 훈련이 필요한 건데, 우리는 점수를 잘 받기에 특화된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초 한국 경제가 잘나가면서 세계 경제학자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이 중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수제자이자 199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루카스 미 시카고대 명예교수의 논문을 보면, 한 나라의 경제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적 자본’이다. 그런데 당시 대한민국은 필리핀 등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높은 사회적 교육열을 갖고 있었고, 인적 자본을 축적해 경제발전을 이뤄냈다. 후진국이였던 한국이 선진국에 가까워지기 위해 주입식 교육을 통해 ‘모방형 인적 자본’으로도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창조형 인적 자본’이 필요함에도 여전한 주입식 교육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버렸다. 이는 굉장히 시급한 문제이며, 당장 창의성 교육으로 바꾸더라도 늦은 상황이다. 이에 저는 ‘몰입’을 통한 속성 창의성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창의성 교육을 위한 방법이 많이 있지만 몰입 방식은 증명이 되었고, 제가 몰입 아카데미를 세운 목적이자 여생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Q. 몰입 역시 꾸준히 많이 할수록 성장하는건지.

- 그렇다. 몰입을 하면 우리 뇌는 ‘시냅스 가소성’에 의해 도울 수 있도록 변화한다. 몰입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미지의 문제를 푸는 것’이다. 잡념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는 과정을 반복하고, 문제를 풀려고 계속 노력하면 할수록 그 능력은 발달하게 된다. 같은 A라는 문제를 두고 몰입을 못하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을 보면, 우선 몰입을 못하는 사람은 잡념이 머물고 가는 시간이 길다. 몰입도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10분이 지나서야 스스로 다른 생각했다는 걸 알아차린다. 반면, 몰입을 잘하는 사람은 잡념이 들면 1분도 되기 전에 알아차린다. 딴생각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는 것이다. 또 잡념이 들어도 쫓아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집중을 유지할 수 있다.

Q. 책 ‘몰입’에서 잠이나 걷기, 운동 등도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인가?

- 몰입도가 높다는 건 뇌의 뉴런과 시냅스가 다량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우리 몸이 이완할 때 활성화가 잘 된다. 사람의 뇌는 기억을 저장하고 인출하는데, 이런 활성화 상태는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인출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문제를 고민하다가 낮잠이나 깊은 잠에 들면 아이디어가 잘 나오고, 몰입도가 올라간다. 걸을 때도 몰입이 잘 된다.

운동의 경우 ‘육체적인 몰입’이라고 보면 된다. 몰입은 어떤 문제에 대해 며칠 동안 깊이 생각만 하니 뇌가 비상사태를 발동하는 일종의  ‘정신적 비상사태’인데 그런 상태를 육체적으로 만드는 게 운동인 것이다. 운동을 하면 수면의 질이 올라가고 몰입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몰입을 하는 사람에게 운동은 필수다.

Q.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몰입이 개인의 명상, 스트레스 해소법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차이점이 있다면?

-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각성 상태를 말한다. 반면 몰입은 몸의 힘을 빼는 이완을 하는 것이다. 이완을 하면 스트레스 없이 집중이 잘 된다. ‘이완된 집중’이라는 점에서 명상이랑 비슷하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긴장된 집중’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수영을 하기 위해 물에서 몸의 힘을 빼는 것과 운동, 악기 연주 등 생활 속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위해선 대부분 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긴장만 해온 사람들이라면 이완도 훈련해야 한다.

Q. 몰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혹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 몰입을 하려면 일상 속에서 일정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져야 한다. 평소 잠들기 전이나 편안한 상태에서 힘을 빼고, 그 상태에서 미리 준비해 둔 생각거리들을 살짝 올려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몰입도를 올릴 수 있다. 몰입을 통해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삶을 보내시길 바란다.  

황농문 몰입아카데미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황농문 몰입아카데미 대표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유안나 기자

황농문 교수 프로필
- 현) 몰입아카데미 대표
- 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
- 전) 일본 금속재료연구소 객원연구원
- 전) 미국 국립표준기술원 객원연구원
- 전) 한국 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카이스트 대학원 재료공학 석·박사
-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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