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GRS, 풀무원 등 로봇 도입으로 주방 자동화에 속도
식품기업 아닌 SK텔레콤, 한화그룹도 푸드테크에 관심

식품산업에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업계를 넘나들며 주목받고 있다. / 사진=Freepik 
식품산업에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가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업계를 넘나들며 주목받고 있다. / 사진=Freepik 

[공감신문] 송서영 기자=식품산업에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FoodTech) 바람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의성 증가,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 감소라는 훈풍으로 여겨진다. 

푸드테크라고 하면 요리를 하는 로봇이나 식물에서 고기를 만들어 내는 거창한 면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도 이미 푸드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 학과장은 요리·배달 로봇, 대체육 뿐만 아니라 키오스크·밀키트·무인매장, 맞춤형 음식 추천 서비스를 비롯해 전자레인지와 냉장고까지도 푸드테크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 푸드테크의 성장 가능성도 매우 크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3420억 달러(한화 4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2027년까지 △푸드테크 유니온(기업가치 1조 원) 기업 30곳 육성 △푸드테크 수출액 2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삼고 지원에 나서는 등 산업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식품업계는 물론, 식품업을 하지 않더라도 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기업이 푸드테크에 도전하고 있다. 

 

■ 작업시간 10배나 줄여주는 로봇, 어찌 사랑 안 할 수 있겠어  

“10시간이 걸려 씻고 말리고 다듬을 식재료들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처리하자 1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식재료를 다듬다가 관절이 아파 병원에 자주 갔는데 그 비용으로 자동화 기계들을 산 것으로 치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기계를 통한 식재료 다듬기의 자동화는 그저 시작이었다. 이제는 요리까지 해주는 로봇이 등장했다. 

식품업계는 생산비 감소로 이어지는 푸드테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식재료를 씻고 말리고 저어주는 기계들에 이어 식재료를 볶고 끓이고 튀길 줄도 아는 로봇 도입에 나선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을 도입했다.  / 사진=롯데GRS
롯데GRS는 롯데리아 구로디지털단지역에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을 도입했다.  / 사진=롯데GRS

 

롯데GRS는 다양한 푸드테크 기업과의 MOU 체결을 통해 매장 인력 효율화와 외식업계 구인난 해소를 위한 주방 자동화를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GRS는 지난 8일 반도체 장비 제조 기업 네온테크가 20년간의 자동화 설비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F&B 자동화 튀김기 ‘보글봇’ 적용을 위한 양사간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롯데GRS는 네온테크사가 개발한 자동화 튀김기 ‘보글봇’을 롯데리아에 맞는 고도화 개선 모델 개발 완료 시 올해 하반기 내 패티 자동화 로봇 알파 그릴과 함께 매장에 적용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네온테크사의 자동화 튀김기 ‘보글봇’은 작업자의 원재료 투입 후 바스켓의 이동, 쉐이킹 작업 및 조리 완료 후 완전한 쿠킹 작업을 위한 기름 떨이 작업 과정을 로봇 스스로가 수행하도록 개발됐다. 

또한 지속적인 원재료 투입으로 발생한 유조 내 탄화물을 자동으로 정제하는 기능이 탑재되었으며, 조리시 발생되는 유증기와 열 차단을 위한 밀폐 구조로 작업자의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로 자동화 로봇 ‘알파 그릴’을 적용한 매장 첫 적용 이후 푸드테크 저변 확대 및 단순 업무 축소와 매장 효율화 강화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식재료를 볶고 있는 풀무원의 로봇웍 / 사진=풀무원
식재료를 볶고 있는 풀무원의 로봇웍 / 사진=풀무원

 

풀무원도 2019년부터 로봇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외식매장에 자율주행 서빙로봇을 도입하고 부산엑스더스카이 전망대에 안내로봇 클로이를 운영했다. 또한 최근에는 휴게소에 요리하는 로봇을 들였다. 

풀무원푸드앤컬처 1층 대형 식당가 코너에서는 로봇이 조리해 주는 볶음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볶음요리 전문 요리로봇 ‘로봇웍’을 도입해 조리사들이 무거운 웍을 사용해 반복적으로 조리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전문 조리사 수준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고 있다.

로봇웍은 조리 알고리즘 데이터에 기반하여 전문 요리사들이 채소를 기름에 볶을 때 웍을 흔드는 모션과 웍에 불을 켜고 화력 조절을 하는 모션, 기름 투입 등의 과정을 자동화했다. 

레시피에 따라 조리사가 웍에 재료를 넣으면 로봇웍이 기름을 투입하고 불을 켜고 화력을 조절해 볶음 요리를 완성하는 원리다.

로봇웍에서 볶은 재료는 마라탕, 볶음밥, 덮밥 등 총 8개 메뉴에 활용된다. 안산휴게소에는 2대의 로봇웍이 있으며, 1시간 기준으로 대당 약 25인분, 총 50인분을 조리할 수 있다.

