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1979년 단교 후 처음…중국과 외교문제 비화 가능성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미국 정상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 전화통화로 외신들의 해석이 구구하다. 트럼프 취임 이후 미-중간에 갈등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한 것은 지난 1979년 양국의 수교가 끊어진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미국 정부도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이후로 이 같은 원칙을 수용했고,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인 1979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따라서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뿐더러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 정권 인수위원회는 트럼프가 2일(현지시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양측이 긴밀한 경제, 정치, 안보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양측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통화를 제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는 인수위 발표 이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만 총통이 오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며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만 총통부는 3일 성명을 내고 차이 총리가 리다웨이(李大維) 외교부장, 우자오셰(吳釗燮) 국가안보회의 비서장과 함께 전화를 받았다며 "양측이 국내 경기부양 촉진과 국방 강화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총통부 대변인은 트럼프의 트위터가 공개된 직후 "양측이 연락을 앞두고 사전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와 차이 총통의 통화가 차기 미국 정부의 대(對)대만 정책의 큰 변화를 시사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과 중국,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에번 메데이로스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중국 지도부는 이번 통화를 역사적 균형에 대한 매우 도발적인 행동으로 볼 것"이라며 "의도적이었든 우발적이었든 상관없이 이번 통화가 트럼프의 전략적 태도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에 중국과의 대형 외교 분쟁을 촉발했다고 진단했으며 BBC 방송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를 함으로써 미국의 정책 기조를 깼다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며 "우리의 관심사는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위는 오바마 행정부에 알리지 않고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언론들이 심대한 외교 문제를 제기했다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방어적인 반응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는 팔면서 나는 축하 전화도 받지 말라는 것이 참 흥미롭다"고 비꼬았다. 또한 트럼프 인수위 측은 트럼프가 충분히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안 상태에서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켈리언 콘웨이 인수위 대변인은 CNN 방송에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만과 미국의 관계) 문제에 대해 충분히 보고받으며 충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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