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몽골·싱가포르에 ‘하나의 중국’ 요구, 한류 금지, 롯데 압박등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중국이 지난 30년간 경제 발전을 거듭하면서 국력이 신장됐다. 그러면서 채택한 외교노선이 굴기외교(崛起外交)다.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이 추진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극복하고 2003년 후진타오(胡錦濤)가 새롭게 추진하는 외교전략이다. 도광양회는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는 뜻. '굴기'는 '산이 우뚝 솟은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21세기초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벗어나,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확대하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체제를 형성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이 최근 주변국에 대하는 모양새를 보면 굴기외교는 과거 중화주의로 돌아간 느낌이다.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놓고, 주변국을 조공과 책봉을 통해 제압하는 번국(藩國) 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중화권에는 중국 이외의 나라를 인정하지 않고, 주변국에는 물리력을 누르려는 사대자소(事大字小)로 회귀하려는 게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최근에 일어나는 사태를 열거하면, 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당선인과 치이잉원(蔡英文) 대만총통과의 통화에 대한 불만 제기 ②티베트의 달라이라마 방문을 허용한 몽골에 대한 보복 조치 ③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2명의 입법의원 제명 ④대만과 훈련한 싱가포르 장갑차 억류등이다. 오랫동안 이슈가 됐던 일본과 센카쿠 분쟁, 동남아 국가와의 남중국해 분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최근들어 한국 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하자 한류 금지조치,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등도 같은 맥락에서 볼수 있다.

중국은 20세기 후반들어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에서 벗어나 다시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과거 동아시아를 제패하던 시절과 달리 미국과 유럽, 러시아이라는 새로운 강대국이 경쟁하는 시대에 패권주의는 중화주의 시대와는 달라야 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행위는 졸부 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갑자기 경제력이 커지자 우쭐대는 모습은 주변국을 안고 가는 것이 아니라, 위협하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

① 왕이 부장, 트럼프-차이 통화 “대만측의 장난질” 비난

대만이 중국 영토가 된 것은 350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 현종과 숙종 재위기간이다. 명나라 유신 정성공이 1662년 대만을 침공해 네덜란드 세력을 축출하고 ‘항청복명(抗淸復明)’의 기지로 삼았다. 1683년 청나라가 대만을 침공하면서 정씨 왕조가 끝나고, 중국의 복건성(푸젠성) 소속으로 예속시킨다. 이 대만섬은 1895년 일본식민지가 되었다가 1945년 중국에 되돌아갔고, 그후 국민당 정부가 밀려내려오면서 중공과 별개의 정권을 수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37년간의 금기를 깨고 미국-대만 정상 간 대화를 시도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갈등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와 차이 통화 이후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반응했다. 왕 부장은 우선 "대만 측이 일으킨 장난질(중국어로 '小動作')로 국제사회에 이미 형성돼 있는 '하나의 중국'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비난성 발언을 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 정책도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이런 정치적 기초가 어떤 간섭을 받거나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독립성향의 차이 총통이 집권 후 몇 달 만에 지지율이 반 토막 날 정도로 곤경에 처하자 장난질을 쳤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AP=연합뉴스

 

② 달라이라마 방문 허용한 몽골에 경제 보복

몽골은 청나라에 복속한 중국 영토였다가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하면서 몽골 부족장들이 한족 정부에 복속할수 없다며 독립을 선언했다. 그후 소련의 지원을 받은 외몽골이 1921년 독립하고, 내몽골은 중국에 편입됐다.

중국이 최근 티베트의 정신적 영수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한 몽골에 대해 예정돼 있던 양국 정부간 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통보했다. 중국 정부는 이어 몽골에 대한 화물통관비를 징수하는 조치로 보복에 나섰다.

이들 조치는 달라이 라마가 지난달 18∼21일 몽골 울란바토르를 방문한 직후에 이뤄진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몽골 최대사원인 간단사원(간등사)과 대형체육관 등에서 대중 강연을 갖고 몽골 학자 및 청년대표들과 만나는 등 일정을 수행했다.

몽골에는 라마 불교도가 많다. 원나라 이후 몽골은 라마교의 세력권에 편입돼 있었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는 라마 불교도가 많은 몽골에서도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분리독립을 기도하는 위험인물로 간주하고 그의 몽골행이 양국 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③ 홍콩독립 주장한 의원 자격박탈

홍콩은 아편전쟁 이후 1842년 난징조약에 의해 영국에 할양되었다. 하지만 1997년 7월 영국은 중국에 홍콩을 반환했고, 중국은 홍콩의 자본주의를 인정하며 ‘1국2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달 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홍콩 독립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홍콩에서는 지난 10월 12일 식스투스 바지오 렁(梁頌恒)·야우와이칭(游蕙禎·여) 등 2명의 의원당선자가 의원선서식에서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란 내용의 현수막을 어깨에 두른 채 '홍콩 민족의 이익 수호'를 주장했다. 이에 홍콩 당국은 두 의원당선자의 자격박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④ 중국, 싱가포르 장갑차 억류

싱가포르는 청나라 말기에 이민한 중국인들이 건설한 화교국가다. 중국과는 영토적 이해관계가 없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대해서도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서 군사훈련에 사용한 싱가포르 장갑차를 홍콩에서 억류하고, 대만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 홍콩 세관은 지난달 23일 콰이충 화물터미널에 도착한 선박의 컨테이너에서 장갑차 9대와 부품을 발견해 조사에 나섰다. 또 중국은 자국과 수교한 어느 나라도 대만과 교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은 장갑차 억류와 관련해 싱가포르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다.

 

⑤ 한국 사드배치 결정에 한류 금지및 롯데 수사

우리 역사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빼놓을수 없다. 1894년 청일전쟁 때까지 역대 왕조는 중국에 조공을 하고, 책봉을 받아왔다. 중화체제에서 한반도의 왕조는 중국의 중요한 번국이었다.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온 뒤 중국은 롯데그룹을 포함한 한국 기업과 한류 산업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이 한국 연예인·드라마·방송·영화를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이 내려졌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금한령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방송사의 경우 한국 연예인 출연은 물론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도 사라졌다"면서 "중국 업체들이 눈치를 보느라 한류 연예인의 공연이나 출연 등을 광전총국 등에 신청하는 것마저 포기하는 경우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 공영 및 위성방송에서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한국 연예인이 사실상 퇴출당한 상태며 중국 내 영화관에서도 한국 영화를 걸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매체들은 지난 9월 이후 42명의 한류스타와 53개의 한중 합작 드라마가 금한령의 영향을 받아 위성 방송 등에 방영 또는 출연이 금지됐으며 중국 드라마에서도 한국인이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롯데그룹의 여러 사업장에 대해 전방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일제히 중국 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 및 소방·위생점검, 안전점검 등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가 롯데그룹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로는 롯데가 한국 내 사드 부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중국은 지난 9월 롯데가 소유한 경북 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 장소로 확정되자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국가안전 이익과 지역 전략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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