풀무원푸드앤컬처는 안산휴게소에 커피전문 드라이브스루(DT, Drive Thru) 및 로봇 바리스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언택트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안산 휴게소에는 AI 로봇 바리스타가 제조하는 24시 무인 로봇 카페가 있어 휴게소 운영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휴게소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로봇웍, 디지털 무인 배송 서비스 등 디지털 전환 기술을 활용하여 발생한 매출은 안산휴게소 개장 초기인 2022년 5월부터 12월 동 기간 대비 지난해 59.5% 증가했다. 

 

■ 식품기업 아니라도 푸드테크는 탐나는데? 

식품 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푸드테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의 유통 서비스와 로봇 부문의 신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은 신사업으로 푸드테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은 식음 서비스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한화푸드테크'로 지난달 재탄생했다. 

김 부사장은 향후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로봇이나 AI 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 도입 여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첨단기술 적용을 추진해왔다. 

특히 푸드테크가 식품의 위생과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인력난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김 부사장의 생각이다.

 

지난 ‘CES2024’에 참석한 김동선 한화그룹 부사장 / 사진=한화푸드테크
지난 ‘CES2024’에 참석한 김동선 한화그룹 부사장 / 사진=한화푸드테크

 

김 부사장은 “푸드테크는 고객에게 동일한 품질의 음식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력난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이 높아지고 인류는 보다 창의적인 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푸드테크는 기존 식음 사업장을 시작으로 새 기술 적용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국내뿐 아니라 한국보다 먼저 푸드테크 시장이 형성된 미국, 유럽 등 선진 푸드테크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영역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화푸드테크는 먼저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한다. 한화푸드테크는 자산 100% 인수와 함께 CEO 벤슨 차이를 포함한 경영진과 핵심 기술진을 고용 승계한다. 

 

모든 공정이 완전 자동화로 진행되는 스텔라피자 조리 과정 / 사진=한화푸드테크
모든 공정이 완전 자동화로 진행되는 스텔라피자 조리 과정 / 사진=한화푸드테크

 

이번 계약 체결은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미국 현지를 여러 번 오가며 공을 들인 끝에 성사됐다. 

스텔라피자가 12인치 크기의 피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5분 남짓이다. 여러 건의 주문을 연달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조리가 시작되면 1분에 한 판 꼴로 피자가 완성된다. 

48시간 저온 숙성한 피자 반죽을 로봇이 조리하는 방식으로 전 공정을 완전 자동화했다. 한화푸드테크 관계자는 “기술 고도화 등 시스템 재정비를 마치는 대로 국내와 미국 시장에 브랜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종합식품기업 에쓰푸드홀딩스와 AI기반 푸드테크 기술 개발에 나섰다. 

SKT와 에쓰푸드홀딩스는 농축산물의 생산·가공·물류·판매·추천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식품 밸류체인 전방위 영역에서 협력을 추진한다. 

에쓰푸드홀딩스는 존쿡델리미트 브랜드를 보유한 종합식품제조기업 에쓰푸드를 비롯 콜드체인 풀필먼트 및 외식 식자재 커머스 업체 스마트푸드네트웍스, 메디컬 푸드테크 기업 메디쏠라 등을 보유, 식품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SKT와 에쓰푸드홀딩스는 이번 업무 협약을 통해 SKT의 AI 기술을 에쓰푸드의 농장에 적용, 사육환경과 가축 행태 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한편, 비전 AI(Vision AI)와 IoT 센서를 활용한 사육 환경 모니터링, 최적의 사료배합 비율 분석 등 협업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에쓰푸드홀딩스와 AI기반 푸드테크 기술 개발 협약을 맺었다. /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지난해 에쓰푸드홀딩스와 AI기반 푸드테크 기술 개발 협약을 맺었다. / 사진=SK텔레콤

 

이와 함께 양사는 물류센터 자동 입출고 및 분배 시스템 구축, 트럭 운송 통합 관제 시스템 개발 등에 로봇 및 비전 AI 기술을 적용하고, 식자재 수요 예측 및 자동 발주 시스템에도AI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SKT는 메디쏠라가 진행중인 질환 맞춤형 식단(메디푸드) 연구에 AI기술을 접목해 개인의 질환·특성과 식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맞춤형 식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AI·데이터 기반의 헬스케어 분야로도 양사의 시너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업계를 넘나들어 지속되는 건 푸드테크가 식품이 유통되기 전 검수를 시작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되기까지, 전 영역에 고루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3D 식품 프린팅, 대체 단백질 식품 개발 등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소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이에 발맞춘 제품이나 생산 공정을 만들려면 푸드테크는 필수다”며 “푸드테크 관련 기술 보유는 물론 식품과 로봇 등의 안전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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